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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 7단계(6) - 퇴고 체크리스트 12

2022.03.12. 오후 11:27
by 이동영 작가

글쓰기 초보자분들은 '퇴고'의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글쓰기 강의를 하다 보면 마주하는 현실이죠. 자신의 글을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냐고 물으면 '이 정도면 괜찮다'라고 확신에 차서 말합니다. 그럼 저는 약간의 침묵 후에 미소를 띠며 진지하게 말하죠.

"제가 피드백을 지금부터 해드릴 텐데요. 100% 다 해드리면 상처를 받으실 수도 있으니 정도를 선택해 주세요."

농담반 진담반으로 조건을 붙입니다.

"1%에서 100%까지, 100%는 귀에서 피가 날 수도 있습니다. 몇 퍼센트로 피드백 해드릴까요?"

수강생 반응은 열이면 열 다 웃습니다. 피드백은 공개 평가를 포함하기에 이는 자칫 무거워질 수도 있는 분위기를 가볍게 만드는 강의스킬이라 하겠습니다.

100% 해달라는 분께는 오히려 살살해드리고, 30%만 해주세요라고 하는 분께는 칭찬을 곁들이면서도 냉정하게 해드립니다. '피드백을 기꺼이 수용할 각오'는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사람에게 필수적인 태도거든요.

자신감이 있는 것과 자기 객관화가 안 되는 건 차이가 큽니다. 특히 글쓰기에 있어 자신감은 자기 객관화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죠. '자신감'이라는 건 때때로 취약한 감정으로 작용합니다. 내 손에 100만 원이 있을 때 10만 원 밖에 없는 사람 앞에서는 우월한 마음이 들지만 1000만 원이 있는 사람 앞에서는 열등한 마음이 든다면 취약한 거잖아요. 상대적인 개념이니까요.(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 노래보다 몇 년 앞서 했던 강의 멘트입니다^^ 제 수강생들은 기억할 거예요.)

남의 글과 비교하며 열등감·우월감 따위를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프로 작가도 마찬가지겠지만 이제 첫 책 출간을 향해 달려가는 글쓰기 초보자에겐 더군다나 썩 어울리는 태도가 아니니까요.

먼저 갖춰야 할 마인드셋이라면 단연 과거의 자기 글쓰기와 현재의 자기 글쓰기를 비교해가며 자신감을 갖는 것.

그러니까 외부에서부터 자기 글쓰기 실력을 평가하려 말고 나에게로부터(자신으로부터) 자기 글쓰기 실력을 평가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꾸준히 글을 쓰면서 어제보다 나은 글쓰기로 나아가는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얘기죠.

아울러 '자존감'으로 쓰는 자세도 갖춰야 합니다. 자존감으로 쓴다는 건 내가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죠.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태도로 글쓰기를 하면 남의 평가에도 쉽게 휘둘리는 법이 없습니다. 여기서부터 진정한 '자기 객관화'가 가능합니다.

물론 아무리 글을 잘 쓴다는 사람도 책으로 원고를 한데 엮어 놓으면 편집자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그런 이유로 요즘 책쓰기 강좌의 홍보 카피를 보면 왕왕 "책쓰기를 작가에게 배우지 말고 출판사 편집자(에디터)에게 배우세요."라고 하는데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저는 봅니다. 아무래도 독자의 입장, 책을 판매하려는 입장에서는 작가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는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책쓰기 강좌'만 해온 작가와 '책 출판 30년'해온 에디터 중 누구에게 책쓰기를 배우는 게 좋냐고 하면 저는 후자를 권장합니다. 저 역시 책쓰기 강좌와 결이 조금 다른 글쓰기 강좌를 주로 해왔기 때문에 판매고보다는 글쓰기 기본을 강조하는 쪽에 가깝죠. 선택은 수강생의 목표와 목적 달성 계획이 얼마나 단기적인가, 장기적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습니다.

어쩌면 이번 단계는 대부분 책쓰기 강좌에서 건너뛰는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저자가 기획력(콘셉트)과 홍보력이 갖춰져 있고 아주 기본적인 글쓰기로 전달력을 갖췄다면 출판사 입장에서는 '퇴고를 더 치열하게 해보세요'라는 말보다는 '이 챕터 내용을 더 보강해 보세요'하고 기획에 열을 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1단계에서부터 여기까지 쭉 스텝을 밟아 오셨다면 이 말을 금방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글쓰기의 기본 없이 나온 책은 아무리 히트를 하더라도 창작가로서 수명이 얼마 못 간다는 철학을 가진 글쓰기 강사입니다. 그래서 '퇴고'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네, 작가는 늘 자기도취를 경계해야 하고, 자기 객관화를 일상화해야 합니다. 말이 쉽지, 실천은 글쓰기의 대가들도 어렵습니다. 저번에도 언급했지만, 글쓰기가 힘든 건 원래 그런 겁니다. 나만 이상하다는 생각일랑 버려도 좋겠습니다. 초고를 완성해놓고도 치열하게 다듬는 과정이 퇴고이죠.

그럼

끝까지 써서 완성한 내 초고를

어떻게 고치고 다듬어야 할까요?

어찌어찌 초고라고 완성은 했지만, 앞이 깜깜하지요. 하루 이틀 지나고 보니 이건 도저히 책으로 낼 원고가 아닙니다. 쓸 때는 꽤 괜찮다고 봤는데 왜 이런 걸까요? 그냥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만약 퇴고 과정에 처음 들어서 완성한 자신의 초고를 보고 '완벽해, 더 이상 고칠 때가 없어'라고 혼잣말을 중어린다면 둘 중에 하나겠죠. 천재이거나 글쓰기에 자격이 없거나.

건드릴 게 없는 초고는 세상에 없습니다. 물론 감옥 같은 곳에서 제한적인 환경에 처해 어쩔 수 없이 머릿속에서 치열한 퇴고를 거쳐 일필휘지로 써 내려가는 예외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 글을 읽는 메이트님이 감옥에 있을 확률은 제로일 테니까요. 내가 쓴 초고는 과감하게 '건드려야만' 한다고 역설하고 싶습니다.

지금부터는 초보자들이 가장 실수를 많이 해서 꼭 필요한 퇴고 시 체크리스트 12를 공유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