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신용대출…"부동산·주식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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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8.04. 오후 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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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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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신용대출 잔액 120조

전월 대비 2.7조 늘어나며
2달 연속 3조 가까이 급증

주담대 규제 `풍선효과`에
증시 투자 자금으로 활용


"신용대출 신청이 폭증해 벌써 8월 한도가 마감된 지점도 많습니다. 이달 내 신용대출을 받으려면 오늘 바로 진행하고, 늦어도 내일까진 대출신청서가 지점에 들어가야 합니다."

잇따른 대출 문의로 분주하게 전화 통화를 이어가는 한 외국계 은행 대출모집인의 응답 내용이다. 그는 "정부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이 까다로워졌지만 신용대출은 여전히 직장인 연봉의 최대 두 배까지 받을 수 있다"며 "주택 매수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이 신용대출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은행의 신용대출이 두 달 연속 3조원가량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대출 문턱이 낮은 신용대출로 주택 구매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증시 활황에 따른 주식 투자용 자금 수요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7월 말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20조2043억원으로 전달(117조5232억원)보다 2조6811억원(2.28%) 증가했다.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3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신용대출 잔액 증가 폭은 코로나19 위기가 고조됐던 지난 3월에 2조2408억원으로 전월(1조1925억원)의 두 배를 기록했다. 4월에는 4975억원으로 크게 줄었지만 5월에 1조689억원, 6월에 2조8374억원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금융업계는 부동산 수요 증가를 신용대출이 늘어난 이유로 꼽는다. 강력한 부동산 규제가 잇달아 나와도 치솟는 집값에 돈을 빌려 부동산을 사들이는 사람이 늘었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해부터 잇달아 나온 부동산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담보대출이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신용대출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반면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52조8230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3672억원(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실제 부동산 정보 업체 '경제만랩'이 한국감정원 아파트 매매 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서울 거주자가 전국에서 아파트를 사들인 건수는 3만1890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은 전달보다 1.12% 올라 지난해 12월(1.24%)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초저금리에 '빚투(빚내서 투자)' 분위기도 한몫했다. 신용대출 금리가 최저 연 2%대인 상황에서 빚을 내서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연 2.07~4.11%(신용등급 1~2등급 기준) 수준이다. 연 수익률이 5%만 나와도 빚내서 투자하는 게 이익인 셈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가 낮아지면서 돈을 빌려 부동산과 주식 등에 대한 투자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47조원을 넘어섰다. 작년 말 약 27조원에 비해 약 70% 늘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이 급전을 빌리는 수요도 신용대출 증가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은행권도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식, 부동산 등 위험자산 투자로 신용대출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통제 방안은 없다"며 "대출을 승인한 뒤에는 자금 용도를 우리가 파악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은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신청 시기가 겹치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좀 더 까다롭게 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런 규제를 피하기 위해 신용대출을 주택 매수 한두 달 전에 미리 받아놓는 사람이 적지 않다.

[김혜순 기자 /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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