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00억 세금지원 받으며… '좌파 철밥통' 된 교통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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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9.25. 오전 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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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안진걸 이어 주진우 발탁… 제작진 "정통 음악방송 맡겨"
정작 주씨는 "정치·법조인 등 불러 그들의 얘기 노래로 들을 것"
외부 DJ 9명 중 7명이 좌편향, 일부 인사엔 회당 100만원 진행료


서울시 산하 tbs교통방송이 오는 30일부터 방송인 주진우씨가 진행하는 새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주씨가 공중파 라디오를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통방송은 지난 2월 개편에서 '광우병 소 먹느니 청산가리' 발언으로 유명한 배우 김규리씨, 이석기 전 국회의원 석방운동을 펼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등에게 프로그램을 맡겼다.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교통방송의 '좌편향'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통방송은 24일 "주진우씨가 매주 월~금요일 1시간씩 '아닌 밤중에 주진우입니다'라는 '정통 음악 프로그램'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교통방송 관계자는 "주씨가 음악에 조예가 깊어 선정했으며,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했다. 주씨는 한 인터뷰에서 "정치인, 법조인, 종교인 등 각계 인사를 불러서 그들의 이야기를 노래로 풀고 싶다"며 "정치계 인사들도 모아서 어려웠을 때 힘이 됐던 노래 등을 듣고 싶다"고 했다. 주씨 지지자들은 '형식은 음악방송, 내용은 시사 고발 포맷 기대된다' '나경원 아들 의혹 취재 부탁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주씨가 합류하면서 외부 인사가 진행하는 교통방송 프로그램은 총 9개로 늘었다. 이 중 7개(78%)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좌편향 인사로 분류된다. 김어준, 주진우, 김규리를 포함해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나꼼수 출신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를 공개 지지한 가수 이은미씨, 주로 보수 성향 정치인을 풍자하는 방송인 배칠수(본명 이형민)씨, 지난 2012년 MBC 총파업에 동참한 뒤 퇴사한 앵커 출신 최일구씨, 시사인 편집국장 출신 이숙이씨가 이에 해당한다. 청산가리 발언 등으로 문제가 돼 공백기를 가졌던 김규리씨는 교통방송 라디오를 발판으로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에 출연하는 등 방송 복귀에 성공했다.

교통방송의 좌편향은 지난해 10월 KBS 출신의 이강택 PD가 대표를 맡으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진우, 김규리, 이은미, 안진걸씨 등 좌편향 인사가 이 대표 취임 이후 대거 투입됐다. 이 대표는 노무현 정권 때인 지난 2006년 2월 18일 베네수엘라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을 미국의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대안으로 찬양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KBS 시사 프로그램 'KBS 스페셜' 중 '신자유주의를 넘어―차베스의 도전'이라는 방송이다. 프로그램의 주장과 달리 차베스가 주도한 반미 사회주의 운동으로 베네수엘라는 물가 폭등, 빈곤 인구 비율 폭등으로 국민 75%의 체중이 평균 8.6㎏ 줄었다는 연구도 나온다.

교통방송의 정치 편향성 문제는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국정감사 등에서 매해 지적돼 왔다. 박 시장 취임 이후 나꼼수 출신 방송인 김어준씨, 정봉주 전 의원과 이명박 정부 시절 '가카새끼 짬뽕' 패러디물을 올린 이정렬 전 판사,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출신 김종배씨, 코미디언 출신 김미화씨가 방송을 맡았다. 특히 김어준씨의 뉴스공장은 여러 차례 문제가 됐다. 지난 6월에는 '차베스 이후 정권을 잡은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은 독재자가 아니다. 그가 재선에 성공한 2018년 대선이 공정했다'고 주장하며 이 선거와 무관한 미국 카터센터의 자료를 언급해 객관성 위반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법정 제재를 받았다. 최근 이 방송은 조국 법무장관 논란을 다루며 조 장관을 옹호하는 내용을 주로 다뤘다. 방송에서 김어준씨는 "(조 장관) 딸 논문 문제의 핵심은 입시에 그 논문은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검찰 수사 결과, 해당 논문은 고려대에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지난 1월 김경수 경남지사가 법정 구속되자 주씨 등과 함께 "법원의 복수" "엉터리 판결"이라고 했다. 인터넷에서는 '시민의 방송이라더니 정부 방송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처럼 편향된 교통방송에 서울시 지원 세금은 갈수록 늘고 있다. 교통방송이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매년 300억원 수준의 예산을 교통방송에 배정한다. 2017년 310억, 2018년 316억에서 올해 357억원으로 뛰었다.

예산이 늘면서 일부 진행자의 진행료는 전국 범위 방송보다 많이 지급된다. 김어준씨가 대표적이다. 그의 회당 진행료는 100만원 선으로 MBC, SBS 등의 S급 진행자 회당 사회료로 알려진 60만~65만원보다 훨씬 많다.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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