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을 특별함으로 연주하는' _싱어송라이터 천세훈
여러분께 특별한 공간이란 어떤 곳인가요? 나만의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숨겨진 비밀스러운 공간, 큰 비용과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인가요. 어쩌면 우리 동네 바로 앞, 항상 친구들과 모이는 일상의 공간이 특별한 공간일 수 있습니다. 한 번쯤 생각해 보셨을 겁니다. 자신이 지금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그곳이 왜 특별했을까 하고요. 아마도 그곳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곳이기 때문이 아닐 겁니다. 분명 누군가와 함께 한 시간인지, 어떤 날이었는지가 그곳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 준 것일 테지요. 어쩌면 일상의 평범함을 조금 더 특별하게 채워주는 것은 공간이 아닌 여러분 곁에 있는 그 누군가가 아닐까요? 일상의 공간에서 특별함을 찾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연주가 <천세훈>님의 시크릿 플레이스를 소개합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에게 본인만의 숨겨진 '시크릿 플레이스'를 소개받는 시간.
여덟 번째 순서는 싱어송라이터 <천세훈>님입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전 스카웨이커스 트럼펫 연주자, 현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 유튜버로도 활동 중인 '천세훈'입니다.
오랫동안 세션 연주자에서부터 밴드 디렉터, 음반 제작 엔지니어와 프로듀서, 레이블 대표까지 많은 활동을 했다. 밴드 '스카웨이커스'의 트럼펫 연주자로 12년간 활동하고, 2012년에 발매한 앨범을 처음으로 '스카웨이커스'를 중심으로 한 인디 레이블 '루츠레코드'의 메인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뮤지컬 제작부터 인디밴드 음반 유통, 재즈 브라스 빅 밴드의 편곡, 연주자까지 다양한 음악 활동을 해 왔다. 이후 '리스펙뮤직'으로 음반 기획·제작사를 운영하며 60여 개가 넘는 음반 제작에 참여하였다. 그 외에도 현장 오퍼레이팅, 드라마 O.S.T. 참여, 컴필레이션 음반 등의 기획, 부산음악창작소를 비롯하여 부산문화재단,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 등 유관기관의 지원 사업과 공연 기획 공모사업, 협업사업 등을 해 왔다. 최근에는 언택트로 전환된 여러 음악 산업의 국면을 직시하고, 1인 미디어 제작 체제와 다양한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의 연구를 시도하여 2020년 초부터 시작한 약 2천 명의 구독자가 있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다.
Q. 안녕하세요. 세훈님. 왜 온천천으로 오라고 하신 거예요? 걸어온다고 힘들었습니다.
A. 오늘 저의 시크릿 플레이스를 소개해달라고 한 거 아닌가요? 자로 여기, 온천천이 저의 시크릿 플레이스입니다. 함께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Q. 아니, 여긴 시크릿 플레이스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곳 아닌가요?
A. 일상의 공간이 특별한 장소로 인식될 때가 종종 있으실 겁니다. 흔한 장소라 하더라도 누구와 함께 하는지, 어떤 날에 오는지에 따라 특별한 장소가 될 수 있어요. 온천천은 저의 소울 플레이스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친구와 이야기 나누고 싶을 때, 운동할 때, 음악적 영감을 받고 싶을 때를 비롯해 틈날 때마다 자주 찾는 곳이죠.
Q. 그렇군요. 잘 보니 온천천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어쩌다가 온천천이 가장 자주 찾는 장소가 된 것일까요?
A. 아시다시피 저는 프리랜서입니다. 프로듀싱도 하고, 작곡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트럼펫 연주도 해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수입이 변변치 않아 강의도 나가고 있어요. 당연히 이동할 일이 많아졌는데, 차를 타고 다니다 보니 건강이 안 좋아지더라고요. 살도 찌고, 건강을 위해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온천천을 걷게 되는 상황이 많아지더라고요. 걷기만 하면 뭐 합니까. 음악도 듣고 사색도 하고 악상도 떠올리며 걸으면 금세 목적지에 도착하게 돼요. 건강에도 좋고, 이동 시간도 알차게 보내고 여러분들께도 추천드려요.
Q. 저도 잘 안 걸어 다니는데, 한 번 도전해 봐야겠어요. 그럼 세훈 님이 온천천에서 작곡하신 노래도 있는 건가요?
A. 많죠. 굳이 대표곡을 꼽으라면 제목부터 온천천이 들어가 있는 <온천천의 밤>이라는 노래가 있고요. 스카웨이커스 3집에 수록된 곡인데, 제가 정말 아끼는 곡이에요. 제 솔로 앨범으로도 발매했었어요.
Q. 노래가 굉장히 젠틀하네요. 온천천과 잘 어울려요. 많이 걸었으니 커피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가 볼까요?
A. 네. 그렇게 하시죠. 제가 자주 가는 카페가 있는데, 그곳으로 가시죠.
Q. 여기가 천세훈 님의 진짜 시크릿 플레이스군요?!
A. 네, 그렇습니다. <부산커피>를 소개합니다! 외관도 크고 멋지지만, 커피는 더 좋습니다. 자주 오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직접 로스팅 한 커피를 제대로 내려주는 곳이죠. 온천천 바로 근처에 있어서 지나가다가 들르기 좋아요. 걷다가 갑자기 친구나 동료에게 전화가 와서 약속이 잡히면 거의 여기서 만납니다. 시간을 오래 보내기에도 편안하고요, 강력 추천드립니다!
Q. 천세훈 님의 또 다른 시크릿 플레이스인 부산커피, 이곳에서 겪은 특별하거나 재밌는 에피소드 있을까요?
A. 최근에 여기서 밖을 바라보면서 커피 한잔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음악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뭐지' 하고 나가보니 바이올린 연주자 한 분이 버스킹을 하고 있었어요. 저도 연주하러 가기 전이라 트럼펫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함께 연주해도 괜찮냐고 조심스레 물었더니 허락해 주셔서 즉흥으로 같이 연주를 했었어요. 코로나 시국이라 공연을 많이 못 했었는데 오랜만에 굉장히 행복했어요.
Q. 와우 멋지군요. 그럼 이곳과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본인의 노래가 있나요?
A. 노래가 워낙 많아서, 잠시만요. 좀 찾아볼게요. 이 노래가 제일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제 솔로 정규앨범에 수록된 <Waltz For Autumn>이란 곡인데요. 제목만큼이나 가을에 잘 어울리는 잔잔한 연주곡입니다. 3박자로 이루어진 리듬은 마치 왈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듯 살랑거리는 낙엽을 보는 느낌이 들 거예요.
Q. 트럼펫 소리가 너무 좋아요. 악기 연주도 하시고 작곡도 하고 프로듀싱도 하고 유튜브까지, 정말 다양한 일을 하시네요.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A. 이렇게 바쁘게 산 지도 벌써 15년이나 흘렀네요. 수도권보단 열악한 환경이지만, 부산도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은 어느 정도 조성되어 있어요. 매년 초마다 1년 목표를 잡습니다. 올해는 매달 한 곡씩 음원을 발매하겠다, 유튜브 구독자 수를 1000명 만들어보겠다 등, 매년 목표를 세우고 충실히 실행했어요. 그러다 보니 공연, 작업, 강연 등 여러 분야에서 저를 찾아주는 사람이 많아지더라고요. 지금은 음악 관련 활동으로 생계를 해결하고 있어요. 바쁜 건 맞지만 그만큼 제가 부산에서 잘 쓰이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인정받는 느낌이랄까. 열심히 살아온 걸 알아주니 더 열심히 살게 되네요. 제 원동력은 칭찬과 인정이겠군요.
Q. 워낙 다방면으로 뛰어나니, 칭찬은 어딜 가도 받으시겠는걸요. 평생 음악 하실 수 있겠네요!
A. 별말씀을요. 커피와 크로플이 나왔군요. 드려보시죠.
Q. 맛있군요. 전 이렇게 인터뷰 다니면서 정말 맛집들을 많이 알게 되는 것 같아요.
A. 다음에 오시면 다른 메뉴들도 드셔보세요. 자리도 넓으니까 앉고 싶은 곳에 마음껏 앉아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부산커피>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겁니다.
Q. 부산에서 활동하시면서 장점은 뭐가 있을까요?
A. 태어난 곳에서 활동하는 게 좋아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부산에서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에 부산의 장점들을 잘 파악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 활동에도 잘 활용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2020년 1월에 발매한 <B-Drive>라는 앨범을 프로듀싱했는데요. 부산의 뮤지션들이 부산의 장소를 배경으로 만든 노래들을 모아서 만든 앨범입니다. 꼭 들어보시길 추천드려요. 그리고 유튜브에서도 많이 활용하고 있어요. 부산의 아름다운 곳들을 찾아 트럼펫 연주하는 영상을 만들기도 해요.
Q. 다양한 곳에서 촬영 많이 하셨네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그럼 활동하시면서 부산에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
A. 하나 있긴 한데요. 좀 뜬금없지만, 역질문을 하나 해볼게요. '신당동 떡볶이'가 유명해진 이유가 뭔 줄 아시나요?
Q. 맛있어서 유명해진 거 아닌가요?
A. 네 아니에요. 바로 신당동 떡볶이집에 가면 항상 '디제이'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디제이들이 각자의 개성에 맞게 음악을 선곡하고, 손님들의 신청곡도 틀어주면서 먹거리 이상의 즐거움을 주었기 때문에 유명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부산에는 그런 곳이 없는 것 같아요. 어디라도 좋으니 부산의 특정한 장소나 지역에서 상설적이고 다양한 공연들이 집약적으로 벌어지면 좋겠어요. 상설 공연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꾸준하게 공연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그런 곳이 생기면 저도 항상 공연하러 가려고요.
Q. 벌써 마지막 질문이네요. 아쉽습니다만, 마지막으로 홍보 하나만 해주세요!
A.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나갔군요. 즐거웠습니다. 홍보 하나를 하라면 제 유튜브 채널 <respeTrumpet>을 홍보하겠습니다. 다들 '좋아요'와 구독, 알림 설정 부탁드려요!
Q. 저는 벌써 구독했습니다. 오늘 정말 고마워요. 앞으로도 좋은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A.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릴게요. 안녕히 가세요!
*일상의 공간에서 특별한 영감을 찾는 시크릿 플레이스가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여러분들의 영감의 공간을 기다립니다.
천세훈 @respectrumpet
SP. 온천천 & 부산커피
A. 부산 금정구 장전온천천로 93
O. 11:00~22:00, 일요일 정기휴무
글. 사진. 이광혁
* 본 글은 (재)부산문화재단의 「예술인 파견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쇼플렉스와 함께 제작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