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미세먼지…서울관광 중국인 “베이징보다 심해” 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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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1.14. 오후 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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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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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부분 지역 미세먼지 농도 ‘매우 나쁨’ 기록

외출 줄이고 강아지 산책도 꺼려…‘맘까페’엔 등원 걱정



14일 오전 마스크를 쓴 시민 뒤로 미세먼지 탓에 뿌옇게 흐려진 서울 광화문 일대가 보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마스크 필요하신 분은 가져가세요”

14일 아침 7시께, 경기도 하남과 서울을 오가는 30-3번 버스기사는 일회용 마스크가 가득 든 통을 승객들에게 건넸다. 미처 마스크를 챙겨오지 못한 승객들은 버스기사가 건넨 마스크를 하나씩 뽑아 자리에 앉았다. 버스는 뿌연 미세먼지를 가르며 도로를 달렸다. 버스회사 관계자는 “경기도에서 미세먼지가 심각할 때 버스회사에 배포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오늘도 미세먼지가 심각해 경기도 쪽에서 마스크를 회사 쪽으로 지급해 승객들에게 배포했다”라고 설명했다.

이틀째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가운데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출근을 하며 최대한 외출을 삼가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일로 외출하더라도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정아무개(24)씨는 “근처에서 스터디하고 집에 가는 길이다. 미세먼지가 심각해서 취소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는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스터디라 그냥 하기로 했다. 스터디원들이 다들 마스크를 하고 나왔다. 원래 스터디를 마치고 함께 밥을 먹는데, 오늘은 미세먼지 때문인지 다들 빨리 들어가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중국인 장혜(33)씨는 “오늘은 서울이 베이징보다 공기가 안 좋은 것 같다. 12일부터 한국 여행 중인데 미세먼지가 계속 심각해서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도로분진흡입청소차의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필터의 모습. 왼쪽 사진은 청소전 필터이며, 오른쪽 사진은 6000㎞를 달린 뒤 필터의 상태다. 평소 서울 시내에는 분진청소차가 80대 정도 다니는데 14일은 미세먼지가 심해 100대가 투입됐다. 각 분진청소차량마다 필터는 20개 가량 달려있다. 오연서 기자
아이를 둔 부모들의 걱정도 크다. 한 ‘맘까페’에는 “이번달은 (미세먼지) 최악이 많이 떠서 그런 날에는 어린이집을 안 보냈는데 그러다 보니 출석은 3번만 했다”며 “(정부의 보육료 지원 기준인) 11일을 벌써부터 못 채울 것 같다”라고 걱정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밖에도 “알레르기 비염 때문에 미세먼지만 나빠지면 콧물이 나오고 기침을 하는데 어린이집 등원이 고민이다”, “마스크에 목도리를 꽁꽁 싸매서 보냈지만 찝찝하다” 등 미세먼지를 걱정하는 글이 ‘맘까페’에 여럿 올라왔다.

미세먼지 탓에 개 산책도 꺼리는 분위기다. 서울 뚝섬한강공원에서 만난 ‘도그워커’(개 산책을 시켜주는 일) 박아무개(36)씨는 “직업이라 고객이 취소하지 않으면 강아지를 산책시키기 위해 나와야 한다. 하루에 다섯 마리 정도 산책시키는데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주인들이 개들을 잘 산책시키지 않으려 한다. 오늘도 산책 나온 개들이 한 마리도 없었다. 같은 시간대에 자주 마주치는 분들도 며칠 동안 못 만났다”라고 말했다. 푸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온 ㄱ씨 역시 “미세먼지가 걱정됐지만, 강아지가 너무 답답해해서 어쩔 수 없이 나왔다. 평소 두 시간 정도 산책하는데 오늘은 한 시간만 산책하고 집에 가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애견유치원 관계자는 “원래 야외산책 프로그램이 따로 있는데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견주들이 야외활동을 원하지 않아 실내활동으로 대체한다. 보통 강아지용 실내 러닝머신 기계를 사용한다.”라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운영하는 대기환경 정보 누리집 ‘에어코리아’를 보면 14일 현재 영동, 전남, 부산, 경남, 제주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15일에도 대부분의 지역이 ‘나쁨’ 수준의 미세먼지 농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연서 이주빈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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