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시험 개발자 수여 ‘러쉬 프라이즈’
과학 분야 특별상 받은 이수현 박사
“동물과 사람 달라 예측 힘들어
동물 아닌 실험으로 정확도 높여”
지난해 농림축산검역본부 실태조사 결과 국·공립기관, 대학, 의료기관, 일반기업체 등 동물실험기관 364곳에서 이용한 동물 숫자는 총 287만8907마리였다. 2015년과 견줘 37만1750마리가 늘었다. 마우스, 래트, 기니피그, 햄스터 등 설치류가 263만2964마리로 91.4%였다. 뒤이어 어류 11만7249마리(4.1%), 조류 5만4796마리(1.9%), 토끼 3만7373마리(1.3%), 돼지나 개 등 기타 포유류가 2만8872마리(1%)로 뒤를 이었다. 원숭이류도 2544마리나 됐다. 고통이 높은 동물을 5단계로 구분한다면 고통 등급이 높은 4~5단계 동물을 70% 가까이 사용한다.
동물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이들조차 동물실험을 통해 독성을 검사한 제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동물실험 대체기술을 개발하는 이를 만났다. 세포 기반 바이오전문 ㈜바이오솔루션의 이수현(41) 박사는 12일 새벽(한국 시각)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러쉬 프라이즈 과학 분야 특별상을 받았다. 러쉬 프라이즈는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쉬’에서 동물실험 대체시험을 발전시키기 위해 이 분야 공로자들에게 주는 저명한 상이다. 이 연구원은 “한국의 대체시험법 연구를 응원하기 위해 상을 준 것 같다.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을 했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이전까지는 동물실험을 많이 하지도 않았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그이지만, 그의 연구는 동물도 생명이라는 감수성이 기반이 됐다.
“실험동물도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들어 사용한다고 생각하는데, 오래 실험하다 보면 압니다. 단지 1번, 2번 개체가 아니라 동물 각각의 얼굴이 보여요. 그걸 알면서 실험하면 마음이 좋지 않아요.”
그가 대체시험법에 매진하는 이유는 꼭 동물에 대한 감수성 때문만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과학자로서 정확한 실험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더 컸다. 1950년대 후반 동물실험의 결과 입덧 방지에 탁월하다던 탈리도마이드를 먹은 임신부가 기형아를 낳은 것처럼, 동물실험이 완벽하다고 해도 인간에게 적용될 때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습관적으로 동물실험을 하지만 같은 생명이라는 점 빼고는 동물과 사람이 다른 점이 너무 많기 때문에 사람에게서의 약 반응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대체시험법의 기술을 기업에서 많이 활용하려면 기업이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그러려면 소비자의 요구가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최근 화장품법 개정으로 올 2월부터 동물실험을 거쳐 만든 화장품을 국내에서 유통, 판매할 경우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100만원이 무서워 동물실험 대신 익숙하지 않은 대체시험법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기업은 드물다고 그는 말한다. 또 중국시장에 진출하려면 동물실험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므로 국내 움직임을 모른척하는 기업들도 많다고 한다.
“대형 화장품업체를 바꾸려면 시민들이 나서야 해요. 화장품뿐 아니라 의료기기, 생활용품같이 우리가 쓰는 모든 것이 동물실험을 통해 독성이 없다고 평가받고 개발되고 있어요. 우리가 예쁘고 편해지기 위해 동물을 죽이는 것을 몰랐다면 고민해주세요.”
그의 목표는 피부나 각막 분야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독성평가 시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의 모델이 국제 표준이 되는 날을 꿈꾼다.
이 연구원이 수상한 러쉬 프라이즈는 올해로 6번째다. 매년 과학, 교육, 홍보, 로비, 신진 연구자 분야에서 동물 대체시험 활성화에 기여한 개인, 단체를 선정해 시상한다. 이날 러쉬의 상금 총 33만 파운드(약 4억9천만원)가 11개국 20개팀 수상자들에게 수여됐다.
과학 분야 본상은 인공 생체칩(Organ on a chip)을 조직하기 위해 ‘3디(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개발하는 제니퍼 루이스 교수의 하버드대학 생체모방공학 위스연구소팀이 받았다. 이들은 사람의 심장조직을 프린팅할 수 있는 ‘칩 위의 심장(heart on a chip)’기술을 개발했다.
런던/글·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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