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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 초점] 방탄소년단은 일본에 사과한 게 아니다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 / 제공=카카오

“상처 드릴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의도하지 않게 상처를 드릴 수 있었던 점, 불편함을 느낀 이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룹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가 지난 13일 오후 방탄소년단을 둘러싼 쟁점 세 가지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멤버 지민이 입은 광복 기념 티셔츠와 또 다른 멤버가 착용한 나치 문양이 들어있는 모자, 한 행사의 퍼포먼스 등에 대해서다. 거듭 강조한 건 “이번 일로 상처를 받은 이들에게 사과한다”는 말이었다.

빅히트는 지민이 입은 티셔츠에 원자폭탄(이하 원폭) 이미지가 들어있었던 데 대해 “방탄소년단은 물론 빅히트 소속 모든 아티스트들의 활동에 있어 전쟁과 원폭 등을 지지하지 않는다. 이에 반대하며 원폭 투하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상처를 드릴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나치 문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입장을 내놨다. 나치를 포함한 모든 전체주의, 극단적 정치 성향을 띤 모든 단체·조직을 지지하지 않고, 이에 반대하며 이 같은 단체와의 연계를 통해 과거 역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상처를 드릴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원폭, 나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과 이번 일로 상처받았거나 불편함을 느꼈을 모두에게 사과했다. 빅히트는 당시 상황 등 상세하게 설명했고, 나치 문양이 들어간 모자를 쓴 멤버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것도 명확하게 짚었다.

빅히트의 입장이 긴 글로 공개되자 의견이 갈렸다. 그 중 일부는 어째서 일본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사과를 하느냐는 것인데, 빅히트는 일본 정부 혹은 일부 극우 성향의 매체와 방송국에 사과한 게 아니다. 빅히트의 공식 입장이 나간 뒤 일본에서는 당일 심야 방송과 14일 아침 방송 등에서 이를 다뤘다. 방탄소년단이 ‘원폭 티셔츠와 나치 문양 모자 착용에 대해 사죄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앞서 일부 방송에서는 방탄소년단 측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 아침 방송에 패널로 나온 출연자는 “원폭 투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이 많은데, 상식적인 역사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어의 쓰임이 달라서 ‘사죄’라고 표현되는 것이 마치 방탄소년단이 큰 죄를 진 것처럼 보이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빅히트가 진심 어린 사과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짚어주는 방송은 드물었다.

방탄소년단을 둘러싼 이 같은 논란은 일본 내 극우 성향의 매체와 단체에 의해 시작됐고, 지난 8일 TV아사히 음악 프로그램 ‘뮤직 스테이션’ 측이 방탄소년단의 출연을 하루 전에 취소하면서 한일 양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인 관심사로 커졌다. TV아사히는 지민이 입은 티셔츠를 문제 삼으며, 소속사에 착용 의도를 묻는 등 협의했으나 결국 출연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일본의 여러 방송에서도 이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어 2014년 화보 촬영 당시 착용한 나치 문양의 모자까지 끄집어 내며, 유대인 단체 시몬 비젠탈 센터(Simon Wiesenthal Center)가 방탄소년단을 상대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고도 했다.

아사히TV의 출연 취소 이후 채 5일이 지나지 않았지만, 국내에서도 일부 매체는 입장을 내놓지 않는 빅히트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확하지 않은 일본 매체들의 뉴스를 그대로 인용해 국내 여론을 흔들기도 했다. 하지만 빅히트는 말로만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빅히트는 “일본과 한국의 원폭 피해자협회 관계자들과 접촉해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설명하고, 상처받은 이들에 사과를 하고 있다. 유대인 단체인 Simon Wiesenthal Center에도 상황을 설명하고, 상처받은 이들에 대한 사과를 담은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Simon Wiesenthal Center도 13일 방탄소년단 측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들이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빅히트는 “‘음악과 아티스트를 통해 전 세계인들에게 위안과 감동을 주자’는 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라며 “다양성과 포용의 시대를 살아가며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아진 것은 우리에게도 도전 과제이지만, 이를 잘 수행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방탄소년단과 빅히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얼마나 파급력이 큰지 새삼 확인했을 것이다.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린 팬들과 세계의 관심을 고려해 더욱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다만 문화예술과 엔터테인먼트를 정치, 외교적 사안과 연결시켜 공격하는 것은 어떤 측면으로 봐도 바람직하지 않다. 소모적이고 헛된 논란만 키울 뿐이다.

방탄소년단의 도쿄돔 첫날 공연에서 보여준 일본 아미(ARMY·방탄소년단의 팬클럽)의 열광적인 반응과 SNS 등을 통한 응원이 이를 말해준다. 일본 팬들은 방탄소년단이 극우 성향 매체와 단체들의 공격에 주눅들지 말라며 격려했다. “우리가 지켜줄게”라며 ‘방탄소년단의 방탄’을 자처한 팬들도 많았다. 진정한 팬들은 그런 삿된 공격에 흔들리지 않는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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