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은 안돼' 정우택 '친박 본색'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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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12.19. 오후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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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권 주면 비대위 맡겠다는 유승민에 "당 단합 해치는 사람 안돼"

[오마이뉴스 글:조혜지, 사진:남소연]

▲ '문전박대' 당한 정우택 새누리당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실을 찾아 취임인사를 하려다 거부당한 채 문 앞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은 친박 지도부를 협상 상대로 인정치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 남소연

정우택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가 사실상 '유승민 비상대책위원장'을 거부했다.

그는 19일 국회에서 연 첫 기자간담회에서 "(당무에 관한) 전권뿐 아니라 (비대위원장 인선을) 전국위원회로 넘기는 권한을 제가 가지고 있다"면서 "적어도 비주류에게 (비대위원장 관련) 모든 추천권을 준 것은 소위 단합을 해치고 정권재창출에 지장될 사람을 추천해달라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실상 유 의원은 비대위원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는 비주류(비박근혜)에서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유승민 의원에 대해 주류(친박근혜) 쪽에서 '비토론'이 형성되고 있음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재 친박 쪽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인적청산과 해산 후 재창당을 주장해 온 유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선임되는 것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유 의원이 비대위원장이 된다면 이른바 '최순실의 남자들'로 지목된 친박 주류에 대한 '솎아내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유 의원도 전날(18일) 보도자료를 통해 "당 개혁의 전권을 행사하는 비대위원장이 아니라면 그 어떤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정 원내대표 역시 친박 쪽과 같은 생각임을 드러냈다. 그는 "새 비대위원장은 당의 갈등과 분열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한 사람은 안 되고, 당 쇄신과 변화를 이끌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비대위'를 비주류 전체가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펼쳤다. 정 원내대표는 유 의원의 지난 18일 입장 표명에 대해 "저는 분명히 비주류에 (비대위원장에 대한) 통합된 의견을 주라고 요청했는데, 제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유승민 의원은) 아니다"라면서 "아는 정보에 의하면 (전권을 전제로 한 비대위원장 제안 수용은) 유 의원의 개인 생각이라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비주류의 통합된 추천을 받지 못하는 인사이므로, 비대위원장을 맡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 "(비주류의) 통합 의견이 오기 전에 된다, 안 된다 말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말하면서도 "전권을 주고 안 주고의 문제 그 전 단계에서 정말 합당한 분이 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자격'을 문제 삼았다. 앞서 밝힌 '갈등과 분열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한 사람은 안 된다'는 기준에 적합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 것이다. 

다만, 정 원내대표는 자신의 공약이었던 '친박 실세 2선 후퇴'나 '친박 모임 해체' 등은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친박계 내부에서 비대위원장 인선을 두고 '아직 2선 후퇴를 선언하기는 이르다'고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 일침을 놓은 것이다.

그는 "오늘 이 시점까지 (친박 쪽으로부터) 구체적 행동을 하겠다는 언질을 받지 못했다"면서 "제 말 한 마디에 여태 있었던 것들을 일순간 해체한다는 것에는 의구심이 있지만 강력 요청했으니 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에 문전박대 당한 정우택 "내가 곧 필요할 것"

▲ 야당에 거부 당한 정우택 새누리당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실을 찾아 취임인사를 하려다 거부당한 채 문 앞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은 친박 지도부를 협상 상대로 인정치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 남소연

한편, 정 원내대표는 간담회 직후 국회의장을 제외한 야3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지도부를 차례로 예방했지만 사실상 문전박대 당했다.

이미 야3당이 지난 16일 친박 원내지도부를 향해 '냉각기를 갖겠다'고 입장을 밝힌 만큼 예정된 결과였다. 야당 지도부는 정 원내대표의 예방이 예고된 이 날 역시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에서 정 원내대표의 예방 계획에 "당선을 축하하지만,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저는 국민의 민심을 외면한 새누리당의 선택에 항의하는 의미로 당분간 냉각기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실상 예방 거부 입장을 밝혔다. 정의당 또한 예방 직전 문자 메시지로 "정우택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 측으로부터 심상정 상임대표·노회찬 원내대표와 접견 요청이 있었다"면서 "이에 대한 정의당의 입장은 '만날 이유가 없다'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는 이를 강행했다. 그는 "야당이 발길질하면 발길질 당하고, 주먹질을 하면 받을 각오가 돼 있다"면서 "지금은 제가 모든 걸 참고 기다리겠다. 언젠가는 제가 협상 파트너로서 아쉬울 때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문전박대' 당한 정우택 새누리당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정의당 원내대표실을 찾아 취임인사를 하려다 김종대 의원에게 거부당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은 친박 지도부를 협상 상대로 인정치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 남소연

예방 강행의 결론은 예상대로였다. 정 원내대표는 각 당의 대표실 문전에서 의사만 전달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종대 정의당 대변인은 대표실 앞에서 정 원내대표와 만나 "상황이 곤란하다"면서 "돌아가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 원내대표는 "공식 의견인가?"라고 되물으며 "왔다는 것을 전해달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자신의 원내대표실로 돌아가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저는 예의를 갖췄다고 보고, 꾸준히 노력하겠지만 야당이 저를 협상 파트너로 필요한 시점이 길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과의 경색 국면을 풀 방안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현재 그런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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