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험난한 '출구' 될까…유로 강세 변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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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09.09. 오전 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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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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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유로화 강세로 인플레 압력 하락 시 테이퍼링 지연될 수도…시장 과잉반응도 변수 ]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QE) 축소(테이퍼링)를 골자로 하는 '출구' 계획 발표를 연기했다. 아직은 점진적인 테이퍼링으로 시장 불안이 크지 않으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유로화 강세가 예상보다 가팔라질 경우 ECB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이 험난해질 수 있다.

◇ECB 테이퍼링 계획 발표 10월 이후로 넘겨

ECB는 지난 7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0%, 예치금리를 마이너스(-) 0.40%로 동결하고 올해 말까지 월 600억 유로의 역내 채권을 매입하는 QE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은 결정이다.

또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이번 통화정책 회의에서 집행위원들이 어떻게 QE를 줄여나갈지에 대해 매우 예비적인 단계의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첫 '출구' 시사다.

시장은 ECB가 10월 26일 열리는 다음 통화정책회의에서 출구 계획을 발표할 것을 기정 사실화한다. 우선 ECB가 QE 축소 계획을 올 '가을'에 내놓겠다고 밝혀왔다. 드라기 총재도 이날 "내년 통화정책을 위한 옵션들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며 "결정의 대부분이 10월에 이뤄질 것”이라고 명시했다.

아직은 모든 상황이 시장의 예상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ING는 "ECB가 테이퍼링을 점진적이고 신중하게 실시할 것인 만큼 시장 불안감은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 강세 → 인플레 압력 둔화 → QE 필요성↑' 사이클 강화되나

그러나 만약 유로화 가치가 예상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한다면 ECB의 출구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유로화 가치 상승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수입 물가 하락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미약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 떨어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날 ECB는 내년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1.3%에서 1.2%로 하향조정했다. 올해 들어서만 달러 대비 14% 이상 오른 유로화 급등의 영향이다.

시장에 통화정책 정상화가 임박했다는 기대가 만들어진 터라 유로화 추가 절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리고 시장 예상을 넘어서는 상승세를 보인다면 시장에 형성된 기대와 유로화 강세 사이에서 ECB의 고민도 깊어질 수 있다.

유니크레디트의 외환 투자전략가 바실리우스 키오나키스는 "내년 1.25달러/유로를 예상하며 이보다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유로화 강세가 어디서 멈출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외르크 크래머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내년 중 채권 매입 축소에 대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유로가 더 강세로 간다면 테이퍼링이 늦춰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시장 반응도 난제

시장의 '과잉반응' 내지는 중앙은행의 의도를 빗겨가는 반응도 ECB가 극복해야 하는 과제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기자회견 중 "최근 환율 변동성은 불확실성의 근원이며, 자세히 지켜봐야 할 대상"이라고 언급했음에도 이날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33개월 고점으로 상승했다.

드라기가 유로화 강세를 주시하겠다고 표현했지만, 시장이 이를 충분히 강한 발언으로 해석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리버 존슨 캐피탈 이코노믹스 애널리스트는 "드라기가 유로화 강세를 불확실성의 근원으로 지적했지만 유로화 강세를 적극적으로 막겠다고 표현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시장 일각에선 ECB의 테이퍼링이 지연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시장의 과민반응이 중앙은행을 긴장하게 하면서 출구전략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ECB 발표 후 유로존 국채가격과 유로화 가치가 동반 상승했다는 점도 시장 일부에 이런 기대가 만들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ECB 발표 후 10년 만기 독일 국채 금리가 4bp 떨어진(국채 가격 상승) 0.3%를 기록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 10년만기 국채 금리도 각각 11bp, 8bp 하락했다.

안나 스투푸니스카 피델리티 이코노미스트는 ECB 발표 후 유로존 국채와 유로화가 동반 상승한 상황을 지목하며 "유로화 강세가 테이퍼링을 결국 연장시킬 것이란 예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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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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