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김정은, 시진핑과 첫 정상회담…외교무대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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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3.28. 오후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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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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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집권 후 6년 동안이나 북한 땅을 벗어나지 않았던 김정은 위원장이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서 국제 외교무대에 데뷔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을 만나서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면서 "한·미가 단계적 조치를 취하면 비핵화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오늘(28일) 청와대 발제에서는 남북-북·미 회담을 앞두고 전격 성사된 북중정상회담 소식을 집중적으로 다루겠습니다.

[기자]

은둔의 지도자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집권 후 단 한 번도 국제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올봄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격 방중한 것입니다. 긴박했던 3일을 한 번 되돌려보죠.

김 위원장은 지난 25일 문제의 특별열차를 타고 북중 접경지역인 단둥을 통과해 6년 만에 북한 땅을 벗어났습니다. 17시간을 달린 끝에 26일 오후 삼엄한 통제를 받는 베이징역에 도착, 본격적으로 외교 데뷔무대를 시작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방중 내내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에 버금가는 특급 의전을 받았는데요. 첫 일정인 북중 정상회담은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됐고 국가정상에게만 행해지는 의장대 사열도 받았습니다. 시 주석 내외와 악수를 나누는 김 위원장 또 이설주의 육성도 아주 짧게 공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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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 방중 환영 행사
베이징 인민대회당 (지난 26일)

[이설주/김정은 위원장 부인 (지난 26일) : 반갑습니다.]

[김정은/위원장 (지난 26일) :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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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환영 만찬은 인민대회당에서 가장 호화로운 장식으로 유명한 진써다팅에서 열렸습니다. 중국의 가장 큰 정치행사인 양회나 국빈급 만찬이 아니고서는 공개조차 잘 되지 않는 곳입니다. 연설대에 오른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의 환대에 사의를 표하면서 향후 북중관계 발전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김정은/위원장 (음성대역) : 나의 첫 외국 방문의 발걸음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가 된 것은 너무도 마땅한 것이며, 이는 조·중 친선을 대를 이어 목숨처럼 귀중히 여기고 이어 나가야 할 나의 숭고한 의무이다.]

김 위원장은 아버지 김정일이 항상 머물렀던 다오위타이 18호각을 숙소로 삼았습니다. 사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아버지 김정일과 비슷한 점이 많은데요. 비행기 대신 1호 열차를 타고 온 점, 또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성사된 점, 그리고 중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중관춘을 찾은 것도 아버지와 유사한 행보를 밟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조선중앙TV (2011년 5월 김정일 위원장 방중 보도) :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과학자, 연구사들이 최첨단 과학 연구 사업에서 많은 성과들을 달성한 데 대해 높이 평가하시었습니다.]

방중 마지막 날 시 주석은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과거 김일성과 덩샤오핑이 만찬을 한 장소로 김 위원장 부부를 초청했습니다. 이틀간 2차례의 식사와 회담을 함께 한 것은 국빈 방문이라고 해도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인데요. 오찬 후 귀국길에 오르는 김 위원장 부부에 직접 손을 흔들며 배웅까지 했습니다.

시 주석이 이렇게 깍듯한 예우를 보인 것은 최근 소홀해진 북·중 혈맹을 되살리기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 주석은 "북·중친선은 피로 맺어진 인연이고, 이를 계승하는 건 쌍방 공동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 역시 "선대 수령의 뜻을 받들어 북·중 관계를 강화시키는 것이 우리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고 화답했습니다. 한반도 대화 국면에서 북한은 중국의 지지를 얻고 중국은 차이나 패싱 우려를 일축할 수 있는 이른바 윈윈 회담이었던 셈이죠.

하지만 김 위원장은 무엇보다 이번 회담을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국제사회에 천명하는 기회로 삼으려 한 것 같습니다.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면서 "우리는 자발적으로 긴장완화 조치를 하고 평화대화를 제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정은/위원장 (음성대역) : 미국과의 대화를 원해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한 것이다…남한과 미국이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실현을 위한 단계적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단계적 조치를 역으로 한 번 생각해보면요. 한·미가 북미 평화수교 또는 체제안전보장 조치를 하지 않으면, 비핵화가 진전될 수 없다는 의미로도 풀이가 됩니다. 앞서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거론한 것도 중국을 같은 편으로 삼아 미국과의 협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죠.

결과적으로 한반도 대화를 둘러싼 구도는 남·북·미 삼국지에서 중국까지 끼어든 4자 구도로 변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미중간 파워게임을 비핵화 협상에 이용하려는 고도의 전략을 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백악관은 김정은 방중에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대화에 나온 것은 제재 덕분"이라며, 중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했습니다.

[헤더 노어트/미 국무부 대변인 : 우리는 중국이 결의안을 준수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해왔고, 그들이 제재를 이행하길 바랍니다. 중국이 이것을 피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UAE에서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도 즉각 북·중 회담 보고를 받았다고 합니다. 내일은 북·중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중국 양제츠 국무위원이 시진핑 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해서 모레 문 대통령과 만날 예정입니다. 북·중회담 결과 공유는 물론, 비핵화에 대한 한-중간 협의도 이뤄질지 주목됩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는 < 김정은 "한·미 단계적 조치 취하면 비핵화 해결" > 로 정리하겠습니다.

신혜원(si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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