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오피스텔 ‘깡통 전세’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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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8.27. 오전 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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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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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귀해지며 보증금 급등
매매가보다 비싼 전세 속출
[경향신문]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에 근접하거나 넘어서는 이른바 ‘깡통 전세’ 오피스텔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깡통 전세는 임대인의 상환여력이 안 될 경우 보증금을 날릴 수도 있으므로 깡통 전세 여부와 세들어 살 집이 대출을 끼고 있는지 등을 계약을 하기 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26일 네이버 부동산 등에 게재된 오피스텔 전·월세 물건 현황을 보면 서울 관악구에 있는 A오피스텔은 이달 보증금 1억원짜리 전세계약 2건이 체결됐다. A오피스텔의 올해 매매실거래가는 7000만~8000만원 수준이다.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최고 3000만원가량 높은 ‘깡통 전세’인 셈이다.

깡통 전세 사례는 쉽게 확인된다. 서대문구에 있는 B오피스텔도 현재 2억1000만원에 전세가 나와 있는데, 이달 체결된 이 오피스텔의 매매실거래가는 2억1000만원으로 전세가와 같다. 마포구에 있는 C오피스텔도 최근 매매실거래가가 1억4800만원이지만 지난주 1억65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깡통 전세는 임대인의 재무사정이 악화돼 보유 건물이 경매 등으로 넘어갈 경우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기 어려워진다. 만약 부동산 매매시장이 악화돼 임대인 건물의 가치가 하락한다면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또 상당수 임대인은 다음 세입자로부터 보증금을 받아 현 세입자에게 돌려주는 경우가 많은데, 깡통 전세는 다음 세입자를 못 구할 경우 보증금 회수가 지연될 우려도 있다.

이 같은 위험에도 깡통 전세 계약이 체결되는 건 그만큼 전세 물건을 구하기 어려워서다. A오피스텔을 중개한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가 귀해지면서 오피스텔 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크게 올렸다”며 “A오피스텔의 경우 본래 7000만원 수준이던 전세가 최근 1억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세입자들은 깡통 전세의 위험성을 사전에 제대로 고지받지도 못하고 있다. 깡통 전세 오피스텔을 중개 중인 한 업소에 “계약이 위험하지 않느냐”고 물어보자 “설마 임대인이 보증금을 안 돌려주겠나, 그럴 일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 2~3년간 도심 오피스텔이 과잉 공급된 데다 코로나19로 공실이 늘면서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하락 추세에 있다. 반면 아파트가격 상승으로 전세수요가 원룸·오피스텔·연립주택 등으로 옮겨가면서 전세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매매가 대비 전세가를 나타내는 ‘전세가율’도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감정원의 오피스텔 전세가율 자료를 보면 지난해 1월 79.99(전국 기준)였던 전세가율이 올 6월 80.79를 기록, 집계가 시작된 2018년 이후 최고 수치를 나타냈다.

정부가 청년을 대상으로 저리의 전세대출을 늘리자 이를 악용해 보증금을 올리는 사례도 있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출이 가능한 오피스텔의 경우 보증금의 80%까지는 대출이 된다”며 “세입자가 대출을 받으리라 믿고 보증금을 올려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밝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오피스텔은 월세수익을 얻으려는 대표적인 임대수익형 상품이라 전세매물이 많지 않은 데다 아파트 전세매물이 부족해 매매가격에 근접한 전세매물들이 나오고 있다”며 “보증금이 매매가에 근접하거나 높은 경우 보증금 회수가 어려우므로 계약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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