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로미오와 줄리엣>, <십계>, <태양왕>을 비롯해 가장 최근에 공연됐던 <킹아더>까지. 이 뮤지컬들의 공통점은 모두 프랑스 뮤지컬이라는 것입니다. 이 중에서 특히 <노트르담 드 파리>, <십계>, <로미오와 줄리엣>은 3대 프랑스 뮤지컬로 꼽히는 작품들이죠. 프랑스 뮤지컬에는 영미권 뮤지컬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특징들이 몇 가지 있는데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볼까요?
우선, 프랑스 뮤지컬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노래를 부르는 배우와 춤을 추는 무용수가 분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의 뮤지컬을 떠올려보면, 주연이든 앙상블이든 무대에 올라오는 배우들은 대부분 노래와 춤 모두 선보이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프랑스 뮤지컬에서는 노래를 부르는 배우와 춤을 추는 무용수가 따로 있어, 노래를 부르는 배우 뒤에서 무용수가 노래에 맞는 춤을 춘다거나 하는 식으로 진행되죠. 특히, 춤만 담당하는 전문 무용수들은 아크로바틱이나 브레이크댄스같이 고난도의 춤을 소화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노트르 담 드 파리(Notre Dame de Paris)>의 넘버 ‘괴로워(Déchiré)’가 있는데요. 약혼녀인 플레드리스와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 사이에서 마음이 흔들리는 페뷔스가 고뇌하는 노래입니다. 페뷔스의 노래에 맞춰 그의 심란한 심정을 표현해주는 듯한 무용수의 춤이 돋보이는 넘버죠.
또 다른 넘버로는 <킹아더(La Légende du Roi Arthur)>의 ‘다시 일어나리라(Je Me Releve)’를 꼽을 수 있습니다. 뮤지컬 <킹아더>는 고전 ‘아더왕의 전설’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데요. 넘버 ‘다시 일어나리라’는 성배를 찾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아더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결연한 의지를 다지는 곡입니다. 이 넘버도 마찬가지로 노래를 부르는 아더 역 배우 뒤에서 안무를 하는 무용수들의 모습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 뮤지컬의 또 다른 특징은 뮤지컬의 반주를 오케스트라가 직접 연주하는 라이브 음악이 아닌 대규모 오케스트라의 녹음, 즉 MR을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프랑스의 상업 뮤지컬들이 미국의 브로드웨이나 영국의 웨스트엔드에 비해 비교적 늦게 성행했기 때문에 나타난 특징인데요. 상업 뮤지컬의 선발주자인 영미권에서는 연주자들이 극장주로부터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노조를 형성하였습니다. 뮤지컬 공연을 할 때마다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출연을 계속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프랑스는 후발주자인 관계로 오케스트라를 매번 대동하는 것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제작 방식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프랑스 뮤지컬은 무용수들이 따로 있는 만큼 춤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배우들이 턴하는 속도나 무대 전환 지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오차 없는 반주가 필요한데요.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는 지휘에 따라 다른 흐름이 생기지만, 녹음을 사용한다면 매 공연마다 딱딱 맞는 안무를 보여줄 수가 있겠죠.
프랑스 뮤지컬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성스루(Sung-through Musical) 뮤지컬’ 형식이 많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성스루 뮤지컬은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루어진 뮤지컬을 말합니다. 오페라에서 말하듯이 노래하는 형식을 뜻하는 ‘레치타티보(Recitative)’ 창법을 통해 대사를 대신하죠. 영미권 뮤지컬에서도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와 같은 성스루 뮤지컬이 존재하기 때문에 프랑스 뮤지컬만의 특징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대사가 없거나 거의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는 성스루 뮤지컬하면 프랑스 뮤지컬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사실입니다. 프랑스 뮤지컬인 <노트르담 드 파리>나 <벽을 뚫는 남자>만 보아도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가 없이 노래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프랑스 뮤지컬이 궁금하신 분들이 참고하면 좋을 소식 하나! 올해 11월에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오리지널 프렌치 투어 공연이 돌아옵니다. 지금까지 함께 알아본 프랑스 뮤지컬의 특징을 찾아보며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올댓아트 강예은 인턴
정다윤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참고|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뮤지컬 (원종원, 커뮤니케이션북스)
웨스트엔드에서 브로드웨이까지 뮤지컬 산책 (권혁인, 푸른길)
‘프랑스, 뮤지컬 바람이 분다.’ (이동섭, 더뮤지컬 2010년 2월호)
‘캉캉 춤 주제음악 작곡한 ‘샹젤리제의 모차르트’ (박재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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