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이상 집합 금지'에 가족들 어떻게 만날까...아이디어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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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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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한 명씩 데리고 시댁과 친정으로 찢어지기"부터 "두 번 방문", "현관 대기"까지 "아이 한 명씩 데리고 시댁과 친정으로 찢어지기", "현관 밖에서 대기하다 번갈아 들어갔다 나오기", "아이 둘 중 한 명씩 데리고 두 번 방문"….

설 명절을 앞두고 곳곳에서 '5인 이상 집합 금지를 준수하며 가족 만나기'를 어떻게 할지 의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여러 사연, 자세히 들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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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남지 않은 설 명절, 코로나 19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데 가족들을 어떻게 만날까 고심하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설 명절까지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가 연장되면서 가족이라도 주민등록상 다른 거주지에 사는 구성원이 5명 이상 모이면 방역수칙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직계가족이라도 수칙을 위반하면 과태료 10만 원을 내야 하니, 아이가 있는 부부가 다른 곳에 사는 부모님 댁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1년 넘게 진행되면서 손주들의 얼굴을 보고 싶어하는 조부모들의 마음을 마냥 저버릴 수도 없기에, 여러 아이디어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의 한 맘 카페엔 자녀가 둘이라는 한 주부가 남편과 논의한 아이디어를 소개했습니다.

"올해 설엔 내가 아이 한 명, 남편이 아이 한 명을 데리고 각자 친정과 시댁으로 찢어져 가기로 했다."

이 경우 각각 4인이 모이게 되니 방역 수칙은 위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자 다른 주부가 덧붙였습니다.

"우리 집에선 남편이 한 번에 아이 하나씩만 데리고 시댁에 두 번 가기로 했다."

조부모에게 아이 하나씩만 얼굴 보여주는 것도 섭섭해하시니 몸은 피곤하더라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아이가 하나인 다른 이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친정에 부모님과 남동생이 있다. 일단 우리가 도착하기 직전에 남동생은 공원에 한 번 돌라 하고 쫓아내고, 저와 아이 또는 남편과 아이가 현관 밖에서 교대하며 세배하기로 했다."

이런 아이디어라도 내놓을 수 있는 이들은 그래도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시부모가 방역수칙이고 뭐고 그냥 다 모이자고 하신다"라는 가정도 많기 때문입니다.

"시누이까지 하면 열 명이 넘는데 너무 걱정된다" "(코파라치=코로나+파파라치가 될 수 있는) 경비 아저씨와 음식 배달원 등의 눈을 조심해야 한다"고 우려하면서도 "그냥 포기했다"라며 체념하듯 가기로 결정한 이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나는 방역 수칙 때문에 못 간다고 했는데 동서는 가겠다고 한다"라며 갑자기 '사랑받는 며느리 되기 전쟁'이 벌어졌다는 사연도 있습니다.

이에 극히 일부의 주부는 농담과 자조를 섞어 "5인 이상 모이는 명절 시댁 모임을 서로 신고해주자"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어떤 이는 고민 끝에 이런 글도 올립니다.


집합금지여도 와야 한다고 고집하는 시댁 식구들을 거절하기 쉽지 않고, 그렇다고 '셀프 신고'를 하긴 어려우니 서로 신고를 해줘서 과태료를 내게 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자는 겁니다.

실제 그렇게 서로 신고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지만, 여러 주부의 답답한 마음을 보여준다는 평입니다.

'5인 이상 집합 금지'로 벌어지는 애환은 사실 설 명절 이전부터 진행형이었습니다. 특히 자녀가 셋 이상인 가정은 이미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왔습니다.

5인 가족이 사람이 없는 한적한 음식점이나 커피숍에 들어갔지만 5인이란 이유로 한 명은 그냥 먹지 못하고 나왔다는 사연은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아예 4인만 앉을 수 있게 세팅해놓은 곳도 많습니다.

같은 거주지에 사는 가족임을 증명하는 '주민등록등본'을 들고 다니며 보여줘도 "그래도 단속에 걸려 벌금을 내야 할 수 있다"라며 거절하는 식당도 많다고 합니다.

숙박업소 중에는 "등본을 보여주겠다." "같은 곳에 사는 직계 가족이다"라고 해도 5인은 아예 예약을 안 받는 곳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또 사람들은 다른 방식을 고민합니다. 한 주부는 "어떤 식당에는 아예 가서 따로 앉고, 서로 말 안 하고, 문자로 정한 메뉴 이야기하고, 결제도 따로 하고 나왔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서글픈 현실이라는 겁니다.

이처럼 코로나 19의 확산이 꺾이지 않고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계속되는 한, 서로를 만나고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는 가족들의 애달픈 아이디어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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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육하원칙을 따지다 기자가 됐다. 정치부, 사회부 등에서 일했다. 기사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야망은 버렸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기사의 힘은 무궁무진하다고 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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