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Very Hungry Caterpillar
배고픈 애벌레
에릭 칼
아기가 생겼을 때, 그리고 아기가 뱃속에서 엄마 생각, 감정을 다 듣고 느낀다는 이야기들을 한창 듣던 시절에, 알록달록한 색깔을 보고 손가락으로 따라 느끼면 태교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샀던 책입니다.
그 동안 수 없이 읽었지만 오늘은 천천히 읽었습니다.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고, 스쳐 지나갔던 것이 크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번 멈춰서야 했고, 다시 처음으로 책장을 넘겨야 했습니다.
Leaf에서 시작해서
Leaf로 돌아오다
두번째 잠시 멈췄던 곳은 a little egg lay on a leaf 입니다. 휘리릭 책장을 넘겨서 뒤쪽으로 가봤습니다. 내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맨 마지막으로 먹었던 것이 기억이 났거든요. 맞아요, 애벌레가 마지막으로 먹은 것도 leaf 에요.
어느 일요일에 알에서 태어난 애벌레는 음식을 찾아 떠납니다. 여행 동안 여러가지를 먹고먹고 또 먹고 마구마구 먹다가 결국 배탈이 나고 만답니다. 다시 일요일이 되었고 결국 one nice green leaf를 먹고 좋아집니다. 헤메고 헤메다 자신이 본래 있었던 곳, 태어났던 곳으로 돌아오니, 편안함과 만족을 느끼는 애벌레. 다음 페이지 첫 문장이 Now he wasn't hungry any more. 이지요.
전에 읽을 때는 이 부분을 전혀 생각을 못했는데 오늘은 이 leaf가 애벌레의 집, Home이 아니었을까 했습니다. 결국 집에 왔을 때 더 이상 아프지도 않았고, 배고프지도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 집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일 수도 있고, 인간이 본래 태어난 그 어디인가 일수도 있고요.
Hungry...
배고픔에 대하여
그리고 또 한가지는 hungry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계속 배가 고팠던 애벌레가 결국 더 이상 배고프지 않을 수 있었을 때, 무언가(음식)를 찾아 더이상 헤메지 않아도 될 때, 만족을 알게 되었을 때, 더 이상은 작은 애벌레가 아닐 수 있었던 것이지요(he wasn't a little caterpillar any more).
어른이 된다는 것(나비)이 이런 것 아닐까 했습니다. 다양한 의미의 허기를 쓸데 없는걸로 채우지 않는 것, 그래서 만족을 아는 것, 그리고 멈출 줄도 아는 것, 뭔가를 찾아 헤메지 않는 것, 그렇게 성장하고 성숙해 가는 것, 그 때가 바로 나비가 될 준비가 되었을 때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또 나비가 바로 뚝딱 되진 않더라고요. 애벌레는 자신의 작은 집을 짓고 그 안에 머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릅니다. 시간이 흐른다고 다 되지도 않아요. 기다림 끝에 본인의 힘으로 pushed his way out 한 결과~ 다들 아시다시피 아름다운 나비가 되었답니다. 마지막으로 꽂힌 단어는 pushed his way out 이었습니다.
내가 나비가 되려면, 우리 아이가 아름다운 나비가 되려면, 때가 다 있는 거구나. 그리고 결국은 본인의 힘으로 push his(my) way out 해야 겠구나. 아무도 빨리 나비가 된 모습을 보고 싶다고 cocoon을 열어서 나비를 꺼내줄 순 없으니까요. 느리게 간다는 것, 때를 기다린다는 것, 그 순간들을 즐긴다는 것 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Eric Carle
위대한 작가
개인적으로는 Eric Carle이라는 작가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자료를 많이 찾아봤습니다. 현재 91세의 나이로 플로리다의 유명 휴양지 Key West에 살고 계시더라고요. 메사추세츠에 오래 사셔서 거기에 박물관(https://www.carlemuseum.org/)이 있는데 겨울이 추워서 따뜻한 남쪽으로 이사한 곳이 플로리다.
부모님은 독일 출신이신데 미국으로 1920년에 이민을 왔습니다. 엄마가 독일을 많이 그리워하셨습니다. 에릭 칼은 뉴욕에서 태어났는데 (1929년) 부모님과 함께 독일로 다시 돌아가서 그곳에서 성장했습니다.
아버지와 어린 시절 추억이 많은 분이시더라고요. 아버지가 숲속에 가서 벌레들도 보여주고 작은 생명체에 대해서 알려주셨습니다. 아버진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는데 포로로 잡히는 등 수난을 겪으셨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돌아왔을때 예전의 아버지가 아니어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애벌레 같은 작은 생명체에 관한 이야기를 쓸때는 그것을 처음에 가르쳐준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는 글도 있었습니다.
1952년대에 미국으로 다시 이민와서 뉴욕타임즈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군인으로 파병도 됐다가 결국 자신의 그림을 알아봐준 이들과 협업하며 그림책을 만들게 됩니다. 1967년 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를 통해 그림책의 그림 작가로 데뷔합니다. 물론 베스트 셀러 대열에 오르고요.
1969년 드디어 자신이 글도 쓰고 그림도 맡은 최초의 작품 1, 2, 3 to the Zoo와 애벌레 책을 선보입니다. 당시엔 꼴라주 기법이 흔하지 않아서 상당히 신선했다고 하네요. 애벌레 책은 지금까지 66개국어로 번역되어 5000만권이 팔려나간 것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애벌래책의 경우엔 종이에 펀치로 구멍이 뚫어진 것을 보다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처음 스토리는 책벌레에 관한 것이었는데 편집자와 회의하다가 애벌레로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본인은 "그래 나비~!"라고 소리쳤다고 합니다. 월스트릿저널과 인터뷰 한 내용을 보면 자신의 책이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Hope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희망이 필요합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은 애벌레도 아름다운 나비로 성장할 것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재능을 살려 세상을 마음껏 날 수 있습니다"
(제가 의역을 하긴 했는데 2019년에 진행된 50주년 기념 인터뷰에 있는 내용입니다)
인터넷에서 영상 찾아서 보실때 책 읽어주는 영상 외에 Eric Carle이 직접 인터뷰하고 작업실 보여주는 영상도 찾아서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책의 콜라주 기법을 어떻게 만들어서 표현한 건지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티슈 페이퍼에 물감을 칠한 뒤 그것을 잘라서 붙인 거더라고요)
책 맨 뒤쪽에 보면 구석에 본인 사인이 있는데, 진짜 사인도 같은 모양입니다. 2019년엔 50주년 기념판으로 금색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책이 출판되었습니다. 오늘의 인증샷 중에서 50주년 기념 스티커 붙어 있는 책 소장하고 계신 분의 사진을 본게 기억이 나네요.
올해로 책은 51년, 작가 에릭 칼 선생님은 91세가 되셨습니다. 사진을 보니 아직 정정하신 것 같습니다. 100세, 60주년 기념판도 손에 들고 웃으시는 모습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 엄마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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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육아정보 나이별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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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책 읽기와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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