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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행복한 가족 만들기

 만남을 위해 준비하세요

동물을 키우기로 마음먹고 입양할 동물도 정했다면? 데려오는 첫날에는 동물도 가족들도 설레고 떨린다. 동물을 처음 키우는 상황이라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어쩔 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새로운 가족을 맞는 첫날, 낯선 곳에서 천천히 적응해 나갈 수 있게 배려하는 방법을 알아 보자.

밥그릇과 사료 등 입양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할 물품들이 있다. 하지만 필수적인 것 외의 다른 용품들은 천천히 적응하면서 준비해도 늦지 않다.

1 무엇부터 준비해 두어야 할까요

동물을 위한 용품들은 당장 필요한 것만 준비해 두자. 다만 입양 당일 충동적으로 구매하지 말고 미리 차근차근 살펴서 준비해 두는 것을 추천한다. 우선은 밥그릇, 물그릇, 사료, 화장실(고양이의 경우 모래도) 혹은 배변판이 필수적이다.

성견을 입양한다면 목줄이나 가슴줄을 함께 준비해 두자. 입양 후 일주일 정도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목욕을 피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샴푸도 빗도 당장 필요하지는 않다.

개나 고양이가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안락한 쿠션이나 집을 마련해주는 것도 좋다. 어린 강아지나 고양이라면 갑자기 어미를 떠나 낯선 곳에 와서 불안해 하며 울거나 잠을 못 이룰 수 있으므로 푹신한 인형이나 방석, 베개 등과 함께 보온팩을 넣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똑딱똑딱 소리가 나는 작은 시계를 추천하기도 하는데, 이는 심장소리처럼 규칙적인 소리를 느끼고 안정을 취할 수 있게 유도하려는 것이다.

처음 동물을 데려오기 전에 기본적인 상식을 공부하는 것도 필요하다. 동물 육아와 관련된 책을 사서 보거나, 가까운 이웃이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또한 근처에 있는 동물병원들 중 다닐 곳을 정해서 상담을 받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어린이가 있는 집이라면 아이가 친구들을 데려와 동물을 보여주거나 만지면서 스트레스 주는 일이 없도록 당부해 두고, 입양한 당일에는 손님이 오는 것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2 이제 데리러 갑니다. 우리 집의 새 식구!

포근한 바구니나 집을 마련해 두면 낯선 환경에서도 안정감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된다.

데리러 갈 때는 이동가방을 준비하고 가방 안에 부드러운 이불이나 천을 깔아 푹신하게 만들어 두자. 시간은 가능한 한 오전이나 낮시간이 좋다. 낯선 환경을 둘러보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해가 있는 시간에 데려와야 새로운 환경에 빨리 익숙해질 수 있다.

밥을 먹고 바로 데려오면 차멀미 때문에 구토를 할 수 있으니, 데려온 후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출발 전에는 금식하는 것이 좋다. 장시간을 이동해야 한다면 식후 2~3시간 후에 출발하도록 하자.

차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이동가방이나 상자를 바닥에 놓아두는 것보다, 가방을 안거나 가방에 손을 넣어 쓰다듬으면서 이동 중에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다. 상냥하게 말을 걸면서 두려움을 없애 주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집에 도착하면 집안 여러 곳을 다니지 않게 방문을 닫고, 가방에서 억지로 꺼내지 말고 스스로 나올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며 기다리자.

3 서로에게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환경이 바뀌면 누구든 긴장하기 마련이다. 특히 어린 아기 동물의 경우에는 더욱 예민할 수 있으니 많은 사람과 접촉하거나 목욕, 미용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한동안은 이전에 먹던 사료/음식을 동일하게 먹이면서 서서히 바꿔주는 것이 좋다. 갑자기 음식이 바뀌면 설사를 일으킬 수도 있다. 또 어린 아기 동물의 경우에는 어른과 달리 하루에 2번 밥을 먹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최소 하루에 4~6회씩 자주 밥을 주어야 한다.

간혹 분양처에서 ‘너무 크지 않도록 하려면 사료의 개수를 40~50알로 제한해서 하루 두 번 주라’고 권하는 말을 따르다가 저혈당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적게 먹여서 몸 크기를 작게 만든다는 것은 얼토당토 않은 방법이다. 성장기에 식사량이 부족하면 몸집이 작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미숙아가 되거나 병이 들기 쉽다.

고양이의 경우 화장실과 밥은 미리 준비해 두고, 달아나지 않도록 창문과 방문을 모두 닫은 후 가방을 열어주자. 화장실 변기 뒤나 싱크대 밑 등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숨어버리는 경우도 많은데, 이때는 억지로 끌어내려 하지 말고 맛난 음식과 화장실을 눈에 띄는 곳에 두고 스스로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병원에 데려가서 접종을 시작하기 전에 새로운 집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게 해 주자. 평소의 상태를 관찰하면서 식사와 용변상태, 행동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자. 적어도 처음 일주일은 신경을 써야 한다. 목욕이나 미용, 산책, 손님맞이 등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어 다른 질병으로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접종을 시작하고 나면 더욱 그러하다.

병원을 찾아왔던 동물 중에 갓 입양된 생후 2개월의 말라뮤트가 있었다. 분양처에서 접종을 시킨 다음날 데려왔는데 가족의 친구들이 한번씩 만져보고 안아주며 접촉이 많아지자, 덜컥 파보장염에 걸려 시름시름 앓아서 내원했다고 했다.

물론 데려오기 전에 원인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접종 후 지나친 스트레스로 질병이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집에 데려 온 직후에는 최대한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4 이렇게 사랑해 주세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동물의 5대 자유’가 있다.

1) 갈증, 배고픔, 영양부족으로부터의 자유 (신선한 물과 음식에 쉽게 접근)

2) 불안으로부터의 자유 (적합한 피난처와 안락한 쉼터 마련)

3) 통증, 부상,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예방과 빠른 진단 및 치료)

4)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자유 (충분한 공간과 적절한 시설, 같은 종의 동반자와 함께할 수 있는 환경)

5) 불안과 공통으로부터의 자유 (정신적 고통을 피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이는 모든 동물들이 공통적으로 존중받아야 할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이다. 마찬가지로 가족의 구성원으로 동물과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서 우리가 존중해야 할 기본적인 점들이 있다.

적절한 음식과 잠자리, 쉴 곳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환경이지만, 무엇보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유대감을 쌓는 것이 동물과 한 가족이 될 수 있는 조건이다.

첫 번째는 음식이다. 동물의 연령에 맞게 적절한 영양소가 함유된 음식과 물을 충분히 공급해주어야 한다.

두 번째로 편안하게 배변을 할 수 있도록 화장실이 제공되어야 하고, 실외 배변의 경우에는 최소 2~3회 이상 쉽게 용변을 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또,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자신만의 공간을 제공해주자. 그 공간에 있을 때는 쉴 수 있게 방해하지 말자.

네 번째로 칭찬과 스킨쉽은 필수이다. 특히 개의 경우 본능적으로 많이 만져주고 쓰다듬어 주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충분한 스킨쉽을 통해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자. 혹 소심한 고양이라 먼저 다가오는 것을 꺼려한다면, 고양이가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려주자. 이때에는 스킨쉽 대신 부드러운 칭찬을 많이 해 주자.

또, 적절한 놀이와 운동을 함께 하는 것도 좋다. 물론 억지로 시킬 필요는 없다.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주자는 뜻이다. 시간을 보내면서 좋은 추억을 만드는 것이 ‘행복한 가족 만들기’의 중요한 기본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좋은 관계를 가지기 위해 교육과 독립성을 키워주는 것도 시도해 보자. 너무 엄격한 훈련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마냥 받아주는 것은 더욱 좋지 않다. 적절한 교육으로 할 수 있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가르쳐주는 일이 필요하다. 너무 다그치지 말고 룰을 정해 일관성있게 교육하자. 적절한 칭찬과 보상은 교육효과를 높여 좋은 습관을 갖게 하는 요령이다.

함께 살다 보면 칭찬할 일도 혼을 내야 할 일도 있을 것이다. 동물들은 우리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못하다. 때문에 칭찬할 때에는 약간은 과장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표현에 인색한 사람이라도 표현 방법을 연습해 보자. 칭찬을 자주 받고 칭찬받는 것을 즐길 수 있는 아이로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박정윤
올리브 동물병원 원장
어렸을 때부터 동물이 좋았고, 지금도 수의사인 것이 좋다. 2012년에 18살 개 야토를 떠나보내고 현재 17살, 15살 된 노견 둘과 고양이 넷과 살고 있다. SBS [TV 동물농장] 자문수의사로 활동하며 알려졌으며 그 외 KBS, MBC 등 방송 프로그램의 자문수의사로 활동했다. 동물자유연대 자문수의사, 동물보호단체 KARA 자문수의사. 한겨레신문 토요판 칼럼 '박정윤의 P메디컬센터' 연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