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원칙

pleasure principle 음성듣기 , 快感原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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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인간의 정신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구상한 쾌-불쾌의 양적, 경제적 원리.

원어명 Lustprinzip

독일의 물리학자 페히너가 그의 저서 《유기체의 창조사와 발달사에 대한 몇 가지 생각들》(1873)에서 가장 먼저 개진한 생각으로, 인간을 비롯한 유기체가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생기는 긴장을 불쾌의 감정으로 받아들이고, 이 긴장을 완화시켜 내적 안정을 찾는 과정에서 쾌락을 느끼게 되는 정신 과정을 이르는 말이다. 이 원리는 유기체가 자신의 내적 안정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설명하는 '항상성 원칙'(Konstanzprinzip)과 연동하여 작동한다.

프로이트는 이 원칙을 인간의 성욕을 설명하는 경제적 모델로 도입하였다. 즉 외부의 대상에 일종의 성적 에너지인 리비도를 투여하고 얻었던 성적 흥분에 불쾌를 느낀 자아가, 이 흥분을 방출함으로써 다시 안정에 도달하는 방식으로 쾌락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우리가 현실에서 불가능한 소망을 꿈 속에서 충족시키기 위해 계속 잠을 청하는 심리에서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다.

쾌락원칙은 쾌락과 소망의 즉각적인 충족을 뜻하지만, 실제로 인간이 쾌락을 얻는 방식은 즉각적이기보다는 외부의 장애물과 타협하거나 쾌락이 좌절되고 연기되는 방식으로 얻어진다. 프로이트는 이 방식을 '현실원칙'이라 불렀으며, 겉보기에는 쾌락원칙과 현실원칙이 갈등관계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더 나은 쾌락 충족을 위하여 당장의 쾌락을 포기하고 연기하는 관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쾌락과 만족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이드의 쾌락원칙과 현실적인 이유 탓에 망설이는 자아의 현실원칙이 서로 맞물리면서 한 개인의 동일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그런데 1910년대 후반 이러한 생존의 원칙에 위배되는 현상이 보고되었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들이 겪는 전쟁신경증(외상후 스트레스장애)에서 나타나는 증상인 '반복강박', 즉 쾌락이 아니라 불쾌를 일으키는 꿈들을 반복해서 꾸는 경우를 쾌락원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이다.

쾌락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현실원칙에 입각하여 당장의 쾌락을 연기시키는 것도 아닌 이러한 반복강박적인 정신현상을 설명하기 위하여 프로이트는 《쾌락원칙을 넘어서》(1920)에서 '죽음충동'(Todestrieb)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유기체의 생존본능에서 출발하여 도달한 것이 쾌락원칙이었다면, '죽음충동'은 에로스와 쾌락원칙의 정반대편에 있는 유기체의 죽음에 대한 충동 즉 타나토스(Thanatos)를 정신현상의 원리로 간주한다. 프로이트는 쾌락의 기억을 반복하지 않고 불쾌를 유발하는 기억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하는 행위를 죽음에 대한 유기체의 충동으로 설명했던 것이다. 또한 프로이트는 《문명 속의 불만》(1930)에서 쾌락원칙과 현실원칙의 갈등관계를 근대 문명에 의한 억압의 차원에서 문명론의 쟁점으로 발전시키기도 하였다.

쾌락원칙은 인간의 다양한 질적 감정을 성적 에너지의 양적 증가와 감소로만 설명한다고 비판받았고, 프로이트에게 '범성욕주의자'라는 편견을 부여하는 근거가 되었다. 그러나 이 개념은 프로이트가 인간 정신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했던 여러 패러다임과 이원론(자아충동 대 성충동, 자아리비도 대 대상리비도, 삶의 충동 대 죽음의 충동)을 정교화하고 발전시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고, 후일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학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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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항목
정신분석 , 지그문트 프로이트
역참조항목
기쁨 , 현실원칙
카테고리
철학>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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