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총선 불출마 선언… "개혁 보수 향한 저의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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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2.09. 오후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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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연합뉴스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4선·대구 동구을)은 9일 새보수당과 자유한국당의 신설 합당을 한국당에 제안하면서 동시에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국회 정론관 기자 회견에서 "보수가 힘을 합치라는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며 "그와 동시에 개혁보수를 향한 저의 진심을 남기기 위해 오늘 저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다"고 했다. 그는 "보수가 힘을 합쳐서 개혁보수를 향해 나아가는 데, 저의 불출마가 조금이라도 힘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유 의원의 불출마 선언 소식을 사전에 접한 새보수당 의원들은 강하게 만류했지만 유 의원 뜻을 꺾지 못했다고 한다.

유 의원은 2000년 이회창 총재가 이끌던 한나라당(한국당 전신)의 여의도연구소장을 맡으며 정치에 입문했다. 2002년 대선을 준비하던 이 전 총재의 경제정책 참모를 맡았고 2004년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왔다. 이듬해 열린 대구 동을 재보궐 선거에 당선된 이후 18·19·20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됐다.

유 의원은 올초 새보수당을 창당할 때까지도 "대구 동을에서 출마하겠다"고 해왔지만 측근들은 작년 연말부터 불출마를 심각히 고민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내며 핵심 친박(親朴)으로 활동했지만 박 전 대통령 집권 후 비주류 길을 걸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인 2015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발언해 파문이 일면서 친박계로부터 '배신자' 공세에 시달렸다.

그런 그가 불출마를 고민한 것은 보수 개혁을 위해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당대당 통합을 이룸으로써 보수 혁신 흐름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자기 주장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에 대해 여전히 반감을 가진 한국당 내 일부의 기득권 지키기란 시각을 불식시키겠다는 것이다. 새보수당의 한 의원은 "유 의원이 끝까지 대구 출마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았던 것도, 보수의 본산인 TK(대구·경북) 정치가 바뀌어야 보수가 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했다.

다음은 유 의원의 기자 회견 전문.

<보수재건을 위한 결심>

2020년 2월 9일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당원 동지 여러분!

오늘 저는 보수재건을 위한 저의 결심을 밝히고자 합니다.

새로운보수당과 자유한국당의 신설합당을 추진하겠습니다.

저의 이 제안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답을 기다리겠습니다.

합당 결심을 하면서 저는 오직 한가지, 국민의 뜻만 생각했습니다.

대한민국을 거덜내고 있는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보수는 합치라는 국민의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보수가 힘을 합치고 다시 태어나 총선과 대선에서 권력을 교체하고 대한민국을 망국의 위기로부터 구해내라는 국민의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러나 단순히 합치는 것만으로는 보수가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

보수는 뿌리부터 재건되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 10월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자"는 보수재건의 3원칙을 제시했습니다.

탄핵을 인정하고 탄핵의 강을 건널 때, 비로소 보수는 정당성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해야만, 보수는 문재인 정권의 불법을 당당하게 탄핵할 국민적 명분과 정치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껍데기만 남은 낡은 집을 허물고 튼튼한 새 집을 지어야만, 보수의 미래를 펼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3원칙 중 으뜸은 바로 개혁보수의 정신입니다.

진정한 보수는 원칙을 지키되 끊임없이 개혁해야 합니다.

개혁보수는 한국 보수정치가 가야만 할, 결국 갈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길입니다.

낡은 보수의 부끄러운 과거에 대한 진지한 반성 위에, 헌법가치를 지키고 시대정신을 추구하며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는 것이 개혁보수가 해야 할 일입니다.

나라의 기둥인 경제와 안보를 튼튼히 지키는 보수,

정의로운 사회,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보수,

자유와 평등, 공정과 정의, 인권과 법치라는 민주공화국의 헌법가치들을 온전히 지켜내는 보수, 이것이 바로 개혁보수입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은 개혁보수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야당이 된 지난 3년간 보수정치의 모습도 개혁보수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합당이냐, 독자노선이냐를 두고 저의 고민이 가장 깊었던 점은 바로 개혁보수의 꿈이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변한 게 없는데, 합당으로 과연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합당 결심을 말씀드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솔직히 이 고민이 제 마음을 짓누르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국민의 마음 속에 개혁보수의 희망을 살리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지금 이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건 저 자신을 내려놓는 것뿐입니다.

보수가 힘을 합치라는 국민의 뜻에 따르겠지만, 그와 동시에 개혁보수를 향한 저의 진심을 남기기 위해 오늘 저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합니다.

보수가 힘을 합쳐서 개혁보수를 향해 나아가는 데, 저의 불출마가 조금이라도 힘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보수재건 3원칙을 처음 말했을 때 약속드렸던 대로, 저는 공천권, 지분, 당직에 대한 요구를 일절 하지 않겠습니다.

3원칙만 지켜라!

제가 원하는 건 이것뿐입니다.

3원칙을 지키겠다는 약속, 믿어보겠습니다.

그리고 공천은 오로지 개혁보수를 이룰 공천이 되기를 희망할 뿐입니다.

도로친박당, 도로친이당이 될 지 모른다는 국민들의 우려를 말끔히 떨쳐버리는 공정한 공천, 감동과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공천이 되어야만 합니다.

새로운보수당의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동지 여러분은 개혁보수의 전사들이십니다.

개혁보수에 대한 우리들의 꿈은 조금도 변함이 없고 심장의 피는 여전히 뜨겁습니다.

사랑하는 대한민국이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도 우리 모두 똑같습니다.

우리의 뜻과 의지, 가치와 철학은 한 치도 변함이 없지만, 나라의 앞날을 위해 보수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고민도 같습니다.

바른정당에서부터 새로운보수당까지 여러분과 함께 해왔던 시간들이 저는 너무나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

개혁보수의 꿈을 지닌 채 나라를 위한 선택에 동참해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저를 네 번이나 대표로 뽑아주신 대구 시민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대구가 낡은 보수의 온상이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당당하게 개척하는 개혁의 심장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에 부끄럽지 않을 정치를 하고자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사림(士林)의 피를 이어받아,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과 나라에 충성하는 기개와 품격을 지닌 대구의 아들로 기억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공천권도 지분도 당권도 요구하지 않지만, 합당 이후 보수신당의 새 지도부에게 유일한 부탁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새로운보수당에는 개혁보수의 꿈과 의지만으로 수개월째 한 푼의 급여도 받지 못하면서 성실하게 일해 온 중앙당과 시도당의 젊은 당직자들이 있습니다.

이 분들이 보수의 승리를 위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고용승계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20년 전 보수당에 입당했습니다.

보수가 처음으로 정권을 내주고 많이 힘들 때였습니다.

지금 다시 보수가 너무나 어렵습니다.

이 나라를 지켜온 보수가 바로 서야 한국정치가 바로 서고 대한민국이 바로 섭니다.

저는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에 대한 저의 생각을 국민들께 알리려고 오랜 시간 무던히도 애를 써왔습니다.

돌아보면 20년 동안 하루도 쉼 없이 치열하게 달려오고 투쟁해 왔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제가 달려온 길을, 저의 부족함을 되돌아보고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저의 오래된 질문을 다시 생각해보며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어디에 있든 저는 20년 전 정치를 처음 시작하던 마음으로 보수재건의 소명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보연 기자 kb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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