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학습플래너'라더니...취준생들 울리는 평생교육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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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1.08. 오후 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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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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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학에 가지 않아도 교육부가 인가한 평생 교육기관에서 학점을 따면 전문 학위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바로, 학점은행제라는 제도인데요.

학점은행제 이용자를 도와주는 직업, 이른바 '학습 플래너'가 안정적 수익을 보장한다며 구직자를 꾀는 광고가 많은데, 실제로는 다단계 방식의 취업 사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사회 초년생들이 주로 피해를 당했는데 엄윤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평일 10시 출근, 연봉 2,400만 원으로 1년 차에 3천만 원 이상 벌 수 있는 정규직.

취업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교육부 인가 원격평생교육원의 '학습플래너' 채용 공고입니다.

'학습플래너'는 '학점은행제'를 이용해 학위를 따려는 사람들의 학습 계획을 짜주고 맞춤형 강의를 듣도록 도와주는 직업입니다.

정말 공고대로 조건이 좋을까?

YTN 취재진이 직접 면접을 보러 가봤습니다.

[A 평생교육기관 관계자 : (정규직인가요, 계약직인가요?) 정규직이고요, 저희가 근로 계약이 아니라 인센티브제라 프리랜서 계약으로 들어갑니다. (4대 보험은 따로 안 들어가나요?) 사대보험 같은 경우에는 경력 이상 분들을 희망하시는 분들 한해서….]

구직 광고를 보고 취업한 '학습플래너' 상당수는 20대 초중반의 사회 초년생들.

알고 보니 대행업체 소속 프리랜서 신분에다 급여도 기본금 50만 원에 나머지는 실적에 따라 달라져 최저 임금 수준도 못 받는 사례가 허다합니다.

[전직 학습 플래너 : 정규직이지만 영업부이기 때문에 기본금은 50만 원이라고 설명을 해주시더라고요. 거의 백만 원도 못 받았던 때도 있었고, 하루에 학습자 수를 받지 못했을 때는 퇴근할 수 없었어요.]

수당 지급 방법은 다단계 업체와 비슷했습니다.

개별적으로 더 많은 학습자나 학습플래너를 데려올수록 수당을 더 받도록 설계된 겁니다.

[전직 학습 플래너 : 주임이 되면 개인 매출뿐만 아니라 그때부터 자기 직원을 뽑아야 하는 구조가 생기는 거죠. 주임에서 팀장으로 가려면 그 밑에 나의 부하 직원을 키워서 사이즈가 커져야 해요.]

이렇다 보니 주된 업무도 학점은행제 이용자들의 학습을 돕기보다는 블로그나 SNS 홍보 글을 통해 수강생을 모집하는 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전직 학습 플래너 : 제가 있던 평생교육원에 그 과목이 없을 때 다른 평생교육원에 들어가서 신청하게 하기도 하고, 지금 과목 수가 있는, 현재 개강하고 있는 평생교육원에 들어가서 신청해주면 된다 그런 식으로 교육해주셨습니다.]

법에는 정식으로 평생교육원에 소속된 직원 외에 '학점은행제' 학습자를 모집하는 건 모두 불법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다른 교육훈련기관으로 학습 과정을 유도하거나 연계하는 행위도 위법입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 : 직접적으로 (속해져 있는) 기관, 즉 정직원이라는 개념입니다. 프리랜서 형태로 모집을 해오면서 수당 형태대로 이런 부분은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위촉 계약이나 프리랜서로 하는 계약은?) 금지입니다.]

업체들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A 평생교육기관 관계자 : (여기 안에서 일하시는 분들, 다 정규직으로 학습 플래너 활동하시는지?) 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맞는데, 갑자기 당황스럽게 오셔서 이렇게.]

[B 평생교육기관 관계자 : 가끔 일탈하는 직원들이 있어요. 저희 모르게 다른 쪽에 등록을 시키고 저희한테는 그냥 등록을 안 시키고, 다른 쪽에 하면 그쪽에서도 돈을 더 주나 봐요.]

현재 '학점은행제' 학습자를 모집하는 대행업체 소속 직원만 만여 명으로 추정됩니다.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일부 학습플래너는 업체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해 경찰 수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YTN 엄윤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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