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때로 돌아간 공공 주도 주택시장…"시세차익 환수도 꺼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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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7.11. 오전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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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꺼내 든 문재인 정부의 최종 목표는 공공 주도의 주택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통해 시장가격을 조절해 주택시장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공적 주택 물량을 늘려 서민 주거안정과 주거복지를 달성하겠다는 의도로, 이는 노무현 정부 임기 막바지 해인 2007년 나왔던 1·11 대책과 1·31 대책과 일맥상통한다. 노무현 정부 부동산정책의 핵심이 담겼다고 평가받는 대책들이다.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전경. /조선일보DB

노무현 정부는 2007년 1·11 부동산시장안정대책을 통해 이른바 ‘반값 아파트’ 정책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분양가 심의기구를 설치하고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했다. 또 공공택지 분양원가 세부항목을 7개에서 61개로 늘리고, 민간택지 역시 수도권과 투기과열지구에 한해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예컨대 5000원짜리 커피 원가는 500원이라는 사실을 공지하고, 700원 이상으로 팔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주변 시세가 형성돼 있는 주택의 경우 이보다 싼 값에 분양되면 당연히 시장에서 웃돈이 붙을 수밖에 없다. 필연적으로 분양을 받은 사람이 차익을 독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를 막기 위해 노무현 정부는 환매조건부·토지 조건부 분양 시범실시 등으로 청약제도를 개편했다. 토지임대부는 건물만 분양하고 토지는 장기임대하는 것을, 환매조건부는 공공기관이 아파트를 분양하고 소유자가 되팔 때 적정 이율만 곱해 공공기관에 매각하도록 하는 조건으로 분양하는 걸 말한다. 정부가 개입해 가격 수준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막고, 초과 이익이 형성되면 공공이 환수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일반국민은 분양가 인하, 공급확대와 함께 분양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길 기대하고, 경제계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과도한 분양가 규제가 공급위축을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시장 불안으로 연결될 것을 우려한다"며 "이들의 상반된 요구를 고려해 원가공개 확대를 통해 분양가를 실질적으로 인하되도록 하되, 기업 부담과 부작용이 최소화되도록 제도개편 방안을 찾았다"고 했다.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구축 아파트 시세를 자극하고, 그러다 시장이 들썩거리게 되는 지금의 움직임과 매우 비슷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하면 계약자의 시세차익을 어떤 식으로든 환수할 수 있는 장치를 고민할 것이 분명하다. 이명박 정권 시절 공급했던 보금자리주택이 과도한 시세차익으로 문제가 됐던 사례를 이미 봤기 때문에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분양방식을 통해 공공차원에서 시세차익을 환수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매입액을 많이 적는 순서대로 청약당첨자를 선정하는 채권입찰제를 시행할 수도 있다. 판교 분양 당시 도입됐던 제도로, 수분양자의 시세차익을 국고로 환수할 수 있다. 민간택지 전매제한 기간을 늘릴 것이란 얘기도 있다.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부동산정책에서 주목할 건 공공 주도의 공급이다. 노무현 정부는 1·11 정책을 통해 2007년 국민임대주택 11만가구를 지어 2012년까지 100만가구를 건설하겠다고 밝혔고, 맞춤형 임대주택을 매년 1만3000가구 이상 내놓겠다고 했다. 이후 1·31 정책에선 한발 더 나아가 2017년까지 총 260만가구의 장기임대주택을 추가 공급하고 공공부문 수도권 지역 분양물량을 연간 3만5000가구에서 최소 5만가구 수준으로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도 이미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해 매년 20만가구의 공적주택을 공급해 임기 동안 100만가구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는데, 정책의 시장 파급력을 키우기 위해선 공공 주도로 공급을 쏟아내는 동시에 주택시장 분위기를 누르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노무현 정부 때 이미 세게 겪었던 ‘용수철 효과’라는 부작용을 이번 정부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유명무실해진 2014년 말부터 올해 6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30% 넘게 올랐고, 노무현 정부의 공공 주택 확대에도 공급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고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정권마다 임대주택 정책을 내놓지만, 정치권의 이해에 따라 바뀌며 연속성 없는 단기 공약에 그쳤다"며 "아직 임기가 3년 남은 만큼 문재인 정부가 목표대로 공공 주택을 공급하고 주택시장에 대한 정책 목표를 한결같이 유지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진혁 기자 kinoe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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