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끊기면 대체하기 어려워
車생산액 0.1% 부품 하나가
모든 완성차·협력사 멈춰세워
S&P "현대·기아차 실적 우려"
글로벌 부품 공급 다변화 필요
◆ 신종코로나 확산 / 車부품 차질 장기화되나 ◆
매일경제가 5일 입수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업계가 수입한 중국산 와이어링 하니스는 액수로 따져 2018년 기준 총 1억7000만달러(약 2010억원) 정도다. 2018년 한국 완성차·부품 기업의 국내 총생산액 193조원과 비교하면 0.1%에 불과하다. 하지만 와이어링 하니스 부품 공급이 중단되자 현대·기아·쌍용자동차가 4일부터 생산을 멈췄고, 르노삼성자동차도 오는 11일부터 공장 셧다운(가동 중단)이 불가피해졌다.
자동차 배선 뭉치인 와이어링 하니스는 유라코퍼레이션과 경신·THN·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즈코리아 같은 한국 기업이 중국 산둥성 옌타이·칭다오에 세운 공장에서 만들어 수입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완성차는 총 395만641대다. 업계는 차량 1대당 중국산 부품 비중을 약 300~305달러로 추산한다. 차량 1대 평균 가격(약 2000만원) 대비 1%대에 불과하지만 문제는 중국에서 공급이 끊기면 대체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9일까지 춘제(설) 연휴를 연장하고 10일부터는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우한시가 소재한 후베이성 등 일부 성 정부가 연휴를 13일까지로 재연장하면서 다른 성도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또 연휴가 끝나도 근로자들이 전염 문제로 1~2주 정도 복귀가 늦어질 수 있다. 여기에 공장을 재가동해 제품을 생산해도 운송하기까지 약 일주일이 더 걸려 공급 중단 사태가 이달을 넘겨 장기화할 수 있다고 업계는 전망한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국내 공장을 일주일 멈추면 3만4000대 생산 차질이 생기고 기아차는 2만9000대에 이른다"면서 "중국을 대체할 생산지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중국 당국에서 공장별 가동 허가를 받는 특별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2000년대들어 저임금을 무기로 자국 자동차부품 산업을 집중 육성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기업들의 의존도가 심화했다고 본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첸잔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4년 3500억위안(약 59조원)이었던 현지 자동차부품 산업 규모는 연평균 20%씩 성장해 2018년 4조위안에 달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 사태 발원지인 우한은 중부 자동차 산업클러스터의 중심지로서 GM·혼다·닛산 등 완성차업체와 로버트 보쉬 같은 글로벌 부품사가 생산 거점을 마련한 곳이다.
낮은 인건비에 집착해 중국에 생산기지를 의존하는 현 구조를 수술하지 않으면 이 같은 가동 중단 사태는 언제든 재발 가능하다. 이번 기회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적극 나서 중국 중심으로 짜인 한국의 글로벌 공급망을 혁신하자는 주문도 나온다. 2018년 12월 발효된 CPTPP는 일본과 베트남, 멕시코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 국가가 참여한 경제동맹체다. 농수산물과 공산품에 대한 역내 관세 철폐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 사슬은 동력을 많이 잃었다. 이미 한국의 국외 투자는 중국보다 베트남 같은 아세안 국가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한국의 높은 중국 의존도를 해소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CPTPP 가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신종 코로나 사태에 따른 부품 수급 차질로 현대차와 기아차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혁 기자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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