"발원지 우한 덮어라" 중국 코로나 동북공정

입력
기사원문
이벌찬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발원은 우한' 논문 자꾸 나오자 코로나 연구·논문 검열하기로
'방역 성공 大國' 이미지만 남겨 국제사회 영향력 키우려는 의도


중국 정부가 학계의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논문을 대대적으로 검열하기 시작했다. 중국 과학자들의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임상 연구와 논문 발표를 '정부 허가제'로 바꾸고, 발표 시기를 정부가 정하도록 했다. 중국 내 바이러스가 확산하던 지난 1월만 해도 어느 정도 자유로운 연구와 발표를 보장했지만, 사태가 진정되고 발원지인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 비판이 커지자 태도를 바꾼 것이다. 미 CNN은 13일 "중국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기록을 통제(control)하려 한다"고 했다.

중국 주요 대학과 연구기관은 이달 초 '코로나 관련 논문을 엄격 관리한다'는 공지를 띄웠다. 우한대학 인민병원은 6일 '코로나 발원에 관한 논문은 과학기술부의 별도 발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기존에는 대학 학술위원회 심사만 통과하면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는데, 여기에 '정부 심사' 절차를 추가한 것이다. 정부는 심사 기간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논문 발표 시기도 정하게 됐다. 상하이 푸단대는 9일 공지문에서 "중국 국무원 산하 '코로나 방역체계 과학연구팀'이 지난달 25일 회의에서 내린 방침"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논문 검열은 정부 발표와 과학자들 주장이 엇박자를 내면서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 발원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유럽일 가능성이 높고, 지난해 12월 바이러스 발현 이후 발 빠른 대응을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 일부 논문에서는 발원이 우한일 가능성이 높다는 근거를 대고, 바이러스는 정부 발표보다 일찍 확산됐다고 주장한다. 지난 2월 중국과학원·베이징뇌과학센터 등이 발표한 논문에선 코로나가 지난해 12월이 아닌 11월 중하순부터 전파됐다는 추정을 내놨다.

아예 연구 주제 자체를 틀어쥐려는 시도도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중국 과학기술부는 지난 3일 전국 대학과 연구기관에 '현재 진행하고 있는 코로나 관련 임상 연구를 사흘 안에 보고하지 않으면 연구를 중단시킬 것'이라고 통보했다. 중국 내에서 진행 중인 코로나 관련 연구를 전수 파악하겠다는 뜻이다.

중국 학계는 잔뜩 위축됐다. 왕란 '중국전염병잡지' 편집주간은 13일 CNN 인터뷰에서 "코로나 관련 논문의 심사 절차가 복잡해져 투고를 받아도 싣기 어렵다"고 했다. 익명의 중국 연구원은 "정부 기조와 다른 논문은 이제 발표 금지"라고 했다.

논문 검열은 중국이 코로나 종식 이후 국제사회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다. '코로나 발원'이 아닌 '방역에 성공한 대국(大國)'이란 이미지만 남겨 세계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중국 관영 CCTV는 지난 7일부터 홈페이지에 '시진핑의 전염병 전쟁 병법'이란 글을 연재하며 방역 성공을 선전하고 있다. 스티브 창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 중국연구소 교수는 11일 가디언에 "코로나 사태에서 중국 정부는 공중위생이나 경제 후폭풍보다 기록 통제에 더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벌찬 기자 bee@chosun.com]




4·15 국회의원 선거 누가 이길까
네이버에서 조선일보 구독하기
조선일보 구독 신청하기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세계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