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공기여 2배 늘려라"…용산 개발사업 또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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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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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철도병원 주상복합 사업

코레일, 가까스로 HDC와 협약
용산구 용도상향해 지원했으나
서울시 뒤늦게 "공공기여 45%"
사업성 떨어져 계약 좌초 위기


10년간 방치됐다가 가까스로 사업시행자를 찾은 용산철도병원 용지 개발사업이 첫 삽을 뜨기 전에 좌초될 위기를 맞았다. 해당 용지를 개발하기 위한 공공기여분을 당초 계획의 2배 가까이 내놓으라고 서울시가 주장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돼 더 이상 사업을 진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8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 개발계획을 전면 보류하고 사실상 올스톱이었던 용산개발 중 그나마 진척되던 철도병원 용지가 이 같은 시의 방침 때문에 무기한 지연될 기로에 섰다.

10일 서울시와 용산구 등에 따르면 서울시 공공개발기획단이 용산철도병원 용지 공공기여분을 당초 대지면적의 25%에서 45%로 상향하라는 입장을 최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시 내부기준에 따르면 준주거 이상으로 종상향되고 기존 시설(계획)이 해지되는 곳은 사전협상 대상이라 사전협상형 지구단위계획의 공공기여율을 적용하면 공공기여분을 현행보다 더 늘리는 것이 적정하다"고 설명했다.

용산철도병원 용지 개발은 HDC현대산업개발과 한국철도공사가 지난 8월 사업협약을 맺고 한강로3가 65-154 일대 철도병원 용지(전체 1만1341.3㎡)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용산철도병원 본관은 기부채납을 통해 지역사 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잔여 용지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상업시설 등으로 구성된 주거복합단지로 조성된다. 총 사업비는 약 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를 위해 용산구는 2008년 종합의료시설로 지정된 철도병원 용지를 '특별계획구역'으로 바꾸고, 용도도 2종일반주거에서 준주거로 2단계 상향 조정해 사업 추진에 힘을 실어줬다. 용도가 상향되면 그만큼 용적률이 높아져 사업성이 높아진다. 대신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수립기준에 따라 2단계 상향(20%)과 종합의료시설 해제(5%)를 합쳐 대지면적의 약 25%를 기부채납하게 했다는 게 용산구 측 설명이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2010년 해당 병원 용지를 쓰던 중앙대병원이 나간 후 거의 10년간 방치된 땅"이라며 "땅 소유주 코레일이 입찰했으나 사업성이 크지 않아 세 차례나 유찰됐는데 이번에 10년 만에 모처럼 사업시행자(HDC현대산업개발)가 등장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안이 그대로 진행됐다면 추후 서울시 도시건축위원회, 그리고 건축심의와 각종 영향평가를 통과해 바로 착공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준주거 이상 종상향과 종합의료시설 해지를 들어 용산철도병원 용지가 '사전협상' 대상이라는 입장을 뒤늦게 슬그머니 내놓아 어그러질 판이다.

사전협상이란 사업시행자로부터 기부채납을 더 많이 받는 대신 용도지역 상향 등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인데, 이 사안에 사전협상을 적용하면 다시 지구단위계획부터 짜야 해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간다. 더군다나 사전협상을 통해 공공기여분을 대지면적의 45%(현재 25%)까지 더 내놓으라는 것이 시의 입장이니 사업이 좌초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코레일과 HDC현대산업개발 계획안에 '공공기여분이 대지면적의 25%를 초과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는걸로 알려졌다.

만일 사전협상제로 가서 사업이 어긋나면 철도병원 용지는 또다시 슬럼가로 방치될 공산이 커진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5대 공약' 중 하나로 용산국제업무지구(정비창 용지)에 대형 병원을 유치하는 대신에 현재 철도병원 용지는 개발제한 규정을 해제해 개발하겠다고 밝혔는데 못 지킬 가능성도 커졌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시의 최근 입장은 사업시행자 혹은 땅주인에게 공공기여를 더 내놓으라는 요구"라며 "시가 내부 지침을 통해 마음대로 정하니 사업 추진 주체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더 크다"고 밝혔다.

땅 소유주인 코레일과 사업시행자인 HDC현대산업개발 측에 시 방침에 대한 입장을 묻자 "아직 확정된 바가 없어 입장을 내기 힘들다"고 밝혔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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