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씨받이' 미얀마 여성…中남성 아이만 낳고 쫓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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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3.28. 오전 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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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소연 인턴기자] [결혼 못 하는 중국 남성들 여성 인신매매 ...휴먼라이츠와치 주장 '중국과 미얀마 정부 모두 방관' ]

/AFPBBNews=뉴스1

중국으로 수천 명의 미얀마 소수민족 여성이 아이를 낳는 '성노예(sexual slave)'로 인신매매 당하고 있으나 중국과 미얀마 정부가 이를 방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인권감시기구 휴먼라이츠와치(Human Rights Watch)가 조사해 지난 20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미얀마 소수민족인 카친(Kachin)족 여성들이 중국 남성에게 '신부'로 팔려 가 강제로 아이를 출산할 때까지 성폭행과 학대를 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는 최근 3년간 미얀마 북부 카친 주나 샨 주에서 중국으로 인신매매당했으나 탈출한 피해자 여성 40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국민의 68%를 차지하는 불교를 믿는 버마족인 미얀마에서 기독교를 믿는 카친족은 정부를 상대로 오랜 기간 분리독립 투쟁 중이다. 2011년 17년간의 휴전이 끝나면서 다시 새로운 유혈 충돌이 시작됐고, 10만 명의 카친족이 떠돌이 신세가 됐다.

남성이 전쟁터로 나가면서 가장이 된 카첸족 여성들은 중국에 좋은 일자리를 구해준다는 주변 사람의 거짓말에 속아 중국으로 팔려간다.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여성은 일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으며 대부분 저임금에 시달린다. 이런 여성들에게 친척, 친구, 같이 성경 공부 사람 등 신뢰하는 지인이 다가와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중국에 있다며 이들을 브로커에게 넘긴다.

피해자 여성들은 중국 남성들의 목표는 '신부' 보다도 '아이'였다며, 집에 감금당한 채 아이를 출산할 때까지 성폭행당했다고 밝혔다. 30세에 인신매매 당했던 한 피해자는 "1년 동안 방 안에 갇혀 있었고 아이를 낳기 전에는 가족들이 저를 심하게 학대했다"고 주장했다. 또 "빨리 임신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밥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라고도 털어놓았다. 이들은 수년간 온갖 학대와 폭력, 가사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아이를 출산한 피해자들은 때때로 갇혔던 곳에서 탈출할 수 있었지만 아이는 결국 중국 남성에게 빼앗겼다. 한 여성은 아이를 낳고 1년 후 중국 남성이 미얀마로 돌아갈 수 있으나 아이는 줄 수 없다며 협박했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탈출 후 아이 때문에 다시 중국으로 돌아갔다.

중국 남성이 미얀마 여성을 인신매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몹시 불균형한 성비라고 가디언지는 21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중국 인구는 1987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15세에서 29세 사이 여성과 남성의 성비 격차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학계는 1979년에서 2015년 동안 실시됐던 중국 정부의 한자녀정책으로 인해 약 3000만 ~ 4000만명 사이의 여아가 낙태됐을 것으로 추산하며 그들을 '사라진 여성(missing women)'이라 명명했다. 따라서 결혼을 하지 못하는 수백만명의 남성들이 빈곤한 국가의 여성을 인신매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소수민족 여성들이 어떤 정부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헤서 바(Heather Barr)는 중국과 미얀마 정부 모두 이들 여성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인신매매 집단에 쉬운 먹잇감이 된다고 지적했다.

미얀마 정부는 2017년 226건의 인신매매를 적발했다고 발표했으나 전문가들은 실제 훨씬 많은 여성이 착취당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얀마에는 인신매매 관련 법이 존재하지만 부패한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먼라이츠와치 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 인신매매범은 "브로커는 절대 안 잡힌다"며 "(경찰한테) 뇌물 주면 항상 도망칠 수 있으니까"라고도 털어놓았다.

중국 정부도 인신매매 문제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으며 도망친 여성들이 중국 경찰을 찾아가면 이민법 위반으로 도리어 이들을 감옥에 수감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소연 인턴기자 soysauce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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