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젠더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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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2. 2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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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젠더 수업]
김고연주/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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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어렸을 때부터 여자니까 예쁘고 착하게 행동해야지.” “사내자식이 울면 못써!” “남자답게 해 봐.” 이런 말을 종종 들었을 거예요. 부모님들은 딸에게는 주로 분홍색 치마를, 아들에게는 하늘색 바지를 입히고, 딸에게는 인형을, 아들에게는 자동차를 사 주곤 합니다. 학교 선생님들도 은연중에 여학생들에게 좀 더 얌전하기를 기대하곤 해요. 반면 남학생들은 게임에 몰두하거나 주먹다짐을 하더라도 남자애들은 원래 좀 거칠지.’ 하면서 너그럽게 생각하곤 하지요.
특히 아이들이 성장할수록 이러한 기대와 교육은 더욱 강해집니다. 여자와 남자에게 걸맞은 성 역할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생각, 나아가 성 역할은 꼭 지켜야 할 사회적 약속이라는 생각 때문이에요. 그래서 아이들은 각자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에 익숙해지면서 성에 따른 역할 차이, 이른바젠더를 배우게 됩니다. (중략)
하지만 때때로 자신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은 불편함, 또는 다른 옷을 입고 싶은 답답함을 느낄 거예요. 그런 불편함과 답답함을 억지로 모른 척하지는 마세요.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진짜 자기 모습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남성성과 여성성이 결코 본질적이거나 타고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 그것이 멋진 남성, 멋진 여성으로서 자기만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출발점입니다. (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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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의 엘사와 안나 공주는 여러 면에서 그동안의 공주와 달라요. (중략) 특히 「겨울왕국」에는 이전 애니메이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장면이 있어요. 바로 안나가 한스 왕자에게 첫눈에 반해서 결혼하겠다고 결심하는 장면이에요. 이런 장면은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로맨틱하게 그려지곤 했지요. 그런데 「겨울왕국」에서는 조금 다르게 흘러가요. 언니 엘사는 안나의 결심을 축복하지 않아요. 그 대신 단호한 말로 결혼에 반대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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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만난 사람하고 결혼해서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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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사는 마치 엘사가 안나뿐 아니라 다른 디즈니 공주들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백설 공주나 신데렐라 같은 공주들이 「겨울왕국」을 보고 있었다면 이 장면에서 살짝 찔렸을 거예요.
늘 왕자와의 사랑을 노래하던 디즈니의 공주들이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 있었을까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감독의 가치관입니다. 겨울왕국의 감독은 크리스 벅과 제니퍼 리 두 명이에요. 특히 제니퍼 리는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최초의 여성 감독인데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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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를 중심으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바라보고자 했다. 왕자만이 유일한 답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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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 탄 왕자를 만남으로써 인생이 행복해지기를 기대하는 공주의 이야기는 더 이상 소녀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제니퍼 리 감독의 생각에 모두 동의하나요? (185-186)

나의 첫 젠더 수업

저자 김고연주

출판 창비

발매 201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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