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국적·학력 상관없지만…여자는 안돼! ‘슈퍼밴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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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1.05. 오후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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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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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슈퍼밴드2> 남성만 지원 가능 요건에 비판 쏟아져
<슈퍼밴드2> 누리집 갈무리


실용음악, 케이팝(K-POP), 클래식, 국악, 록, 이디엠(EDM) 등 각 분야의 ‘실력파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지원 가능한 밴드 결성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다. 나이, 국적, 학벌을 따지지 않은 채 ‘실력’만 보고 지원자를 뽑을 계획이라고 한다. 다만,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 지원자가 ‘남성’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2021년 상반기 방영을 앞둔 제이티비씨(JTBC)의 ‘슈퍼밴드2’가 ‘남성’만 지원할 수 있게 해 논란이다. 프로그램 누리집에 걸린 지원 요건을 보면, “무대 경험과 상관없이 노래를 좋아하고 즐겨 부르는 보컬리스트”, “가야금, 거문고, 해금, 아쟁 등 국악 악기 연주자”, “탁월한 음악적 재능으로 뮤지션의 꿈을 키우고 있는 10대 청소년” 등 장르와 나이 등의 구분 없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동시에 “남성 뮤지션”만 지원이 가능하다고도 되어있다. 밴드 음악이나 뮤지션의 실력과 ‘성별’이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별도의 설명은 없다. ‘슈퍼밴드2’ 관계자는 “남성 밴드를 만들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라 지원 요건 제한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슈퍼밴드’의 ‘남성 한정’ 지원 제한은 지난 2019년 방영된 시즌1 때도 이미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의 김형중 피디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기획 의도는 마룬파이브 같은 글로벌판 밴드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그래서 초반 시즌은 지향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남성 위주로 갔다”며 “추후 프로그램이 잘 되면 여성 멤버 위주이거나 혹은 여성이 포함된 시즌도 제작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시즌1은 최고 시청률이 3.7%를 기록하는 등 준수한 성적을 거둬 시즌2 제작으로 이어졌지만, ‘남성’만을 대상으로 한 지원 요건은 바뀌지 않았다. ‘슈퍼밴드2’ 관계자는 “향후 지원 요건을 여성으로 넓히는 것을 열어놓고 고민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남성 뮤지션만 뽑아야 하는 이유가 납득이 안 된다’, ‘성별 제한은 시대착오적이다’라는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제이티비씨의 옴부즈맨 프로그램인 <시청자 의회>의 게시판에는 ‘<슈퍼밴드2>의 성차별적 지원조건을 규탄한다’는 제목이 달린 글이 100개 넘게 올라왔다. 이 글들은 “명백히 여성 뮤지션들의 기회를 박탈한 성차별적 시선을 더욱 견고히 하는 부당한 행위다” “성별은 음악의 장벽, 실력 차이의 이유가 될 수 없다. 편협한 사고로 남성 뮤지션만이 참가할 수 있게 제작된 해당 프로그램을 규탄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슈퍼밴드2> 누리집 갈무리


여성 음악가들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가수 오지은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또 슈퍼밴드 남자만? 근데 왜 그렇게 정했는지 그 사고의 흐름을 알 것 같아서 더욱 화가 난다”고 썼고, 밴드 ‘새소년’의 황소윤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슈퍼밴드1의 지원 요건을 비판한 기사를 공유하며 “안녕하세요. 저는 세계적인 밴드 새소년의 프론트퍼슨 황소윤이고요. 여성입니다”이라고 적었다.

프로그램이 ‘실력’을 내세우면서 동시에 실력과 무관한 ‘성별’을 제한 요건으로 내걸어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가장 문제는 ‘남성’으로 구성된 밴드를 만든다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평론가는 “<프로듀스> 시리즈처럼 장르적인 특성으로 인해서 남성, 여성을 따로 뽑는 것이라고 선해하려고 해도, 두 시즌 연속으로 여성을 배제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는다”며 “굳이 따지자면 여성 팬을 목표로 하는 남성밴드를 만들려고 하는 목적일 텐데, 이것 이외에는 음악적이거나 기획적인 부분에서 아무런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성별이 ‘실력’을 가르는 것처럼 읽히는 우스운 제한 요건인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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