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스타트업, 성장 파도에 올라타려면…`제품`만큼 `전략`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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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1.21. 오전 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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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희 스톰벤처스 대표가 말하는 시장 궁합의 3요소

"4명의 '서퍼'(파도타기를 하는 사람들)가 있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파도를 잡으려 합니다. 그러나 언제나 파도를 타는 사람들은 타고 실패하는 사람들은 떨어집니다. 여기서 질문은 이겁니다. 파도를 탄 사람과 못 탄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지난 10월 매일경제와 만난 남태희 스톰벤처스 대표(사진)는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는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출신 벤처캐피털리스트중에서도 손꼽히는 인물. 지금까지 약 300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한국에서도 컴투스에 조기 투자해 상장까지 이끌어 내는 등 수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스타트업이 성장에 올라타는 것은 '파도타기'에 비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버드대 응용수학과를 졸업하고, 시카고대 법학대학원을 나온 뒤 실리콘밸리에서 법률가로 일하던 그는 '이상적인 회사를 만들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벤처투자자가 됐다. '왜 어떤 이들은 성장하고, 어떤 기업은 성장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는 두 권의 책을 쓰기 위해 무려 4년의 공을 들였다. 그가 쓴 책 '생존에서 번영으로(Survival to Thrival)'는 구석구석이 살아 숨쉬는 실제 스타트업들의 케이스 스터디들로 가득 차 있다. 그의 설명을 풀어내 보면 이렇다.

남 대표는 스타트업들이 흔히 제조하는 제품과 시장이 얼마나 서로 궁합이 맞는지(소위 Product-Market-Fit)를 먼저 보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그것보다는 시장에 진입하는 전략의 궁합(Go-to-Market-Fit)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장에 진입하는 전략 궁합이란 마치 파도타기를 할 때 파도에 올라타는 방법과도 같다. 그는 파도타기의 비유를 활용해 시장진입 전략의 궁합(GTM Fit)의 3가지 핵심 단계를 열거했다.

고객이 필요한 걸 찾아라

첫째, 파도를 잡아라. 고객들이 갖고 있는 '위급한 고통'이 무엇인지를 먼저 찾아야 한다. 그는 "'위급한 통증'이란 3개월, 6개월 뒤에 풀어도 되는 고통이 아니다"며 "고객들이 당신의 제품을 왜 당장 사야 하는지가 바로 그들의 위급한 통증"이라고 말했다. 남 대표는 "위급한 통증을 잡기 위해서는 그물을 조금 넓게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창업자는 흔히 회사를 만들 때 자신만의 아이디어가 있다. 그러나 그것에만 집중하다가는 진정한 파도를 보지 못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남 대표는 창업을 할 때의 목표 하나에 맹신하지 말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고객들의 진정한 긴급한 고통을 찾아나가라고 조언했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 본인의 원래 뜻과는 다른 형태로 회사가 피봇(Pivot)할 가능성도 당연히 열어둬야 한다.

파도가 보이면 올라타라

둘째, 파도에 올라타라. 파도가 오고 있음을 파악했다면 이제는 실제로 이를 타고 성장을 이뤄낼 수 있어야 한다. 일단 파도를 타게 되면 현금을 많이 투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파도를 타고 흘러가게 된다. 매출이 알아서 스스로 성장하는 상태, 그게 바로 파도를 탄 순간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들이 '와우' 하는 순간들을 잘 파악해야 한다. 남 대표는 "고객들이 관심을 보이는 순간, 예를 들어 내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뭔가를 받아 적거나, '와우' 소리를 지르거나, 환호할 때가 있다"며 "그 순간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위급한 고통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든 다음, 이 제품이 고객 입에서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순간의 데이터를 기록하고 분석해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라는 얘기다. 이런 매뉴얼을 갖춰 놓는다면 해당 스타트업은 마치 파도를 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된다는 것이 남 대표의 이야기다.

사고의 리더를 잡아라

셋째, 올바른 서핑보드를 만들어라. 남 대표는 "최고의 서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서퍼와 파도 모두에 맞는 제품(서핑보드)을 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회사의 제품이 시장의 흐름을 타고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마법의 '서핑보드'란 무엇일까. 그는 '사고의 리더(Thought Leadership)'라는 단어를 여기에서 끄집어 냈다. 과거처럼 소수의 미디어가 정보의 유통망을 쥐고 흔드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너무 정보의 양이 많아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워 한다. 그래서 '사고의 리더'들이 중요해진다. 이들은 자신만의 강력한 관점을 갖고 있고, 매우 선동적이며, 때로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남 대표가 말하는 마법의 서핑보드는 바로 이런 '사고의 리더'들과 그에 열광하는 커뮤니티다. 뛰어난 '사고의 리더'들은 오늘날 다양한 매체들에서 쏟아내는 시끄러운 뉴스들을 정리해서 알려준다. 그리고 그에 열광하는 커뮤니티 멤버들은 '사고의 리더'가 말하는 바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 이를 상품과 연결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스타트업이 고객들을 찾아가지 않아도, 이제는 고객들이 스타트업을 찾아오는 상태가 된다.

고객들의 위급한 고통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제품들을 만들어 고객들의 입에서 탄성을 자아내게끔 한 다음, 마지막으로 이러한 스토리들을 전달할 수 있는 '사고의 리더'가 되어 많은 이들에게 공유되도록 하자. 그렇다면 이제 성장할 준비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안다 하더라도 실천은 쉽지 않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성장은 변화를 수반한다. 기업이 성장하는 단계에 따라 사람들 역시 변화해야 한다. 이때 일반적인 벤처캐피털들은 '직원들을 교체하라'고 조언한다. 직원이 5명일 때는 5명과 함께 일해본 매니저를 고용하고, 직원이 50명일 때는 50명을 통솔해 본 매니저를 고용하라고 하는 게 일반적인 답이다. 그러나 진정한 질문은 어떻게 창업자가 50명을 거느릴 수 있도록 스스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인가다. 이를 위해서는 창업자가 이제까지 배웠던 것을 백지화하고 다시 배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매우 힘들다. 이를 극복하는 게 필수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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