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톡톡 플러스] 준비없는 출산, 가난으로 가는 지름길…부모·아이 모두 불행

입력
수정2017.08.17. 오후 5:03
기사원문
김현주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A씨는 "애를 낳아 빈곤한 가정에서 키우느니 안 낳거나 경제적으로 준비된 상태에서 낳아 키우는 게 낫다"며 "돈 없으면 아예 애를 낳지 않는 게 낫다"고 말했다.

B씨는 "부모의 가난을 자기 자식에게 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아 출산율이 저조한 것"이라며 "준비없는 출산은 태어난 아이에게도 불행"이라고 밝혔다.

C씨는 "차라리 결혼을 못하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가난의 대물림 정말 싫다"며 "요샌 가난하면 데이트하기도 어려워 연인으로 발전하는 것도 쉽지 않고, 결혼은 더더욱 어려운 세상이다. 있는 사람들 위주로 애를 낳다보니 빈곤아동의 수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D씨는 "커가는 첫째 아이를 보면 마음이 흔들리지만, 둘째를 갖지 않는 건 둘 다 너무 바쁘고 피곤하며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며 "야근과 특근이 겹치면 아이 1명 돌보는 것도 스트레스인 것은 물론 결혼 자체가 후회될 때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E씨는 "형편 안 되면 아예 애를 낳지 말아야한다"며 "현재의 대한민국은 애 낳아 키우기 좋지 않은 환경이다. 애 잘못 낳으면 가난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빈곤아동은 줄이고 출산율은 높이는 방안이 있을까.

1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간하는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 최근호에 실린 '아동빈곤의 추이와 함의'에서 여유진 기초보장연구실장은 "아동빈곤 감소가 출산율 감소로 인한 아동인구 감소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빈곤율은 크게 감소하고 있다. 균등화된 중위소득 60% 기준 아동빈곤율은 2006년 16.8%에서 2015년 11.3%로 5.5%포인트 떨어졌다.

전체 인구 빈곤율이 2006~2015년 9년간 19.6%에서 18.1%로 1.5%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친 것과 대조를 이룬다.

특히 청년단독가구와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청년단독가구의 빈곤율은 2005년 6.9%에서 2014년 11.0%로 9년간 4.1%포인트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년 1인가구 빈곤율 증가…아동 빈곤율 급감

보고서는 이같은 아동빈곤 감소 추세에 대해 아동이 있는 가구의 가구소득 상승, 아동이 있는 가구에 대한 보육서비스 등 현물 이전을 포함한 사회적 이전의 효과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했다.

같은 기간 아동이 1명인 가구의 실질 근로소득은 22.6%, 2명인 가구의 실질 근로소득은 21.7% 상승했다.



2010년 전후 세계적 금융위기에 따른 가구 소득보전의 필요성 증가와 더불어 이 시기 보육지원의 확대도 추진됐다. 전체 가구의 현금 사회이전의 빈곤감소 효과도 △2006년 17.1% △2010년 18.5% △2015년 25.9%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자발적 또는 수동적 산하 제한의 결과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혼이나 출산으로 인해 빈곤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견되는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선택을 내릴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청년층, 경제적 어려움에 결혼·출산 아예 포기

실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아동이 없는 가구의 실질 근로소득은 4% 감소했다.

여 실장은 "한국에서 1997년 외환위기는 '위기 이전'과 '위기 이후'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전후 경제·사회·문화·인구에서의 상당한 균열을 야기했다"며 "아동빈곤율과 합계출산율 간에는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위기라는 전무후무한 경제·사회적 충격 속에서 아동·청소년기를 보낸 현 세대의 청년들은 이같은 경향이 더욱 뚜렷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빈곤 아동이 감소하면서 동시에 출산율은 증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글로벌 미디어 세계일보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