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선거 앞둔 베네수엘라서 투표 기계 수천 대 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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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10. 오전 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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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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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투표 기계 대부분 소실…여야 모두 상대에 의혹 제기

투표기계가 보관됐던 베네수엘라 선거관리당국의 창고 [AP=연합뉴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올해 의회 선거를 치르는 베네수엘라에서 의문의 화재로 투표 기계 수천 대가 불탔다.

9일(현지시간) A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7일 수도 카라카스 외곽에 있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창고에 불이 났다.

이 화재로 창고 안에 있던 투표 기계 4만9천323개와 지문 인식기 5만 개가 불에 타 망가졌다. 무사한 투표 기계는 562대에 그쳤다.

베네수엘라는 전국 규모의 선거가 전자 투표로 진행되는데 투표에 사용되는 기계 대부분을 못 쓰게 된 것이다.

당장 올해 국회의원 선거가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베네수엘라 의회 선거는 통상 연말에 치러지지만,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은 여소야대 국회를 바꾸기 위해 조기에 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여야 모두 상대 쪽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친정부 인사들로 채워진 선거관리위원회의 티비사이 루세나 위원장은 화재 원인에 대해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 과정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면 잘못 생각한 것"이라고 방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차질 없이 선거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화재가 "독재정권"의 소행이라고 믿는다며 "왜 정부가 보관하고 있던 민감한 자산에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정부가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컨설팅업체 IHS마킷의 디에고 모야-오캄포스는 AP통신에 "화재 원인이 무엇이든 정부는 야권 탄압에 이용할 것"이라며 "어쩌면 야권 지도자를 탄압할 구실을 만들기 위해 정권이 직접 불을 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베네수엘라 선거는 계속해서 부정 시비를 낳았다.

지난 2017년 제헌의회 선거 당시엔 베네수엘라 전자투표 시스템을 제공하는 영국 업체 스마트매틱이 정부에 우호적인 표가 100만 표 이상 부풀려졌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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