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자 아이, 호주는 다섯살까지 엄마와 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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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5.23. 오후 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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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여성 수용자가 3개월된 자녀와 함께 교도소에 마련된 엄마와 아기를 위한 별도의 공간에서 머무는 모습. 호주·캐나다·영국 등에는 모두 이런 별도의 공간이 마련돼 있다. / wikimedia

한국에서 ‘수용자 자녀’는 낯선 개념이다. 관련 법이나 제도가 없고 이들에 대한 지원도 미미하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시작됐다.

호주의 경우, 수용자 자녀 관련 논의가 시작된 건 1980년대다. 호주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아동법원’이다. 아동법원은 수용자 자녀의 거취와 지원을 결정하는 권한을 가지고 부모의 구금으로 인해 적절한 양육자가 없을 경우 자녀는 복지기관·학교·병원·경찰·청소년지원센터·정신건강센터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아동법원과 교정당국의 판단에 따라 수용자 자녀는 다섯 살까지 엄마와 함께 수용시설에 거주할 수 있다. 이때 엄마와 자녀는 일반 교도소가 아닌 거실·샤워실·야외 놀이터가 있는 공간에서 생활하게 된다. 또 빅토리아주의 여성 교도소는 1981년부터 영·유아에서 취학 전까지 엄마와 함께 거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캐나다는 2000년대 초반부터 수용자 자녀와 관련된 활동을 벌여왔다. 특이한 건 수용자 자녀 문제에 가장 민첩하게 움직인 곳이 교정당국이었다는 점이다. 수용자가 가족과 맺는 관계가 수용생활의 안정과 재범 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마한얼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실제 수용자가 퇴소한 이후 가족관계가 유지되고 있을 때의 재범률이 낮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가족관계 유지돼야 재범률 낮아
캐나다 여성 연방 교도소가 2001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엄마 자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엄마와 자녀는 네 살까지 교도소에 함께 살 수 있고, 5~12세에는 주말과 휴일 동안 교도소에 거주할 수 있다.

이외에도 캐나다 교정당국은 수용생활 안정과 재범억제를 위해 일반적인 면회 외에도 침실·부엌·거실·화장실 등이 갖춰진 가정집과 같은 공간에서 두 달에 한 번 3일 동안 방문할 수 있는 면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방 교도소에 면회를 가는 사람들에게 한 달에 두 번 교통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수용자 자녀가 많은 나라 중 하나다. 때문에 정부와 민간단체·지역사회 등에서 수용자 자녀에 대한 지원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연방정부 차원에서 2001년부터 수용자 자녀에 대한 각종 지원을 시작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2006년에는 ‘자녀와 가족서비스 개선에 관한 법률’에 수용자 자녀에 대한 지원을 명문화했다. 아동가족국에서 이를 담당하고 있다.

법이 있으니 예산도 책정된다. 2007년 제정된 ‘두 번째 기회법(Second Chance Act)’에는 약 4억 달러(약 4900억원) 이상의 예산이 책정되고 집행됐다. 여기에는 수용자 자녀에 대한 지원도 포함돼 있었다. 2017년 미국 법무부 사법제도실이 의회에 제안한 예산안을 보면 부모를 체포할 때의 수칙 마련과 관련된 예산이 125만 달러(약 15억원), 수용자 자녀 지원 예산이 500만 달러(약 61억원) 정도로 책정됐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정책·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권수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수용자의 자녀는 수형자가 아니다”라며 “교정시설 내에서의 지원은 물론이고 민간단체와 정부기관의 협력체계를 구축해 다방면에서 수용자 자녀 양육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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