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을 나누다

백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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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 플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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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Lily)
꽃말 순결, 변함 없는 사랑

아담한 카키색 텐트까지 준비한 친구 덕에 모처럼 캠핑을 즐겼다. 하지만 특별히 놀거리가 없는 자연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먹거리를 만드는 일과 나무를 구하는 일, 그리고 불을 피우는 일뿐이었다. 사실 놀거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즐길 줄 몰랐던 것이리라.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나뭇가지를 주우러 배회하고 있을 때였다. 배추를 다 뽑고 난 후라 시든 잎들만 수북한 밭 한쪽에 백합꽃들이 피어 있는 것이 아닌가. 몇 송이 꺾어 나뭇가지와 함께 가져와 물 컵에 담아 두었더니, 적적했던 텐트가 몰라 보게 밝아졌다. 옆 텐트 사람들은 부러움의 눈길마저 던진다. 겨우 꽃 몇 송이인데도 사람들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렇게 꽃을 즐기며 별을 보다 보니 어느새 떠나야 할 시간. 자리를 정리한 다음, 모아둔 나뭇가지들을 다음 사람들을 위해 쌓아두고 그 위에 정들었던 백합컵을 올려뒀다. "이 자리는 행운의 자리입니다."라는 쪽지와 함께. 꽃으로 멋을 낸 야외 식탁에서 밥을 먹고, 밤새도록 불을 피우며 별을 구경하는, 그런 삶의 쉼표가 간절한 요즘이다. 그날을 떠올리며 백합으로나마 위로를 삼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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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한 송이, 컵 하나로 쉽게 하는 플라워 스타일링. 누구나 꽃을 보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지지만, 막상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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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림출판사는 1989년도에 창립, 1990년대에는 문학 전문 출판사로 문학계간지 상상 등을 출간하였으며 2000년대 들어와 '세상의 모든 지식' 살림 지식총서와 다양한 분야의 『시크릿』, 『미 비포 유』, 『가재가 노래하는 곳』,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편의점 인간』 등의 도서를 출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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