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 시사
투자 심리 위축...외국인-기관 매도세
외국인 자금 이탈로 환율 1176원으로 올라
'미국의 돈줄 조이기' 우려에 한국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코스피(유가증권시장) 3100선이 붕괴됐다. 종가 기준으로 3100선이 무너진 것은 4개월여 만이다. 코스닥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모두가 예상했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개시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국내 경기 회복까지 둔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다.
1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93%(61.10포인트) 내린 3097.83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3100선 아래로 떨어진 건 4월 1일(3087.40)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는 지난 5~17일 8거래일 연속 하락하다가 전날 반등했지만 이내 투자 심리가 위축하며 다시 급락했다.
코스닥 지수는 낙폭이 더 컸다. 전날보다 2.93% 하락한 991.15에 마감했다. 지난 6월 16일(998.49) 이후 두 달 만에 1000선을 밑돌았다.
주가는 외국인과 기관의 강한 매도세에 맥을 못췄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3300억원, 기관은 41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외국인은 1490억원, 기관이 1020억원가량 팔아치웠다. 최근 8거래일간 매물을 쏟아낸 외국인들의 매도세에 지친 기관들이 테이퍼링이 현실로 다가오자 매도에 나선 것이다.
코스피를 기준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8023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기관과 외국인 매도세를 막지 못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이 8월 누적 6조5000억원 순매도하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점차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코스피 외국인 지분율은 32%대로 위안화 평가 절하 여파가 컸던 2016년 초 수준까지 하락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날 달러당 원화 가치는 전날보다 8.2원 하락한 달러당 1176.2원을 기록했다.
지난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통해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매파 인사로 알려진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내년 1분기까지 연준이 테이퍼링을 완료해야 한다고 주장해 테이퍼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낳았다.
국내 증권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연준의 테이퍼링 실시 시점을 대체로 올해 12월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9월 FOMC에서는 테이퍼링 시점과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증시는 오는 26~28일로 예정된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발언에 따라 또 한 번 출렁일 가능성도 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내린 종목 수는 850개로 오른 종목 수(58개)를 크게 넘어섰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포스코는 4% 이상 빠졌고 기아, 현대모비스 등도 3%가량 떨어졌다.
다만 시총 상위 종목 전반이 하락했으나 20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규 편입을 앞두고 있는 카카오뱅크(+8.9%), SK바이오사이언스(+4.5%) 등 일부 신규 상장 종목은 강세를 보였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내린 종목이 1241개였으며 오른 종목은 171개였다.
이날 코스피 시장 거래대금은 16조7367억원,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11조9507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