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이 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웠던 오광석은 별 생각 없이 그린 교내 미술 대회에서 상을 받거나 친구의 얼굴 특징을 캐리커처로 표현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포부를 그림으로 표출하는 방법에 기뻐했다. 곧장 한국조형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아티스트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 예상했지만 2018년 현재, 대중은 그를 ‘필독’이라는 아이돌 가수로 인식한다. 첫 번째 개인전 <필독을 필독하라>로 어엿한 아티스트 데뷔를 마친 후, 공백기를 거쳐 그가 염원하던 <나일론>과 조우하게 됐다. 그의 아이덴티티 ‘스마일’과 꼭 닮은 얼굴로 말이다.
“유치원생 때 ‘갑돌이와 갑순이’로 춤에 대한 재능을 발견했다. 어이없지만 이건 팩트다.”(웃음)
열린 마인드인 부모님의 지지하에 사춘기 시절부터 힙합을 추면서 그림 역시 놓지 않았다. 본인의 능력치가 너무 높아 곤란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내가 도대체 지금 뭘 하고 싶은 거지?’란 복잡한 생각에 부딪쳤다. 가수, 댄서, 아티스트, 래퍼, 그 모든 것을 다 하고 싶은데, 어느 하나만 결정하는 건 상당히 괴로운 일이었고, 결국 그 틀 자체를 깨버렸다.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합친 그 자체가 ‘아티스트’인 것 같다”고 필독은 대답한다.
너무 많다. 난 항상 무언가 ‘너무’ 많아서 탈인 것 같기도.(웃음) 노보. 타투이스트로 알려졌지만 노보 형의 생각을 풀어내는 방식이 좋아 배우는 중이다. 잭슨 폴록, 샘 프란시스, 프랑스 그라피티 아티스트인 존원과 로버트 머더웰, 사이 톰블리 등 추상표현주의나 초현실주의 작가를 좋아한다.
사람과의 관계성을 중시하는 것 같다. 감정을 표현하는 ‘스마일’과 관련된 콘셉트가 유독 많은 것을 보면.
주위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며 활달하고 긍정적인 면면을 지니고 있다고 자신했는데, 가수가 된 이후 갑자기 대중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나란 사람은 그들에게 어떻게 비칠까? 난 대중에게 어떤 에너지를 줘야 하나?’ 이미지, 비주얼로 표현해 전달하는 방법이 가장 직접적이기에 긍정적·도전적·모범적인 나의 생각을 춤과 그림에 반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스마일이 많아지고 나의 아이덴티티가 됐다.
1.실시간 SNS 라이브를 하면서 1시간여에 걸쳐 완성된 작품이다. <나일론>과의 작업이 결정된 순간 느낀 감정을 표현했다. 날것, 컬러풀한 감각의 <나일론>과 나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으니까. 가장 선호하는 주황, 노랑, 파랑의 컬러를 사용했다. 노랑은 나 자신을, 파랑은 가족과 환경, 집을 표현하고, 주황은 내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편이다.
2.‘NYLON’ 4개와 ‘FEEL IT’. <나일론>을 위한 두 번째 작품으로 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해외에서 <나일론>은 패션뿐만이 아닌 아트, 디자인 분야에서도 선두를 달린다. 컬처적인 트렌디함을 잘 살리는 매거진으로, 언젠가는 꼭 컬래버레이션할 기회를 바라고 있었기에 이 시간이 기뻤다. 신인 아티스트에게 고마운 매거진이다.
3.첫 번째 개인전 포스터에 사용한 액자. ‘그림 안에 그림’이란 주제로 전시장 2층에 걸려 있었다. 작업하는 과정이 액자를 통해 보는 공간은 또 다른 작품이 될 수도 있기에. 2D로 존재하는 액자에 3차원적 효과를 담아내는 것이 가능하다.
4.‘Be Positive No Negative’라는 나의 슬로건이 있는 백팩. 몸에 있는 타투처럼 항상 짊어지는 가방에도 타투와 같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민무늬를 가만 놔두지 못하는 습관이 있다. 뭔가를 채워야 한다는 무의식적 압박감이 단색 톤을 선호하게 된 것이 아닐지.
타이틀은 ‘Be Positive’다. 존원이나 노보 작가에게 영향 받은 기법을 사용해 페인트와 마카가 흐르면서 점점이 퍼지는 느낌으로 과감하게 표현했다. 한 사람의 웃음이 많은 이에게 전염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가득한 작품이다.
세월호 4주기까지 그들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해마다 ‘세월호’ 작품을 하고 있다. 정크아트 형식을 통해 직접적이고 입체감 있는 생생함을 전달하고자 돛을 달아 올렸다.
유앤비로 활동하면서 작품을 할 여건이 힘들어지지는 않았나?
그래서 유앤비 데뷔 음반 <BOYHOOD> 재킷을 위해 타투이스트로 잠깐 변신했다. 멤버의 신체 부위에 그림을 그려넣은 것에 불과하지만, 각 멤버의 이미지를 해석하며 진행하는 과정이 정체기에 놓여 있는 감성을 깨웠다고나 할까.(웃음) 스케줄이 바쁘 건 사실이지만 앉은 자리에서 가볍게 펜으로 에스키스, 스케치 등을 많이 그리게 되더라. 카페의 컵홀더가 크라프트지 같아 펜으로 쓱쓱 그리는 맛이 좋거든.
그렇게 조금씩 그린 작품도 모아놓으면 꽤 되지 않나? 두 번째 개인전도 기대해볼 수 있을까.
공백 때 그림을 많이 그렸다. 춤과 음악으로 작업은 했지만 나의 감정을 한곳에 담아두고 싶었다. 하루에 다섯 작품씩 완성할 정도로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 작품들은 네거티브했던 내 감정의 메모리 카드, 외장 하드였는데 모순인 건 그 안에는 ‘웃고 싶다’라는 바람을 담았다. 혼자만의 감정이 아닌 다른 누군가는 이 그림을 보고 다른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거란 호기심에 첫 번째 전시회를 기획하게 된 거다. 이러한 나의 생각과 신념, 가치관을 인스타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 두기보다는 아날로그적인 동시에 직접 관람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예정대로라면 지금 이 봄에 두 번째 전시회를 열고 싶었다.(웃음)
컬래버레이션을 한다면.
나이키와 정식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싶다. 나이키의 슬로건 ‘Just Do It’이 마음에 든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그 슬로건의 의미와 비례한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그림, 랩, 프로듀싱 등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는 빈지노 같은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뮤지션 입장에서는 정말 롤모델이다. 춤이든, 음악이든 그림이든 내가 가지고 있는 행복 에너지를 널리 퍼트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온 세상에 스마일이 가득한 그날까지!
CREATIVE DIRECTOR LIM JUN YEON
PHOTOGRAPHER YOON SANG MYOUNG
스타일리스트 YOO AH 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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