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신체를 본뜬 남성용 성인용품 '리얼돌'이 여성의 신체를 장악하고자 하는 지배 의지를 담고 있다는 비판적 논문이 발표됐다.
윤지영 건국대 부설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지난 18일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과 공동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리얼돌, 지배의 에로티시즘' 논문을 발표하며 "여성 신체 형상이 이미 우리 사회에서 성기구화되는 여성혐오적 현실을 철저히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논문을 통해 "여성과 닮아 보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남성의 성적 환상을 충실히 담아내는 남성 욕망의 빗 그릇"으로 리얼돌을 규정했다. 이어 "인형은 일방적으로 예뻐해주고 귀여워해주며 사랑해주는 대상임과 동시에, 언제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짓이거나 훼손 가능하며 대체, 폐기 가능한 취약성을 의미한다"며 "인형 위상은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여성이 갖는 위상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문을 쓴 윤 교수는 윤김지영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해 온 페미니스트다. 최근 가수 설리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서도 "설리 악플 사건은 우리 사회 '여성혐오' 문제다"고 밝힌 바 있다.
리얼돌 이슈는 수입업자들이 관세청을 상대로 낸 수입 허가 소송으로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6월 대법원이 수입업자 손을 들어주자 리얼돌이 여성 혐오나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 성범죄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리얼돌이 인기 연예인 등 특정 여성의 얼굴과 유사한 형태로 제작될 수 있다는 점, 아동·청소년 형태로까지 제작돼 성범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리얼돌 수입판매 금지 취지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청와대 답변 기준선인 동의 20만명을 넘겼고, 청와대는 "관련 규제와 처벌을 더욱 엄격히 하겠다"고 답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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