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서 밀려난 IS, 東아프리카로 옮겨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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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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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과거 이슬람 단체 ‘알샤바브’ 맹위

중동서 분산된 IS 세력이 유입


9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의 차량 폭탄 테러 현장에서 경비요원들이 피신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말리아에 근거지를 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샤바브의 테러가 올 들어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중동권에 똬리를 틀었던 이슬람국가(IS)가 미국이 주도하는 서구 연합군의 대대적인 대(對)테러 전쟁으로 분산됐지만, 일부 패잔 세력이 알샤바브로 유입되면서다. 중동지역에 형성됐던 서방권과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 간 전선이 동아프리카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25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이날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외곽에서 알샤바브 공격으로 민간인 9명이 숨졌다. VOA와 AP 등 외신은 알샤바브가 이달 초에도 모다디슈 시내에서 차량 폭탄 테러로 11명을 숨지게 했으며, 지난달 15일에는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총격과 폭탄 테러를 감행해 20여명을 숨지게 하는 등 올들어 동아프리카 곳곳에서 크고 작은 테러를 끊임없이 자행하며 세력을 과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알샤바브는 2011년까지 소말리아 중남부 지역 대부분을 장악했던 이슬라미(AIAI)에 뿌리를 뒀다. 2006년 AIAI를 견제하기 위해 에티오피아가 소말리아를 침공하자, ‘소말리아 땅 위에 이슬람국가 건설’을 슬로건을 내걸고 전면에 등장했다. 알샤바브는 한 때 모가디슈와 키스마요 등 소말리아 주요 도시를 장악했지만, 2011년 소말리아 정부와 케냐, 우간다 등이 주축이 된 아프리카연합 평화유지군의 공격으로 소말리아 남부로 밀려났다.

당시에는 주요 거점을 상실하며 곧 와해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2017년 중반 이후 IS세력이 크게 위축되면서 오히려 세력 확장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7년 10월 모가디슈에서 차량을 이용한 폭탄 테러를 감행하기 시작하더니 이후 인근의 이슬람 무장세력과 연계된 잇따른 공격을 자행하고 있다.

이 같은 알샤바브의 ‘건재함’은 IS의 세력약화에 따른 반사 이익으로 분석된다. 김동석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동 지역에서 분산된 IS 세력이 알샤바브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라며 “긴 내전으로 소말리아가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만큼 이슬람 무장단체 세력의 유입이 자유롭게 이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거점을 잃었지만 소말리아 청년들의 자원가입과 IS로부터의 수혈로 소말리아 인접국에서까지 무장공격을 할 수 있는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對)테러 전쟁의 선봉장인 미국도 당연히 중동에서 소말리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영국의 비영리 언론단체인 탐사보도국(BIJ)에 따르면 미국 아프리카 사령부는 2017년 38차례, 2018년에는 최소 46차례 알샤바브에 대한 공습을 감행했다. 24일 밤에도 소말리아의 에티오피아 부근 알샤바브 극단주의 단체의 근거지에 대해 공습을 감행, 대원 35명을 살해했다. 미국은 이슬람 국가 건설을 위한 통행세 징수 목적으로 알샤바브가 소말리아 전역에 건설한 초소들을 공습해 파괴하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미군의 알샤바브에 대한 견제가 강화되겠지만, 소말리아 내전 사태 자체가 종식되지 않는 한 완전한 격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 교수는 “정부 통제 기능이 마비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소말리아 젊은이들은 결국 알샤바브 같은 극단주의에 빠지게 된다”며 “군사적 억제도 필요하지만 소말리아 재건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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