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친노' 김두관·이광재가 움직인다…지역공약 이행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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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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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후 정치권에서는 험지에서 생환한 김두관·이광재 당선인의 행보에 관심이 많다. 원조 친노(친노무현)로 분류되는 두 당선인이 최근 앞다투어 지역공약 이행에 나서자 여권 인사들 사이에선 “큰 꿈을 향해 시동을 건 게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이광재 당선인. [뉴스1, 연합뉴스]

경남 양산을에서 당선된 김 당선인은 오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면담한다. 지역 현안인 '동남권 신공항' 재추진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김 당선인은 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해공항을 확장해도 24시간 가동이 어렵고 소음 해소도 안 된다"며 "가덕도에 신공항을 설치하는 게 맞는다는 의견을 정 총리에게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PK) 민주당 당선인 6명(민홍철·최인호·박재호·전재수·김정호·이상헌)도 함께 자리한다.

총리실은 지난해 12월 검증위원회를 구성한 뒤 기존 정부 방침이던 김해공항 확장안을 6개월째 검토 중이다. 김 의원은 "총리실이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2019년 5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결과 대국민 보고회에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민주당 김정호 민홍철 최인호 의원(왼쪽 셋째부터)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부산시]

김 당선인은 이장 출신으로 행정자치부 장관 등에 오른 입지전적 행보로 '리틀 노무현'으로 불렸다. 2010년 민주당 최초로 경남도지사에 당선되면서 대권 주자 후보로 거론됐지만, 2012년 당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지사직을 내려놓고 대권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이후부터 대권 주자 반열에서 제외됐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지역주의를 뚫고 양산을에서 당선되면서 그의 행보에 힘이 실리게 됐다.

그는 험지로 불리는 경남 양산을에서 당선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애초 경기 김포갑 현역 의원이었는데, 당의 요청으로 양산에 내려가서 힘겹게 살아 돌아왔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무도 풀지 못했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이행해내면 PK를 대표하는 대선주자 반열에 오르는 '과실'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은 최근 종합부동산세 강화, 국회의원·고위공직자 1주택 보유 등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12년 9월 4일 경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 18대 대통령 경선에서 후보들이 연설문을 보고 있다. 왼쪽부터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 [중앙포토]

이광재 당선인은 2011년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지사직을 상실했지만 9년 만에 다시 중앙 정치 무대에 컴백했다. 이후 한 달 가까이 스스로 “정치 신인”이라고 몸을 낮추면서 지역 현안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11일부터 이틀 동안 정부 부처별 사무관과 과장 등 실무자들을 두루 만난다. 세종시에 숙소를 잡고 하루를 묵으면서 기획재정부 등 주요 부처를 찾아가 혁신 특구 등 원주시 지역 사업을 설명한다는 취지다. 이 당선인 측은 "실무자들을 만나야 일이 풀린다는 지론 때문"이라고 했다. 5월은 기재부 등 각 부처가 내년도 사업 밑그림을 그리는 시기이므로 당선 1년 차에 확실히 지역사업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거다.

이 당선인과 가까운 민주당 의원은 "예전에도 이 당선인의 '강원 챙기기'가 유별나서 다른 의원들이 푸념할 정도였다"며 "오랜만에 등원하는 만큼 의지가 남다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당 코로나19국난극복대책위 포스트코로나 본부장을 맡아 그린뉴딜 등 미래사업 투자도 주장하고 있다.

2005년 5월 당시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왼쪽)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같은 당 소속 김태년 의원(현 민주당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후 두 사람은 친노 그룹인 의정연(이 의원)과 참정연(김 의원)에서 활동하면서 2007년 8월까지 열린우리당을 지켰다. [중앙포토]

이 당선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한때 '좌희정, 우광재'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그가 '친노'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당권·대권에 직접 나서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이 당선인은 대선 도전보다 우선 여야를 넘어 국가 미래 발전의 기틀을 닦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앞세우고 있다.

그는 지난달 23일 한 방송에 출연해 "30대는 정도전처럼 40대는 이성계처럼 살겠다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국가 공익에 대해 헌신하는 것이 맞는 처신이라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물론 이런 이 당선인의 행보를 놓고 대선을 향해 가는 장기적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당장 다음 대선을 노리기보다 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대통령 지지율이 70%대에 이르는 상황에서 이들 잠룡 그룹이 지역 정책을 통해 정치적 입지를 키우고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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