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눈과 얼음으로 덮인 알프스 산 꼭대기에는 아름다운 호수와 초록빛 목장이 있다. 사람들은 거기에서 사냥을 하기도 하고, 물고기를 잡기도 하며, 또는 소를 키우면서,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스럽기 이를 데 없는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내막을 알고 보면 벌써 오랜 세월 동안 악한 총독들의 정치에 괴롭고 고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알도르프 마을에서는 학정(虐政)이 심했다. 성을 쌓기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강제로 동원되어 모진 일을 하여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총독인 게슬러는 마을 광장에 막대기를 세우고, 그 위에다 모자를 씌운 뒤에 누구든지 거기에 인사하고 지나가도록 강요하는 것이었다.

어느 날이었다. 텔은 장남인 발왈터를 데리고 그 광장을 지나가다가, 그만 모자에게 인사하고 지나가기를 깜빡 잊고 말아 그 자리에서 체포되고 말았다. 악하고, 게다가 심술궂은 총독 게슬러는 텔의 아들 발왈터의 머리 위에 사과를 올려놓고는 그 사과를 활로 쏘아 맞추면 용서해 주겠다고 했다. 만약 조금이라도 실수한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 것인가? 게슬러는 어쩌면 그러한 불행스러운 사태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텔은 게슬러에게 용서를 빌었으나 게슬러는 텔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텔은 모질게 결심하고 활을 쏘았다. 화살은 사과 한가운데 정통으로 맞았다. 구경꾼들 사이에 만세 소리가 일어났다. 이에 다시 심술궂은 총독은 텔과의 약속을 이행하려 하지 않았다. 그 원인은 만약에 활쏘기에 실수라도 생긴다면, 텔은 총독을 쏘아 죽이려 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게슬러 총독은 오히려 구실을 만들어 그를 체포한 뒤, 배에다 싣고 죄인으로 연행하여 갔다. 그러나, 연행되어 가는 도중 텔은 폭풍이 부는 시간을 이용하여 탈출에 성공하게 되고, 끝내는 바위산 위에서 폭군 게슬러를 쏘아 죽이는 데 성공했다.

스위스의 온 마을마다 종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게 되고, 일찍부터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대기 태세에 있던 스위스 세 주의 사람은 일제히 들고일어나게 되었다. 그들은 총독의 성을 공격하여 이를 함락하고, 폭군과 그 부하들을 나라 밖으로 추방해 버리고 말았다. 모든 사람들은 한데 뭉쳐 "활의 명인 텔 만세!"를 소리 높이 외쳤다. 폭풍이 사라진 스위스의 마을에는 이제 평화로운 태양이 아름답게 빛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