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버스타고 몰려가 미분양 싹쓸이… 규제 풀려 불 붙은 부산 주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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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1.11. 오후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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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관광버스로 부산 견본주택 몰려가

미분양 아파트 ‘완판’ 잇따라

계약금 2배 무는 ‘배액보상’ 소문까지

갈 곳 없는 유동성 지방으로 몰리나

"관광버스에서 수십여명이 내려 우루루 견본주택으로 몰려오는 풍경을 보니 (부산 주택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긴 했나봅니다."

지난 9일 부산광역시 ‘힐스테이트 사하역’ 견본주택.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달 사하구 괴정동에 공급한 이 단지의 견본주택에는 서울과 수도권 등에서 투자자 수십여명이 관광버스를 타고 방문해 일부는 아파트를 계약했다.

이 아파트는 청약 당시 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계약하지 않은 사람이 많았다. 미분양으로 남을까 걱정했지만, 현재 80% 가까운 계약률을 기록하며 ‘완판’을 앞두고 있다. 정부가 부산에 남아있던 조정대상지역 3개구를 모두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고 맞은 첫 주말에 생긴 일이다.

부산 주택시장이 뜨겁다. 미분양 물량이 대거 소진되고 매도자가 매물을 거둬들이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전경. /조선일보DB

◇규제 풀어주니 바로 미분양 소진되는 부산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연제구 연산동 ‘e편한세상 연산 더 퍼스트’는 최근 모든 가구의 분양이 완료됐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10월 청약 당시 2.4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역시 계약을 하지 않은 사람이 많았다.

이 단지는 올해 9월만 해도 아파트 455가구 중 127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있었다. 1년간 전체 가구의 30%가량이 판매되는데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일부 가구가 준공 이후에도 미분양으로 남을 우려가 있었다.

동구 초량동 초량1구역을 재개발해 짓는 ‘초량베스티움센트럴베이’도 이번 주말에 분양이 100% 완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아파트도 9월까지 32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있던 곳이다.

부산의 경우 지난 9월을 기준으로 4562가구의 미분양이 남아 있었다. 이 중 697가구가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일 정도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던 곳이다. 그동안 공급물량이 대거 쏟아졌지만, 실수요자는 부족한데다 이를 소화할만한 투자수요도 부진했던 탓이다.

집값도 내림세를 이어갔다. 부산 아파트 매매가는 2017년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계속 떨어졌다. 이 기간 하락률만 4.21%에 달한다. 서울(16.97%), 전국(2.48%) 평균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국토교통부가 2016년 11월과 2017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해운대·동래·수영·부산진·남·연제구·기장군 등 7개 구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정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이제 언제 오를지 모르는 지역이 됐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이유가 부동산 규제였다면 살아나는 이유도 규제완화인 셈이다.

◇"지방 부동산시장 수요 몰릴까 우려"

부산에서는 이른바 ‘배액 보상’ 사례까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해운대구에서는 집을 팔려고 내놓은 집주인이 매수대기자에게 계약금의 2배를 물어줄 테니 계약을 해지하자고 요청한 사례가 나왔다고 한다. 계약금의 2배를 물어줘도 이보다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판단하면 집주인은 계약금의 두 배를 지불하고 계약을 취소한다.

문제는 부산만 들썩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당분간 서울 주택시장이 규제로 꽁꽁 묶여 갈 곳 없는 유동성이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지방 부동산시장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종합부동산세 등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9·13 부동산대책을 통해 주택보유자의 규제지역 주택 신규 구매를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고, 조정대상지역 2주택 보유자에 대해 0.6~3.2%의 세율을 부과하도록 했다. 부산의 경우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며 이런 정부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침체를 겪던 부산 주택시장에 이번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계기로 반등할 것으로 본 모험적인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며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바뀌는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대전이나 대구로 몰렸던 유동성이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계기로 부산으로 몰리고 있다"며 "그동안 집값 하락 기간이 길었거나 산업체가 몰려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유동성이 옮겨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진혁 기자 kinoe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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