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앞에 근조화환 놓고 '삼보일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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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미나 기자]
▲ 'MBC 규탄 화환' 앞에서 퍼포먼스 벌이는 탁현민 교수 18일 정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MBC 앞에는 '소셜테이너 출연금지법'을 규탄한다는 내용이 담긴 근조화환이 등장했다. 탁현민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가 화환 옆에서 '삼보일퍽(세 걸음 걷고 한 번 주먹질)' 퍼포먼스를 재현했다.
ⓒ 이미나

"소셜테이너 출연금지법 폐지를 촉구하며 MBC를 규탄합니다."

18일 낮 12시  MBC 남문 앞에는 장례식장에서나 볼 법한 커다란 근조 화환이 등장했다. 지난 13일 MBC 이사회가 방송심의규정에 이른바 '소셜테이너 출연금지법', 즉 사회적 쟁점에 대한 의견을 밝힌 이들의 방송 출연 제한을 가능하게 한 조항을 추가한 것에 대한 비판의 뜻이 담긴 화환이었다.

이 화환은 17일 한 유명 트위터리안의 제안으로 제작되었다. 뜻을 함께하는 10명의 사람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마련한 것이다. 다소 생뚱맞아 보일 수 있는 근조 화환의 등장에, 지나가는 이들은 한 번씩 발걸음을 멈췄다. 한 MBC 직원이 "조화를 갖다 놓는다고 규탄이 되나, 우리(MBC 종사자) 모두가 다 죽었다는 얘기냐"며 분통을 터뜨리자, 옆에 있던 동료가 "(소셜테이너 출연금지법) 찬성, 반대를 떠나 조화는 나쁜 의미라 그런 것 같다"며 취재진들에게 해명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이번엔 '삼보일퍽'이지만, 다음번엔 응원의 꽃 전달한다"

▲ 탁현민 교수, MBC 향한 '삼보일퍽' 18일 정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MBC 앞에서 탁현민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가 '소셜테이너 출연금지법'에 항의하는 '삼보일퍽(세 걸음 걷고 한 번 주먹질)' 퍼포먼스를 벌였다.
ⓒ 이미나

이날 현장에는 화환만 등장했던 것이 아니다. 탁현민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는 지난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예고했던대로 MBC 남문 앞에서 이른바 '삼보일퍽(세 걸음 걷고 한 번 주먹질)' 퍼포먼스를 벌였다. 퍼포먼스에 앞서 탁 교수는 "밤새 고민했다, 이렇게 갈등해보긴 처음"이라는 심경을 드러내며 "세상 그 누구도 사회적 생각으로 재단되고 그것을 통해 (방송) 출연이 불가능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퍼포먼스를 벌이게 된 이유를 밝혔다.

탁 교수는 "(소셜테이너 출연금지법에 따르자면) MBC에서 고정출연하고 있는 보수 성향의 패널도 마땅히 나와야 한다"며 "그러나 그들이 (방송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무더운 날씨 탓에 퍼포먼스는 예고했던 1시간 보다 짧은 20분가량 진행되었다. 탁현민 교수는 연신 땀을 흘리면서도 "(MBC가) 치욕스러웠으면 좋겠다"며 준비한 세 가지 버전의 '삼보일퍽'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를 지켜보기 위해 왔다는 10여 명의 시민들은 탁 교수가 주먹질을 할 때마다 박수로 응원했다.

퍼포먼스가 끝난 후 탁현민 교수는 조국 서울대 교수,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 작가 공지영, 영화제작자 김조광수 등 MBC 출연을 거부하기로 한 이들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부른 후 "매주 월요일마다 트위터에 (추가된) 명단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탁 교수는 "선대인 김광수 경제연구소 부소장과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작가 이외수 등도 출연에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전하며 "다음엔 MBC 내부에서 싸울 의지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꽃을 갖다놓는 퍼포먼스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퍼포먼스를 지켜본 시민 박철순(31)씨는 "이런 모습 보려고 MBC 앞에서 촛불을 든 것이 아니다"라며 "달력을 잘못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MBC 직원은 떠나며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어쩌겠습니까. 부끄러운 일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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