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개월 군복무하며 약초캐기·벌목 동원돼…62년만에 순직처리

입력
기사원문
김지헌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1960년대 군대 '후생사업' 피해자…"전역 불발에 극단적 선택"
군사망진상규명위, 합당한 예우 권고…6·25때 국민방위군 사망자는 유공자 등록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과거 군대의 부당한 행정 처리로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렸던 군인이 반세기 넘게 지나서야 명예를 회복할 길이 열렸다.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진상이 규명되고 이의신청 기간이 지난 사건을 28일 공개했으며 1960년 일어난 전모 하사 사망 사건이 공개 대상에 포함됐다.

과거 기록에 전 하사는 '불우한 가정환경을 이유로 제대를 희망했으나 제대하지 못함을 비관해 총기 자해'했다고 기재됐다.

하지만 위원회 조사 결과 전 하사는 1960년 당시 법정 복무기간인 33개월을 훌쩍 넘긴 64개월 동안 제대를 하지 못한 채 계속 복무하던 상황이었다.

당시 전 하사 외에도 정상 복무 기간을 초과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 복무 기간에 전 하사 등이 수행한 일은 벌목, 약초 캐기 등으로 돈을 버는 소위 '후생사업'이었다고 한다.

후생사업은 당시 열악한 사회환경 속에 군에 만연했던 부정부패의 하나로, 각종 사업에 장병을 동원해 번 돈을 간부들이 횡령·착복한 사건을 일컫는다.

전 하사는 2남 2녀의 장남으로 부모가 일찍 사망한 뒤 동생들을 부양하던 중 자신은 입영 면제자임에도 동생의 군 복무를 대신하기 위해 대리 입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가족에게 돌아가고자 전역을 희망했지만, 불상의 이유로 전역이 보류됐고, 계속되는 전역 불발에 무력감에 휩싸여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위원회는 밝혔다.

위원회는 "부당한 전역 연기 및 조직적 부정부패에 강제 동원 등 부조리가 원인이 돼 사망한 망인을 순직 처리하고 합당한 예우를 권고했다"며 "후생사업 관련 사건들을 종합적으로 분석,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위원회는 1951년 군인 3명에게 끌려간 뒤 몇 달이 지나 총에 맞아 숨진 채 돌아온 정 모 씨 국민방위군 사건도 공개했다.

당시 유족은 군으로부터 사망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했는데 위원회 조사를 통해 정씨가 국민방위군 소속으로 전투 중 숨진 사실이 밝혀졌다.

국민방위군은 6·25전쟁 중 창설됐으나 간부들의 부정·착복으로 수많은 병력이 동사·아사·병사해 4개월 만에 해체된 조직이다.

정씨는 참전과 전사가 지난달 인정돼 전몰군경으로 국가유공자 등록 결정을 받았고 현충원 안장 등 후속 조치가 취해졌다.

한편 위원회는 지난 27일 제52차 정기회의를 열어 진상규명 24건 등 34건을 종결 처리해 지금까지 접수한 1천787건 중 1천196건을 종결하고 591건을 처리 중이라고 밝혔다.

이 회의에서는 1987년 실제로는 선임들이 군기를 잡던 중 외력에 의한 쇼크로 사망했음에도 영내 개울에서 목욕 중 쇼크로 질식사했다고 기록되는 등 당시 군사경찰이 은폐·조작한 사망 사건 등이 처리됐다.

이날 회의에서 종결 처리된 사건은 이의제기 등에 필요한 기간 3개월이 지나면 세부 공개가 가능하다.

jk@yna.co.kr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정치,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