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국가보안법 논란 고조…재야단체 '6·4 톈안먼 집회'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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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5.21. 오전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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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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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입법회 대신 中 전인대, 직접 입법 가능성"

톈안먼 집회, '게릴라식' 전개될 듯…'6·4 기념관' 다시 문 열어

"톈안먼 추모 촛불 밝히자" 촉구하는 홍콩 재야인사들(홍콩 EPA=연합뉴스) 리척얀(李卓人) 홍콩 애국민주운동연합회 주석(오른쪽)이 20일 재야 인사들과 함께 6.4 톈안먼 시위 기념관에 모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리 주석은 홍콩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구실로 오는 6월 4일까지 공공 집회를 금지하자 홍콩 시민들에게 시위 희생자들을 기리는 촛불을 밝힐 것을 호소했다. jsmoon@yna.co.kr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21일부터 열리는 가운데 홍콩의 국가보안법 제정을 둘러싼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홍콩 명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홍콩 대표들은 이날 오후 개막식에 참석한 후 저녁에 열리는 '통보회'에도 참석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정협 개막식 날 저녁에 회의가 열리는 것은 매우 드문 일로, 이날 저녁 통보회에서는 샤바오룽(夏寶龍) 국무원 홍콩·마카오 판공실 주임이 국가보안법 제정과 관련한 발언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홍콩 정가에서는 국가보안법 제정이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홍콩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 23조는 국가전복과 반란을 선동하거나 국가안전을 저해하는 위험인물 등에 대해 최장 3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이와 관련한 법률을 제정하도록 규정했다.

홍콩 정부는 지난 2003년에도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50만 명에 달하는 홍콩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국가보안법 반대"를 외치자 법안을 취소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 중앙정부는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가보안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호응하듯 양회에 참석하는 홍콩 대표들은 국가보안법 제정과 관련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스탠리 응(吳秋北)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홍콩 대표는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때 홍콩의 폭력분자들이 외국 세력과 결탁해 국가 전복을 꾀하고 있다"며 이러한 국가안보의 '구멍'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기 찬(陳曼琪) 전인대 홍콩 대표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이들은 홍콩 입법회 의결을 통해 국가보안법을 추진할 경우 야당의 반대 등에 부닥칠 수 있는 만큼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행정특구 국가안전법' 등을 전인대가 제정한 후 이를 홍콩 기본법 부칙 제3조에 삽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친중파 싱크탱크인 홍콩과제연구그룹은 "국가보안법 제정을 위해 오는 9월 입법회 선거에서 친중파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며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이 입법회 선거를 연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입법회 70석 중 43석을 친중파가 차지하고 있으므로, 내년까지 입법회 선거가 연기될 경우 친중파가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국가보안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톈안먼 시위 지지 구호 외치는 홍콩 재야인사들(홍콩 AFP=연합뉴스) 리척얀(李卓人) 애국민주운동연합회회장(왼쪽에서 3번째)를 비롯한 홍콩의 재야인사들이 20일 6.4 톈안먼 시위 기념관에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홍콩 당국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다음달 4일까지 공공 집회를 금지했다. jsmoon@yna.co.kr


홍콩 범민주 진영은 친중파의 이러한 움직임에 맞서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우선 다음 달 4일 홍콩 빅토리아공원에서 개최하는 '6·4 톈안먼(天安門) 시위' 기념집회를 통해 홍콩 시민의 결의를 보여주기로 했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 4일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며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과 시민들을 중국 정부가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유혈 진압한 사태로, 홍콩에서는 매년 6월 4일 대규모 시위가 열린다.

하지만 홍콩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8인 초과 집회나 모임을 금지하고 있어 빅토리아공원에서의 대규모 집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집회를 주최하는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는 홍콩 곳곳에서 '유수(流水)식 집회'를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홍콩 곳곳에서 게릴라식 시위를 전개하는 것으로, 지련회는 거리에 있는 시민들에게 촛불을 나눠준 후 저녁 8시 이들이 일제히 촛불을 켜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지련회 리척얀(李卓人) 주석은 "홍콩 정부가 6월 4일까지 8인 초과 집회를 금지한 것은 명백히 집회의 자유를 탄압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이라며 "6·4 촛불집회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확산으로 문을 닫았던 '6·4 기념관'이 전날 다시 문을 열었다.

6·4 기념관에는 톈안먼 시위와 송환법 반대 시위를 기록한 사진들과 시위 때 쓰였던 헬멧, 고글 등의 물품, 톈안먼 시위 때 시민들이 제작했던 '자유의 여신상' 모형 등이 전시됐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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