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주공 딜레마…33억 차익 보고 털까, 보유세 1억 내고 버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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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9.06. 오전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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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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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주공1단지 사업 지연되며
연간 최고 4000만원 보유세 부담
지금 팔면 차익 대비 양도세 적어
10년 이상 보유하면 80% 특별공제
'눈 앞의 황금알' vs '요원한 다이아몬드 알'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한강변에 국내 최고가 아파트인 아크로리버파크(왼쪽)와 나란히 붙어 있는 저층의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하면 몸값이 아크로리버파크를 능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관리처분계획인가 무효 소송에 휘말려 앞날이 불확실하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리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이하 반포주공1단지). 5300여가구를 짓는 사업비가 4조4000억원이다. 1만2000여가구의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비가 3조6000억원이고 9500여가구의 송파구 헬리오시티(옛 가락시영)는 2조5000억원이 들어갔다.

이 단지가 재건축으로 낳을 것으로 기대하는 ‘황금알’이 수렁에 빠졌다. 예상 밖의 법원 판결에 따라 사업이 ‘시계 제로’의 짙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면 추가분담금을 떠나 당장 조합원들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보유세 부담을 안는다. 그동안 상당한 시세차익으로 만족하고 손을 뗄 지, 적지 않은 비용 부담을 각오하고 끝까지 갈지 갈림길에 섰다.

법조계는 반포주공1단지 관리처분계획 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이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2~3년 걸릴 것으로 본다. 그 사이 원고가 모두 취하하면 법정 다툼이 끝날 수 있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당초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이 389명이고 이중 현재 130명이 소를 취하해 259명이 남아있다. 지난달 16일 서울행정법원의 관리처분계획 인가 취소 판결 이후 취하한 인원이 8명이다.

조합이 이기더라도 앞으로 2~3년 사업이 늦어진다. 조합이 져서 관리처분계획인가 취소가 확정되면 다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해야 해 1~2년 더 지체하게 된다.

이 사이 조합원들의 보유세 부담이 적지 않다. 당초 예정대로 올해 이주를 시작해 내년 철거하면 내년부터 입주 때까지 종부세를 내지 않고 토지분 재산세만 내면 된다. 토지분 재산세는 올해 공시가격이 가장 비싼 전용 196㎡를 기준으로 240만원이다. 재건축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땅은 사업용 토지로 간주해 세율이 낮다.

하지만 이주·철거가 미뤄지면서 조합원들은 계속 주택 재산세와 종부세를 내야 한다. 이 주택의 공시가격이 지난해 28억1600만원에서 올해 35억400만원으로 24.4% 뛰었다.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친 보유세(1주택)가 지난해 1800만원에서 올해 2700만원으로 급증한다.

올해 공시가격에 해당하는 보유세가 3445만원이지만 보유세 세부담 상한(150%) 덕에 800만원가량 줄었다.

공시가격이 내년 이후 변동이 없어도 2022년까지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격 중 세금 반영 비율)이 매년 5%포인트씩 올라가면서 보유세가 내년 3600만원, 2022년엔 4000만원으로 계속 불어난다.
반포주공1단지 보유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내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부담할 보유세가 총 1억1000만원이다. 이보다 작은 주택형들의 3년 보유세는 5000만~8000만원 정도다.

관리처분계획을 다시 세울 경우 재건축부담금(초과이익환수제)을 내야하고 분양가상한제 적용까지 받으면 보유세·재건축부담금·상한제 추가분담금을 합쳐 총 12억~15억원을 부담해야 새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다.

다만 고령이고 장기간 보유하고 있으면 부담이 줄어든다. 종부세에서 고령자·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받기때문이다. 60세 이상, 5년 이상 보유에 적용되고 최고 70%다. 최고 70% 특별공제를 받으면 올해 2700만원 정도인 전용 196㎡의 보유세가 1800만원으로 900만원가량 적다. 내년부터 2022년까지 내는 총 보유세가 60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5000만원) 감소한다.

반포주공1단지에는 고령자와 장기보유자가 많다. 2017년 시공사 선정 때 조합원 평균 연령이 74세였다. 10명 중 6명이 60대 이상이었다.

지금 팔면 양도세가 얼마나 될까.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 조합원 거래가 금지되지만 5년 이상 거주했거나 10년 이상 보유했으면 예외적으로 거래가 가능하다.

1주택자는 2년 이상 거주하면 9억원까지 양도세가 면제다. 반포주공1단지는 현재 모든 가구의 시세가 9억원 초과여서 양도세를 내야 한다.

반포주공1단지 집값이 급등해 양도세 공포가 크다. 반포주공1단지는 국내 최고가 아파트인 바로 옆 아크로리버파크보다 더 높은 집값 상승률을 보였다. 아크로리버파크 입주 이후인 2016년 8월 대비 아크로리버파크가 50%가량 올랐는데 반포주공1단지 상승률은 80%다. 10년 전 가격의 두 배가 넘는다.

5년 보유 혹은 10년 거주면 매도 가능

하지만 시세차익보다 양도세가 상대적으로 적다. 5년 40%, 10년 이상 80%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아서다.

5년 전에 전용 196㎡를 28억원에 매입해 지금 58억원에 판다면 시세차익이 30억원이다. 양도세는 차익의 22%인 6억6000만원이다. 10년 전 25억원 사서 33억원이 남으면 양도세는 2억2000만원으로 차익의 7% 정도다.

전용 106㎡를 10년 전 15억원에 사서 지금 38억원에 팔면 양도세가 1억2000만원 정도다. 20억원 넘게 남는다.

이는 관리처분계획인가 취소를 전제로 한 양도세 계산이다. 관리처분계획인가가 유효하면 양도세가 더 많아진다.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매도는 입주권으로 간주해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없기 때문이다. 전용 196㎡를 입주권 상태로 판다고 보면 양도세가 7억여원으로 예상된다.

반포주공1단지는 재건축하면 현재 3.3㎡당 9000만원에 육박하는 아크로리버파크를 능가하는 국내 최고가 아파트로 올라서 가능성이 크다.

갈 길이 멀고 불확실한 재건축을 위해 거액을 감수하고 버틸지, 지금까지 시세차익에 만족하고 빠져나갈지 반포주공1단지 조합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재건축 사업을 제대로 진행할 경우 앞으로 기다려야 할 5~10년이 고령의 조합원들에게 긴 시간이기도 하다.

이우진 세무사는 “지금 잡을 수 있는 황금알과 현재로썬 요원한 다이아몬드 알 가운데 선택해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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