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겠다더니… 특목고 일괄폐지에 ‘강남 8학군’ 또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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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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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지정한 2010년 집값 주춤
정부, 올 7월 자사고 취소 나서자
강남 아파트 매매·전세 크게 뛰어
전문가들 "집값 올리는 정책" 지적
"전세매물은 겨울 오기 전에 빨리 알아보셔야 해요. 자사고 폐지 이슈로 인근에서 대치동으로 많이 넘어오는데 다른 동네로 이동하는 경우는 별로 없거든요. 보통 초등학교 5학년 겨울방학 전에 이사 와서 미리 친구 사귀어 놓고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대치동에서 쭉 교육시킬 계획으로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A중개업소 대표>
정부가 자율형사립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정책이 이미 달아오른 강남 전월세 및 매매가격을 더욱 끌어올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강남 집값 잡기'를 목표로 내놓은 부동산 규제대책과 더불어 교육평준화 정책이 오히려 강남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사고 취소에 강남 전셋값 '급등'

지난 7월 서울시 교육청이 자사고 취소에 나서자 강남 아파트 매매·전세가가 들썩였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학교 신청을 위해 전셋집을 계약하는 8~9월이 전세 극성수기인데, 이 기간 강남구 전세가가 크게 뛰었다.

강남구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지난 8월 첫째주 보합세에서 둘째주 0.03%, 셋째주 0.01%, 넷째주 0.02%로 서서히 뛰다 9월 들어 0.07%, 0.09%, 0.23%, 0.27%로 상승폭을 급격히 확대했다. 이사 비수기인 10월 첫째주에도 0.22%로 두자릿수대를 유지하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자사고 폐지로 강남 8학군 집값이 들썩인다는 주장에 대해 "지난 10년간 자사고 정책과 무관하게 강남 8학군 선호현상은 있었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실제 데이터는 달랐다. 전통학군으로 유명한 강남을 비롯해 목동·노원의 집값 상승률이 강북권에 자사고 지정이 있던 2010년대 들어 주춤했던 것.

종로학원하늘교육과 부동산114에 따르면 자사고가 설립되기 전인 2000년에서 2009년 사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강남구 228.3%, 서초구 208.1%, 양천구 196.8%, 송파구 192.2%, 노원구 186.6% 순이었다. 강남 8학군과 목동·노원 등 학원가들이 몰려 있는 곳이 1~5위를 점령했다.

■"정부정책, 강남 집값상승만 부추겨"

그러나 자사고가 본격 설립된 2010년 이후에는 순위가 달라졌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아파트 가격 상승률 '상위 3위'는 성동구(76%), 서대문구(69.2%), 마포구(64.4%)로 모두 비강남권이다. 이 기간 자사고로 지정된 한대부고(성동구 사근동), 이대부고(서대문구 대신동), 숭문고(마포구 대흥동)가 해당 지역에 속해 있다.

이 외 집값 상승률이 높은 지역인 동작구(58.3%), 동대문구(53.8%), 중구(46.2%) 등에서도 해당 기간에 자사고 지정(동작구 경문고, 동대문구 경희고 및 대광고, 중구 이화여고)이 있었다.

반면 강남학군인 서초구(59.8%), 송파구(49.6%), 강남구(48.9%)는 각각 아파트값 상승률 4, 7, 8위를 기록하면서 순위가 하락했다. 양천구(36.3%)와 노원구(33.2%) 역시 각각 18위와 21위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강남 집값을 올리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특수고 폐지 정책은 유명 학원가가 몰려 있는 강남 8학군에 교육열 쏠림을 야기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이럴 경우 강남 등 우수 학군으로 전학생이 늘어나면서 전셋값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특히 "정부 정책이 모두 강남 집값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며 "집값이 오르면 공급을 올리는 방향으로 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가격을 누르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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