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 | 순결, 변함 없는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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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카키색 텐트까지 준비한 친구 덕에 모처럼 캠핑을 즐겼다. 하지만 특별히 놀거리가 없는 자연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먹거리를 만드는 일과 나무를 구하는 일, 그리고 불을 피우는 일뿐이었다. 사실 놀거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즐길 줄 몰랐던 것이리라.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나뭇가지를 주우러 배회하고 있을 때였다. 배추를 다 뽑고 난 후라 시든 잎들만 수북한 밭 한쪽에 백합꽃들이 피어 있는 것이 아닌가. 몇 송이 꺾어 나뭇가지와 함께 가져와 물 컵에 담아 두었더니, 적적했던 텐트가 몰라 보게 밝아졌다. 옆 텐트 사람들은 부러움의 눈길마저 던진다. 겨우 꽃 몇 송이인데도 사람들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렇게 꽃을 즐기며 별을 보다 보니 어느새 떠나야 할 시간. 자리를 정리한 다음, 모아둔 나뭇가지들을 다음 사람들을 위해 쌓아두고 그 위에 정들었던 백합컵을 올려뒀다. "이 자리는 행운의 자리입니다."라는 쪽지와 함께. 꽃으로 멋을 낸 야외 식탁에서 밥을 먹고, 밤새도록 불을 피우며 별을 구경하는, 그런 삶의 쉼표가 간절한 요즘이다. 그날을 떠올리며 백합으로나마 위로를 삼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