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반려동물 코로나19 감염원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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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1.25. 오후 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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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봉쇄 완화로 영업을 재개한 태국 방콕의 한 고양이 카페에서 직원이 고양이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달 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감염자가 기르는 고양이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반려동물 감염 문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감염된 동물은 경남 진주시 국제기도원에 사는 고양이로 코로나19에 걸린 주인으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가 야생동물로부터 인간으로 건너왔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사람과 생활공간을 함께 쓰는 반려동물 감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코로나19 감염된 사람이 반려 동물을 감염시킨 사례는 다수 보고됐지만 개와 고양이를 비롯해 여러 동물의 감염사례를 보고한 해외 기관과 연구자들은 반려동물이 코로나19를 사람에게 전파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전파했다고 알려진 동물은 밍크가 유일하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동물의 체내에서 변이를 일으켜 다시 사람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있어 반려동물이 감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동물 감염 사례 최소 456건...개 고양이 주인에게서 감염
유전자를 분석해보면 보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취약한 동물들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미국 데이비스캘리포니아대(UC데이비스) 연구진은 사람과 접촉 가능성이 높은 동물 410종의 유전체를 바탕으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지난해 9월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양이나 소·양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중간’, 개나 말·돼지 등은 감염 위험이 ‘낮음’으로 분류된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가 다른 동물의 세포를 어떻게 감염시킬 수 있는지를 대규모 모델링 연구를 통해 분석하고 수많은 동물이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에 취약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과 정기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26종의 동물, 특히 포유동물은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 감염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은 14일 정기간행물인 ‘주간 건강과 질병’에 세계동물보건기구(OIE),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동물들의 실제 코로나19 감염 사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11월 20일 기준 일본, 영국,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9개국에서 456건의 동물 감염사례가 보고됐다. 동물의 종류는 개, 고양이, 호랑이, 사자, 퓨마, 밍크 등 총 6종이다. 종류별 감염사례 건수를 보면 밍크가 321건, 고양이 72건, 개가 52건, 호랑이 7건, 사자 3건, 퓨마가 1건으로 밍크를 제외하면 반려동물로 널리 사랑받는 고양이와 개가 많이 감염됐다.

동물들이 어떤 경로로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감염사례를 보고한 기관들은 대부분 사람으로부터 감염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밍크, 개, 고양이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주인으로부터, 사자, 호랑이, 퓨마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육사로부터 감염됐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예외적으로 밍크 농장에 사는 개와 고양이는 코로나19에 감염된 밍크가 전파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었다.

동물이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보이는 증상은 각기 다르다. 고양이와 개에서 나타나는 증상은 특히 다양하다. 공통적인 증상으로 호흡 곤란, 기침이 나타나고 사람처럼 무증상인 경우도 보고됐다. 개는 무기력, 호흡기 질환, 코 분비물, 헉헉거림 등의 증상이 추가로 나타났다. 고양이의 경우 설사, 구토, 고열, 혀 궤양, 신경학적 징후, 식욕부진 등의 증상을 보였다.

○ 동물서 인간 감염 가능성 전문가 판단 엇갈려
개와 고양이를 비롯해 특정 동물들만 코로나19에 감염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동물마다 코로나19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숙주동물을 감염시킬 때 결합하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2(ACE-2) 수용체 단백질과의 결합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숙주 세포의 ACE-2 단백질과의 안정적인 결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바이러스가 숙주동물을 감염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반대로 숙주 단백질과 바이러스 단백질의 결합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면 바이러스는 숙주에 쉽게 침입할 수 있게 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유럽유전체조절연구소(CRG) 연구팀은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사람, 닭, 오리, 생쥐, 시궁쥐, 돼지, 개, 고양이, 사향고양이, 흰담비의 ACE-2의 결합 전후 에너지 변화를 분석해 사람, 개, 고양이, 사향고양이, 흰담비의 감염 위험이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컴퓨테이셔널바이올로지에 지난해 12월 공개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동물이 감염되는 일부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염되어 다시 사람들 간에 퍼지는 경우는 드물고 코로나19의 확산에 동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개와 고양이가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전파했다는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네덜란드와 덴마크에서 코로나19에 걸린 밍크가 사람에게 전파됐다는 사례가 보고되면서 개와 고양이의 전파 위험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방역당국은 반려묘 감염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자 이달 25일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전파시키는 데 동물이 의미있는 역할을 한다는 근거는 없다”며 “동물로부터 사람으로 전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앞선 보고서에서 "CDC는 동물이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지만 WHO는 지난해 6월 이후 덴마크에서 밍크로부터 감염된 사람이 214명이라고 발표했다"며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동물의 종류, 동물 간 전파형태, 동물로부터 사람으로의 전파 양상 등을 이해하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 정보 공유, 연구 수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규모 동물모델을 활용해 코로나19의 동물 감염 위험을 분석한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코로나19에 감염된 동물로부터의 감염을 막기 위해 동물에 대한 대규모 감시도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며 “애완 동물과 농장에서 기르는 동물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국내에서 반려동물의 코로나19 양성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나 국외에서는 드물게 동물의 양성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며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코로나19 관련 반려동물 관리지침을 마련해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우현 기자 mnch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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