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만 모르는 '유커'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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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5.05.18. 오전 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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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나윤정 기자] [편집자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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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금 ‘대륙의 큰손’ 유커(중국인 관광객)로 들썩이고 있다. 명동, 신촌은 물론이며 제주도까지 점령해 그 덕에 제주도 경제는 지난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였다. 화장품·패션산업에서 시작한 이들의 구매력이 면세점, 음식, 공연에 이어 이젠 관광지로 뻗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유커’. 어디선가 갑자기 등장한 이 단어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다. ‘외래어는 현지발음 그대로 표기한다’는 외래어표기법상, 중국어 전문가의 의견을 빌려 일단은 ‘요우커’가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유커’ ‘유우커’ ‘요커’ 등 정체불명의 단어들이 언론에 쏟아지자 결국 국립국어원이 교통정리에 나섰다. 국립국어원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공동 운영하는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 제118차 회의(2014년 12월3일)에서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유커’로 결정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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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 중국 노동절 연휴를 맞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유커)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어 광고판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사진=뉴스1

그런데 얼마 전 중국에 사는 한 지인으로부터 기자라는 이유로 뜻밖의 ‘항의’를 받았다. 왜 유독 중국 관광객만 ‘유커’라고 부르냐는 것이다. 중국에선 코웃음 칠 일이란다. ‘유커’는 ‘유객’(遊客)의 중국어 발음을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표기한 것으로, 중국어로 ‘여행객’ 또는 ‘관광객’을 말하는데 대한민국에서는 중국 관광객을 일컫는 용어로 쓰인다. 어느 날부터인가 신문, 방송 등의 매체에서 중국 관광객을 유커로 부르는데 이는 적절하지 않단다. 그러고보니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중국인만은 아니지 않나. 그럼 미국 관광객은 ‘투어리스트’. 일본 관광객은 ‘유가쿠’(游客의 일본어 발음)로 불러야 한다는 말인가.

‘중국 관광객’ 또는 ‘중국인 관광객’처럼 알기 쉬운 말로 표현하면 될 것을, 굳이 ‘유커’로 쓸 필요가 있을까. 그래야만 그럴 듯하게 보이는 것일까. 여러모로 ‘유커’보다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결국 지난 4월1일 국립국어원은 ‘유커’ 대신 ‘중국(인) 관광객’으로 써야 한다고 발표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우리말로 순화하려고 노력한 점은 반갑다. 게다가 서울시는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지난달 일본식 한자어나 일본어투 표현에 대한 우리말 순화어를 선정해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몇 가지 살펴보면 견습(見習)은 ‘수습’, 잔반(殘飯)은 ‘찌꺼기’, 식비(食費)와 식대(食代)는 ‘밥값’으로 순화했다.

불분명하고 어려운 외래어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고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외래어는 우리말로 그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을 때만 제한적으로 쓰는 게 옳다. 한국어를 쓰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면 알기 쉬운 우리말을 쓰도록 하는 것이 정확한 정보 전달에 더욱더 효과적이다. 이게 국립국어원, 그리고 언론사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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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정 기자 nyj11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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