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1년' 돌고래 태산이·복순이 "함께 건강하게 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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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07.28. 오전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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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는 태산이와 복순이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지난해 7월 고향 제주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태산이(뒤쪽 흰색 원)와 복순이(앞쪽 노란색 원)이 같은 무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가 이달 15일 성산포앞 바다에서 촬영했다. 2016.7.28 lyh9502@yna.co.kr (끝)

고래연구센터 "위치추적장치 등 사람이 남긴 흔적 거의 사라져"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불법 포획돼 공연무대에 올려져 학대 논란을 불러일으킨 남방큰돌고래 태산이와 복순이가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아간 지 1년이 됐다.

20살 수컷 태산이와 17살 복순이는 매우 건강한 상태로 같은 무리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바다로 돌려보낼 때 위치추적장치를 달면서 생긴 상처도 완전히 아물어 사람이 남긴 흔적도 거의 사라졌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김현우 박사는 "지난해 7월 방류 이후 정기적으로 태산이와 복순이를 관찰한 결과 건강한 상태로 야생에 완전히 적응한 상태"라고 28일 말했다.

제주도 연안에는 100마리가량의 남방큰돌고래가 살고 있는데 고래연구소는 그 가운데 90% 정도의 개체를 식별할 수 있다.

김 박사가 2007년부터 등지느러미의 모양과 몸에 난 상처 등을 토대로 개체별 식별번호를 부여하고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해온 때문이다.

태산이는 주둥이 위쪽 일부가 잘려나가 아래쪽보다 짧고, 복순이는 주둥이가 약간 비뚤어진 것이 특징이다.

태산이와 복순이는 지난해 7월 고향으로 돌아간 뒤 붙어 지내다가 그해 9월에는 태산이만 발견돼 '두 마리가 헤어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지만 12월 이후에는 정기조사 때마다 두 마리가 같은 무리 안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김 박사는 말했다.

그는 "피부 상태 등 외형적으로 봤을 때 두 마리 모두 건강 상태가 아주 좋다"고 설명했다.

사람과 지내다가 방류한 돌고래가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고 보이는 이상행동은 지금까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배나 사람에게 접근해 먹이를 달라고 구걸하는 행동 등을 말한다.

김 박사는 "이런 점으로 미뤄 태산이와 복순이는 야생에 완벽하게 적응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태산이와 복순이를 제주 바다에 돌려보낼 때 지느러미에 작은 구멍을 내고 그곳에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추적장치를 달았는데 그 흔적도 희미해져 거의 남아있지 않다.

추적장치는 이미 떨어져 나갔고, 등지느러미에 구멍을 내면서 생긴 상처도 새살이 돋아 다 아물었다.

다만 추적장치가 달렸던 자리의 피부가 주변보다 조금 옅은 색을 띠고 있다.

김 박사는 "이것마저 없어지면 태산이와 복순이에게 인간이 남긴 흔적은 완전히 사라진다"고 말했다.

고래연구소는 복순이가 건강한 새끼를 출산할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복순이는 지난해 5월 제주 앞바다 해상 가두리에서 야생 적응훈련을 받던 중에 암컷 새끼를 낳았지만, 새끼는 죽고 말았다.

돌고래는 새끼를 낳을 때 다른 암컷들이 옆에서 배를 문질러주고 새끼가 태어나면 물 위로 밀어올려 숨을 쉬도록 도와주는 등 산파역을 하는데 당시 그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혼자서 출산하다가 새끼를 잃은 것으로 추정했다.

고래연구소가 죽은 새끼의 유전자를 조사했더니 태산이가 아버지인 것으로 밝혀졌다.

돌고래는 2~3년에 한번 출산하기 때문에 복순이가 다시 새끼를 낳는 시기는 내년이나 내후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박사는 "야생으로 돌아간 복순이가 건강한 새끼를 낳을 수 있을지 관심을 두고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9년에 어민이 쳐놓은 그물에 걸렸다가 동물공연업체에 팔려 무대에 올랐던 태산이와 복순이는 김현우 박사가 불법포획 사실을 밝혀내 소송까지 가는 논란 끝에 2013년에 구출된 뒤 방류될 때까지 3년가량을 같이 지낸 만큼 야생에서도 좋은 관계를 이어갈지가 사람들의 관심사였다.

김 박사는 "관찰할 때마다 두 마리가 같은 무리에 있는 데다 특히 태산이가 늘 복순이 뒤를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짝짓기를 위한 행동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업체에서 구출돼 서울대공원에서 보호받을 때 태산이는 복순이가 다른 수컷과 함께 있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난폭한 행동을 해 두 마리만 따로 생활하도록 한 적도 있다.

lyh95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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