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포기 못해"…몸값 11조원 칭화유니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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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0.19. 오후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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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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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대신 새주인 찾기…7월 파산신청 후 첫 채권단회의

분할 매각 아닌 일괄인수 추진
사업부 분해 없이 살아남을 듯
알리바바도 전략투자자 신청
몸값 최대 11조원, 연말께 선정


중국 SMIC와 함께 중국 반도체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던 거대 반도체 설계·제조 업체 칭화유니(쯔광그룹) 인수전이 치열해진다. 지난여름 인수 의사를 밝힌 5개 기업에 더해 2개 기업이 일괄 인수를 추진하면서 총 7개 업체가 투자자 후보에 올랐다. 매각 방식도 일괄매각 방식으로 추진돼 칭화유니가 공중분해되는 대신 주인만 바뀌어 온전히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18일 칭화유니그룹이 공식 위챗 계정에 게시한 채권단 회의 결과에 따르면 칭화유니 전략적투자자 모집에는 총 7곳이 참여했다. 그룹 측은 성명에서 "정부가 임명한 관리자가 회사 인수에 관심을 보인 전략적투자자 7곳의 구조조정 제안을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각 방식은 일부 우량 자산만 떼어 매각하는 방식이 아닌 그룹 전체 일괄 인수를 원칙으로 하게 된다.

칭화유니그룹은 지난 7월 파산 구조조정 절차를 개시한 직후 전략적투자자 유치 공고를 냈다. 회사 측은 "1차 채권인 회의가 성공적으로 열린 것은 구조조정이 마지막 중요한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라며 "조속히 전략적투자자를 확정해 그룹 부활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칭화유니그룹은 투자자 목록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19일 채권단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략적투자자 참여를 신청한 기관이 광둥헝젠, 베이징전자홀딩스, 우시산업발전그룹 등 국유기업 6개와 알리바바 등 총 7개라고 보도했다. 지난 6월 투자자 후보 명단에 올랐던 알리바바 등 5개 기관에 중국 최대 민간·군사용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전자(차이나일렉트로닉스)와 상하이 궈성그룹 컨소시엄 등 2개 기관이 추가됐다. 중국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는 국유기업들과 최근 잇따른 규제로 정부 눈치를 보고 있는 알리바바가 참여했다는 점에서 결국 칭화유니를 살리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전략적투자자 후보들이 제시한 인수 금액은 500억~600억위안(약 9조2000억~11조원)이다. 이들 후보 중 칭화유니그룹을 인수할 새 주인은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차이신은 "베이징 법원은 유니그룹 채권단에 10월 8일까지 청구권을 행사하라고 명령했다"며 "중국 파산법에 따라 회사는 내년 4월까지 잠재적 전략적투자자와 구조조정 계획을 논의하고 합의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칭화유니그룹은 '중국의 반도체 항공모함'이라는 별칭을 가진 반도체 설계·제조사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모교인 칭화대가 지분 중 51%를 보유한 반(半)국영기업이기도 하다.

칭화유니는 지난 10년간 공격적으로 해외 인수·합병(M&A)을 추진하다 부채가 쌓여 지난 7월 파산 신청을 했다. 2013년부터 반도체 업체인 스프레드트럼,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잇달아 인수한 후 합병해 팹리스 업체 UNISOC를 설립했고, 네트워크 업체 H3C, 메모리 업체 창장메모리도 인수했다. 2013년 이후 약 6년간 칭화유니그룹과 산하 회사가 20여 개 기업 M&A에 투자한 금액은 1000억위안(약 17조7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결국 무리한 투자로 지난해 6월 기준 칭화유니그룹 채무는 2029억위안(약 37조400억원)까지 불어났다. 이 중 800억위안(약 14조7400억원)은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였다.

칭화유니 파산으로 반도체 생산시설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빨간불이 켜진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지만, 중국은 반도체 증산을 위한 설비 투자를 꾸준히 늘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당국은 칭화유니의 주요 자산 전체를 인수하는 투자자를 선호한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차이신은 보도했다. 이 역시 반도체 생산량을 확대하려는 중국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대목이다.

국제반도체제조장비재료협회(SEMI)는 중국의 올해 4~6월 반도체 제조장비 판매액은 82억2000만달러(약 9조69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79%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제조장비 판매액은 반도체 생산 선행지표다. 중국에 제조장비가 많이 판매됐다는 것은 중국이 반도체 증산 설비에 투자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지난해 대만과 한국을 제치고 처음으로 반도체 제조장비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구매한 국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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