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 하객들 감염될까…‘유튜브 라이브’로 결혼식했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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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01. 오후 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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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하혜주씨와 신지수씨의 결혼식이 진행된 신혼집 모습. 두 사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자 집에서 '스몰웨딩'을 올리기로 하고, 하객들이 볼 수 있도록 예식 과정을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하혜주씨 제공.


“하객분들 중에 단 한분이라도 감염된다면….”

이렇게 말하는 하혜주(27)씨의 목소리에서 사려 깊은 마음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전화인터뷰 내내 그는 가족, 지인들을 먼저 생각했다. 하씨는 이날 교회에서 만나 6년간 교제한 남자친구 신지수(26)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웨딩드레스와 턱시도, 주례까지 있는 완벽한 결혼식이었지만 ‘하객’이 없었다. 결혼식도 예식장이 아닌 이들의 신혼집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대신 친척과 지인들이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 생방송으로 이들의 결혼식을 지켜봤다. 하씨가 동생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예식의 전 과정을 공유한 덕분이다. 하객들은 실시간으로 채팅을 달며 ‘온라인 참석’ 소감을 남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부산 동래구. 그곳에 거주 중이라는 하씨는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경험하게 된 ‘특별한 웨딩’을 밝은 목소리로 전해왔다.

결혼식을 앞두고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져 많이 당황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지난 20일쯤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50명 정도 증가했던 것 같아요. 결혼식을 올리는 게 굉장히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 지역에서 많이 오실 테니까요. 신랑 측 부모님도 경북 쪽에서 거주 중이셔서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결혼식을 축소해 ‘가족 웨딩’처럼, 신혼집에서 올리는 게 어떻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민은 없었나요?
“제 친구들이 서울에도 많이 있고, 대구에서 오는 분도 많았습니다. 친척들도 다 멀리 계셔서 다들 자가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시는데 그때 혹시나 감염된 분을 접촉하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한 명이라도 감염되면 저희가 너무 속상할 것 같았습니다. 하객분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혼식을 축소하기로 결정했어요. 양가 부모님께 먼저 동의를 구했는데 흔쾌히 허락해주시고 뜻이 모여서 한 번에 결정을 내렸습니다.”

위약금 등의 문제는 없었나요?
“결혼식은 교회에서 올릴 예정이었기 때문에 따로 위약금은 없었습니다. 다만 출장 뷔페를 부르기는 했는데요, 위약금을 내기는 했지만 업체 측에서 상황을 이해해주셔서 원래 내야 하는 금액보다 더 적게 냈습니다. 상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면서 조율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취소 비용은 거의 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주례사를 듣고 있는 신랑신부. 하혜주씨 제공.


‘유튜브 생중계 결혼식’이라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요?
“친구들이 결혼식에 못 와서 아쉽다고 하더라고요. 농담처럼 ‘라이브 방송’이라도 하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요즘 유튜브 같은 게 잘 되어 있으니까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생이 종종 유튜브 생방송을 진행하고는 했는데요, 장비를 다 가지고 와 줘서 동생이 예전에 개설했던 채널을 통해 결혼식을 생중계할 수 있었습니다.”

준비 과정은 어땠나요?
“지난달 22~23일쯤 진짜로 라이브 방송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동생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 2~3일 뒤였습니다.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진행된 거죠. 결혼식 전날 시험 방송을 먼저 해봤습니다. 동생이 서울에서 살고 있는데, 장비를 전부 챙겨와서 같이 연습해봤더니 가능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급하게 연락이 가능한 분들에게 유튜브 링크를 보내드렸습니다. 감사하게도 다들 시간 맞춰 와주셨더라고요. 동시접속량이 가장 많았던 것은 150~160명 정도였습니다.”

시청한 가족·지인 반응은 어땠나요?
“사실 가족들도 코로나19 때문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렇게라도 함께한 것이 정말 감사하고, 결혼식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결혼식을 축소하기로 했을 때, 저도 친척들을 못 모시게 되는 것이 아쉬웠는데 이렇게라도 함께해 행복했습니다. 유튜브 링크를 보내드렸더니 어르신들도 쉽게 접속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인데 아쉬움은 없으신지….
“원래 결혼식을 크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스몰 웨딩’을 꿈꿨는데, 친척이 생각보다 많아서 교회에서 정식으로 하려 했던 거였습니다. 둘 다 모태신앙이고 교회를 다니고 있어서요. 어차피 이 결혼은 하나님 안에서 우리가 하나 되는 시간인 거니까 하객 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족들이 모여서 예배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결혼식에 하객들을 초대 못 한 게 아쉽거나, 고민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신혼여행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제가 대학원생이라서 10월쯤 해외로 갈 생각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국내 호텔을 예약해두고 이틀 정도 묵을 생각이었는데, 그것도 가기 힘든 상황이라서 취소했습니다. 호텔 측에서 위약금 없이 바로 취소해주셨어요. 결혼식도 신혼집에서 올렸고, 여기서 푹 쉴 생각입니다.”

색다른 결혼식이었는데, 소감은 어떠신가요?
“저에게도 의미가 깊은 결혼식이었습니다. 가족들과 목사님만 모시고 진행하다 보니 집중해서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결혼식장 분위기를 내기 위해 신혼집을 꾸미고, 음식을 마련하는 것들을 가족들과 함께 하나하나 준비했는데, 결혼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느낌이라 즐거웠고,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도 보낼 수 있었고, 하객도 초대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굉장히 신선하고, 색다른 경험인 동시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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