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평화롭다" 교신뒤 여객기 추락…이란은 "美 원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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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1.11. 오후 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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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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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이란 격추 가능성" 발표 후
이란, 우크라 항공 여객기 격추 시인
고도 긴장 상태서 '사람 실수'로 오발
"고도·비행 모습이 '적의 위협' 같아"
이란, 사과하면서 "미국 모험주의" 탓
기장 마지막 인사 "평화롭고, 괜찮다"
이란 테헤란 부근에 추락한 우크라이나항공 여객기 잔해. 이란은 사고 발생 사흘 만인 11일 사람의 실수로 미사일이 발사돼 여객기를 떨어뜨렸다고 인정했다. [AFP=연합뉴스]

"평화롭고, 모두 괜찮습니다."

지난 8일 이란 테헤란 공항 이륙 직후 추락한 우크라이나항공 여객기 752편 기장이 공항 관제소와 나눈 마지막 인사라고 CNN이 전했다. 비행기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교신한 뒤 여객기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쏜 미사일을 맞고 공중에서 산산조각이 났다. 탑승자 176명이 모두 숨졌다.

이란군 당국은 11일(현지시간) 이란과 미국 간 고도의 긴장 상태 속에서 여객기를 "적의 위협"으로 오인한 "사람의 실수"로 미사일이 발사돼 여객기가 격추당했다고 밝혔다. 혐의를 부인하던 이란이 사고 발생 사흘 만에 여객기 격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이란군은 이날 오전 이란 국영 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고도의 긴장 상황에서 최고 수준의 경계가 이뤄졌으며, 그런 상황에서 의도치 않게 사람의 실수로 여객기를 격추했다"면서 "고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은 뒤 미국의 반격에 대비해 고도의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었는데 레이더가 하늘 위 물체의 움직임을 포착했고 이를 적의 위협이라고 착각했다는 것이다. 여객기가 이동하는 방향이 이란 혁명수비대 본부를 향하는 것이라고 오인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도 했다.

이란군 내부에선 이번 사고 경위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물을 것이며, 향후 이런 실수가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덧붙였다고 CNN이 전했다.

하산 로우하니 이란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로 "엄청난 비극이자 용서할 수 없는 실수이며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책임자를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AFP=연합뉴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트위터로 "모든 희생자와 유가족, 영향받은 국가에 유감과 사과와 위로를 보낸다"면서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사람의 실수가 발생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 원인을 미국의 모험주의(adventurism)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미사일 공격 전후 공항을 왜 폐쇄하지 않았는지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공격 사실을 사전에 이라크 정부에 알린 상황에서 민간 항공기 이착륙 금지를 못 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 미사일에 격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 고위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이란 미사일 격추설을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이란에 대한 추가 경제 제재를 발표하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조사 결과가 나오면 우리와 국제 사회가 적절한 대응조치를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체 결함이 사고 원인이라는 이란의 주장을 "나는 의심하고 있다"면서 "아마 저쪽에서 누군가 실수한 것 같다"고 말했지만, 이란을 지목하지는 않았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은 사고 발생 이틀 뒤부터 이란에 의한 격추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란 미사일을 맞고 추락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했고, 미국 당국자들은 러시아에서 제작한 SA 15 미사일 두 발로 격추됐다는 정황을 확보했다. "서방 국가들이 큰 거짓말로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며 강하게 부인하던 이란은 국제사회의 압박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조사에 착수하자 미사일 격추 사실을 인정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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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워싱턴특파원 박현영입니다. 워싱턴과 미국 소식을 발빠르게 전해드리겠습니다. 깊이 있게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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