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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이슈] ‘BABIP 0.302’ 타고·투저 시대 종말의 전주곡?

기사입력 2019.04.09. 오전 10:01 최종수정 2019.04.09. 오전 10:14 기사원문
-2019시즌 초반 타고·투저 완화 넘어 '투고·타저' 조짐까지 보인다
-리그 홈런, 타율, 장타율, 득점 모두 최근 5년 대비 크게 하락해
-0.302로 '정상' 수준 회복한 BABIP...2013년 이래 최저 수준
-타고·투저 종말일까, 시즌 초반 일시적 현상일까...추이 지켜봐야
 
시즌 초반이 괴로운 채태인, 멜 로하스, 김현수(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처음엔 시즌 초반 으레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인 줄만 알았다. 날이 추워서, 아직 몸들이 덜 풀려서, 운이 따르지 않아서 그러려니 여겼다. 시간이 지나고 따뜻한 봄날이 오면, 다시 전처럼 홈런이 뻥뻥 터지고 다득점 경기가 속출하겠거니 생각도 했다.
 
하지만 팀당 14경기씩을 치른 지금은 의심과 걱정이 조금씩 고개를 든다. 설마했던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려는 조짐이 보인다. 의식하지 못했던 여러 징조가 이제는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지난 몇 년간 타자들이 지배하던 시대가 저물고, 투수의 시대가 시작되는 흐름이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중이다.
 
홈런, 타율, 출루율, 장타율, 득점까지…전부 뚝 떨어졌다
 
투고타저 시대 수준으로 하락한 홈런비율(통계=스탯티즈)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리그 홈런수의 감소다. 아마 NC 다이노스(14경기 23홈런) 팬이라면 이런 변화를 크게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리그 전체를 놓고 보면 올 시즌의 홈런수 급감은 꽤나 충격적인 수준이다. 
 
2014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5년간 리그 타석당 홈런 비율은 꾸준히 2.53% 이상을 유지했다. 200홈런 팀이 셋이나 나온 지난 시즌엔 3.0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랬던 홈런비율이 올시즌엔 타석당 2.27%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팀 홈런 최하위권이던 NC, 삼성, 한화가 부쩍 힘을 내고 있는데도 리그 전체적으론 홈런이 나오지 않는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도 내려앉았다. 올 시즌 현재 리그 타/출/장은 0.256/0.337/0.386으로 팀내 11번째 야수만도 못한 성적이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리그 타율은 한번도 0.280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5년 연속 0.430 이상을 유지하던 장타율도 3할대로 추락했다.
 
득점력도 저조하다. 2014년부터 5년간 꾸준히 경기당 평균 5점(한 팀 기준) 이상을 유지하던 득점이 올 시즌엔 경기당 4.70점으로 내려앉았다. 롯데가 리그 득점력 향상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한 경기 23실점, 한 이닝 16실점) 리그 전체적인 득점력 저하를 해소하기엔 부족하다. 
 
리그 득점력이 뚝 떨어졌다(통계=스탯티즈)
 
시즌 초반 흔히 나오는 일시적 현상일까. 지난 시즌 팀당 13~14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리그 타/출/장 기록은 0.277/0.350/0.441로 올 시즌보다 훨씬 좋은 기록을 보였다. 경기당 득점도 평균 5.33점으로 시즌 기록과 별 차이가 없었고, 타석당 홈런도 3.16%개로 오히려 시즌 평균보다 높았다. 아직 초반이라 그렇다고 위안하기엔 조짐이 심상찮다.
 
리그 투수들의 수준이 한시즌 만에 크게 향상된 것일까. 9일 현재 리그 평균자책 순위에서 2점대를 기록 중인 12명 가운데 올 시즌 데뷔한 투수는 2명(한화 워윅 서폴드 평균자책 1.31/NC 에디 버틀러 2.93) 뿐이다. 롯데 김원중(2.04)과 두산 유희관(2.50)은 지난 시즌 평균자책 6점대를 기록했던 투수들이다. 
 
대투수 양현종은 시즌 초반 3패 평균자책 9.00으로 신음하는 중이고, 새로 합류한 외국인 투수(터너, 쿠에바스, 루친스키, 맥과이어)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보근, 엄상백, 이태양, 김상수 등 작년까지 불펜 에이스였던 투수들도 기록 관리가 안 되는 상황이다. 리그 전체적인 투수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증거는 없다.
 
그렇다고 리그 수비수들의 수준이 한꺼번에 확 올라갔다 보기도 어렵다. 9일 현재 리그 수비율은 0.980으로 2014년 이후 최저치다. 또 실점 가운데 자책점이 차지하는 비율도 0.89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0.92)에 비해 비자책점의 비율이 큰 편이다. 1이닝 16실점 참사 당시 롯데 투수진이 기록한 자책점은 8점에 불과했다. 타자도, 투수도, 수비수도 지난 시즌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비자책점 비율, 수비율로 볼때 리그 수비의 질적 향상이 이뤄진 것 같지는 않다(통계=스탯티즈)
 
공인구 변경 효과일까? 하지만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시행한 공인구 반발계수 검사에서 샘플 셋 중에 둘의 반발계수는 지난 시즌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다. 개막 전에 예년 수준이던 공인구의 반발계수가 개막 이후 하루아침에 ‘데드볼 시대’ 수준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하긴 어렵다.
 
‘BABIP 0.302’가 의미하는 것
 
1998년 이후 연도별 BABIP 변화. 올 시즌 극적인 하락세가 눈에 띈다(통계=스탯티즈)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스탯이 있다. 인플레이된 타구의 타율을 나타내는 BABIP 수치다. 
 
9일 현재 리그 BABIP는 0.302로 2012시즌(0.300)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는 중이다. 9개 구단 체제가 시작된 2013년 0.314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던 BABIP는 2014년 0.330을 거쳐 지난 시즌(0.329)까지 6년 연속 고공 행진을 거듭해 왔다. 
 
참고로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는 1931년 이후 단 한번도 BABIP가 0.310 이상을 기록한 적이 없었다.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BABIP를 기록한 시즌은 0.303을 기록한 2007년이다. 메이저리그는 대부분의 기간 리그 BABIP가 0.290에서 0.300 사이를 오가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해 왔다. 심지어 ‘약물 시대’로 불리는 1990년대에도 BABIP는 지속적으로 0.300 안팎에 머물렀다.
 
지난 몇년간 KBO리그의 타고·투저 현상에서 특이했던 점은 단순히 홈런이 늘고, 대량득점이 쏟아지는 것 뿐만 아니라 BABIP 수치까지 말도 안되는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데 있었다. 
 
역대 최악의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1999년 리그 타석당 홈런은 3.07%로 치솟았지만 당시 BABIP는 0.305에 그쳤다. 만만찮은 타자 시즌이던 2009년에도 홈런%는 2.76%로 높아졌을지언정 BABIP는 0.310으로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했다.
 
그런데 9구단 체제가 도입된 2013년부터 BABIP가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치솟기 시작하더니, 10구단 체제가 된 2015년 이후엔 0.33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투수들을 좌절케 하는 건 빗맞은 타구가 쭉쭉 뻗어나가 좌측 담장,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장면만이 아니었다. 교타자가 가볍게 맞힌 타구가 총알처럼 내야를 통과해 외야수 앞으로 굴러가는 상황도 투수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뚝 떨어진 외야타구 비율과 BABIP 수치가 눈에 들어온다(통계=스탯티즈)
 
이 현상이 올 시즌 초반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올 시즌 BABIP가 0.302로 떨어진 것은 물론 뜬공/땅볼 비율도 0.88로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또 타구 중에 외야로 향하는 타구 비율(51.3%)도 최근 6년내 최저치다. 내야뜬공 비율은 33.5%로 크게 증가했고 내야 타구의 타율은 0.051로 내려앉았다. 
 
물론 아직 속단해서 미리 결론을 내리기엔 이르다. 최 정과 제이미 로맥, 멜 로하스와 황재균, 김현수와 이정후가 시즌 내내 멘도사 라인에 머물지만은 않을 것이다. 박해민, 노수광, 허경민도 때가 되면 안타를 쏟아내고 높은 타율을 기록할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이대호와 박병호가 홈런을 펑펑 쏟아내기 시작하면 지금의 투수 강세는 언제든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 
 
앞서 2017시즌 초반에도 일시적으로 리그 홈런 감소와 득점 저하 현상이 나타나면서 타고·투저의 종말을 알리는 듯했지만, 기세 등등하던 투수들이 얼마 못가 사냥감으로 전락한 사례가 있다. 시즌 초반 나타나는 일련의 현상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파악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거 아시는지. 2017시즌 팀당 14경기 치른 시점까지 1할대 규정타석 타자는 3명 밖에 없었다. 2018시즌엔 단 두 명이었다. 올해는 무려 12명의 타자가 타율 1할대에 머물고 있다. 뭐, 그렇다는 이야기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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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스포츠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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