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서 '거래완료' 매물정보 사라지니… 소비자는 다시 '발품의 시대'로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서울시 성동구 옥수동 아파트를 매도하려는 A씨는 요즘 공인중개업소를 들르는 일이 많아졌다. 최근 거래 가격을 알기 위해서다. 얼마 전까지 A씨가 가장 많이 의지했던 곳은 네이버 부동산이었다. 국토교통부에 실거래가격이 등록되기 전에 먼저 거래가 완료된 사례를 보고 시장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법 개정에 따라 이제는 네이버에서 이 정보를 볼 수 없게 됐다. A씨는 "친분을 쌓아둔 인근 공인중개사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방문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자주 들락날락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네이버에서 ‘거래완료’된 매물 정보가 사라지면서 생긴 풍경이다.

조선DB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17일 공인중개업소를 포함한 제휴처들에 ‘중개대상물 표시·광고 사항에 관한 변경 안내’ 공지를 했다.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에 따라 더 이상 ‘거래 완료’ 표시가 붙은 매물을 사이트에 노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지였다. 공지 이후로 시중 공인중개업소는 거래가 완료된 매물은 바로 삭제하고 있다.

이는 지난 달 21일부터 시행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에 따라 거래 완료 매물을 온라인 상에 남겨 두는 것이 불법이 됐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실제로 거래할 수 없는 매물을 광고하거나 가격 등의 내용을 거짓으로 광고하는 등 공인중개사가 인터넷 포털에 부당 광고를 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네이버 부동산은 전체 부동산 정보 플랫폼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1위 사업자다. 그만큼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컸다. 때문에 네이버의 거래완료 기능은 실상 실거래가를 가장 빨리 알 수 있는 방법으로 통용됐다. 직방이나 호갱노노 등 부동산 관련 애플리케이션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최근 거래가를 제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는 계약 후 한 달 이내에만 신고하면 되기 때문에 바로 ‘거래완료’가 떴던 네이버와는 최대 한 달 가량 시차가 있다.

정부가 공인중개사법을 이렇게 고친 것은 거래완료 기능이 시세교란행위를 목적으로 한 허위 게시물에 활용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매물이 실제로 없는데도 낮은 가격에 있는 것처럼 올려두고 ‘거래완료’로 표시하곤 했다. 급격하게 시세가 오르면 거래가 줄어드는 만큼 시세를 낮게 보이도록 하기 위함인데, 일명 ‘가두리’ 기법이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부 공인중개업소에서 매수인을 끌어들일 목적까지 더해 이런 일을 벌이기도 했다"고 했다.

때로는 거래된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표시되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집주인 인증으로 6억원에 등록된 아파트가 실제로는 협상 끝에 5억8000만원에 팔렸는데, 6억원에 거래완료가 된 것처럼 표시되는 경우다. 또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값이 한참 과열될 때는 아파트 입주자회의 중심으로 네이버에 비싼 가격으로 집주인 인증을 올리는 등 폐단이 있었다"고 했다.

서비스가 중단하면서 사용자들은 최근 실거래가를 알기 위해 정보가 빠른 공인중개사에 의지하는 수 밖에 없게 됐다. 시세를 잘 파악하려면 다시 예전처럼 공인중개업소에 자주 드나들어야 하는 것이다. 공인중개사 입장에서는 네이버 부동산에 뺐겼던 지위를 일부 회복했다는 장점도 있지만, 사용자들은 거짓 정보를 거른 대신 불편을 겪게 된 셈이다. 또 중개업소가 취사선택해서 주는 정보만 받아야 하는 점도 불편해진 대목이다.

예비 매수자 김현미(28)씨는 "혼란을 주는 매물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여러 공인중개업소를 들르지 않고도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통로였다. 이젠 안 된다니 아쉽다"고 했다. 해외 파견근무를 가 있는 진정민(39)씨도 "해외에서도 빨리 시세를 가늠할 수 있었는데,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길이 막힌 것 같다"고 했다.

[연지연 기자 actress@chosunbiz.com]




▶네이버에서 조선비즈를 구독 하세요
▶'명품 경제뉴스' 조선비즈 바로 가기
▶올해 '이 기업들' 투자 안하면 영영 기회 없다

저작권자 ⓒ 조선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